46부청에 정책홍보관리실 공무원 67명 증원키로 '큰정부'론 앞세워 올해말 96만7000여명선까지
[데일리안 김영욱 기자]노무현 대통령이 지향하고 있는 ‘큰정부’론에 따라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의 수가 갈수록 비대해 지고 있어 정치권 일각과 시민단체는 물론,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정부는 3일 정책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정책홍보 시스템을 일대 혁신하기로 하고 기존의 기획관리실과 공보관실을 통폐합해 정책홍보관리실을 만들어 빠르면 이달 말경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은 이 시스템 도입에 따른 공무원 증원에 꽂혔다. 시스템 일대 혁신에 따라 기획예산처와 공정거래위, 금융감독위 등을 포함한 21개 부처 정책홍보관리실에 4급과 5급 각각 1명 등 2명과 25개 청에 1명씩 언론계 출신 등 외부전문가를 전문요원으로 배정하는 등 46개 기관에 67명의 공무원을 늘리기로 한 것.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와 언론관계가 견제와 균형 중심으로 변화된 데다 정부의 홍보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시스템 변화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따른 전문요원 충원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며 “그러나 이번 인력증원 대상 부처에는 대통령 비서실과 국부총리 보좌기관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의 관계자는 “가뜩이나 공무원 수가 많다는 비판여론을 받아 온 참여정부가 2기를 출범시키자마자 시스템 혁신을 한다며 중앙부처의 중간급인 4-5급 공무원 70명안팎을 늘리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번 채용한 공무원을 줄이는 건 힘든 일이지 않느냐 그래서 있는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우선이고 증원은 그 다음에 생각해야 한다”며 “지금 국민들은 경제불황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언론 정책의 효율성을 높인다고 공무원 숫자를 늘릴 때냐”고 질책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무원 인건비가 크게 늘어났는데도 공공 서비스의 질은 제자리걸음”이라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시장의 기능을 활성화하는 쪽으로 정부부문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행정 입법 사법부 소속 공무원은 93만1872명으로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말(93만5759명)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정부가 공무원 3만5160명을 신규 선발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말 공무원 수는 96만7032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2년 간 공무원 수는 4.7%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 증가율 1.8%에 비해 2.9%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취임 3년차 참여정부 2기를 출범하면서 국정연설을 통해 거듭 ‘큰정부’론을 정책기조로 삼겠다고 밝혀 참여정부의 공무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자리에서 “작은 정부를 공약하지 않았다”며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말해 그동안 제기돼온 ‘공무원 비대화 비난 여론’에 쐐기를 박았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책의 초점이 ‘분배’에 맞춰지면서 정부 역할이 커졌고 공무원 수도 덩달아 늘었다”며 “정부가 시장의 기능을 강조하는 ‘작은 정부’를 포기하고 ‘큰 정부’의 길로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공공서비스의 질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정부조직의 효율성은 공공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로 나타나는데 지난해 국민에게 받은 정부의 민원서비스 만족도 성적표는 ‘D 학점’에 해당한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2004년 43개 중앙 행정기관에 대한 민원서비스 만족도는 64점으로 2003년(63.3점)보다 1.1% 상승했다. 같은 기간 공무원 인건비 상승률(7%)을 감안하면 투자 대비 효율이 형편없이 낮은 셈이다.
또 공무원 증원에 따른 국민의 혈세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2004년 말 현재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가 19조2732억 원으로 2003년 말(18조64억 원)에 비해 7.0% 늘었다. 국민 1명이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로 매년 41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반면 공무원들이 각종 규제를 쏟아낸 탓에 최근 4년간 규제 건수는 1000건 이상 늘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다 고위공직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공무원 인력 구조가 기형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2001-2004년 5급 이상 공무원이 10.2% 늘어난 데 비해 민간 서비스 현장에서 뛰어야 하는 6급 이하 공무원은 6.9% 증가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야권의 한 관계자는 “사회 전반적으로 인원 및 기구 조정을 하고 있는데 이에 앞장서야 할 공직사회가 공무원 수를 늘린다는 것은 국민 정서를 외면한 조치”라며 “그렇다고 공무원들의 대국민 서비스나 대민봉사의 질이 나아진 것도 아니다. 이는 상위직 공무원이 많이 늘어나고 대민 서비스 현장에서 일하는 하위직 공무원은 상대적으로 적게 늘어난 탓”이라고 말했다.
한 시민은 “공무원을 더 뽑게 되면 늘어난 인건비는 모두 국민 부담”이라면서 “불황 속에서 대폭적인 공무원 증원은 국민에게 더 큰 고통을 강요하는 것인데 공무원 수가 증가한 만큼 공공서비스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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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로에 위치하고 있는 정부종합청사 전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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