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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 이모저모
○…제법 따가운 가을 햇살이 내리쬔 창원 용지공원. 7000여명의 공무원노조원과 그 가족들, 그리고 민주노총 관계자 등이 공원을 가득 메웠고, 그들의 머리 위로 공무원노조 각 지역 본부의 깃발이 가을바람을 타고 끊임없이 펄럭였다.
집회장은 언뜻 봐서 빨강, 노랑, 초록색 고깔의 물결이었다. 집회참석자들에게 나눠준 피켓용 전단지를 참석자들이 모두 고깔로 만들어 머리에 쓴 이유다. 가을하늘이 높다해도 내려 박히는 햇살은 꽤나 따가웠기 때문이다.
‘노조탄압 분쇄’가 적힌 빨간색 고깔, ‘김태호 지사 규탄’이 적힌 노란색 고깔, ‘행자부장관 퇴진’이 적힌 초록색 고깔이 여기저기 파도를 치며 물결을 이뤘다.
고깔의 물결 위로 주먹 쥔 손이 함성, 구호와 함께 일제히 솟아올랐고, 그 위로 대형 깃발이 휘날렸다.
‘공무원도 일하는 노동자’라는 신념과 결의가 만든 장관이었다.
○…마찰은 없었다. 전국공무원노동자결의대회가 시작된 창원 용지공원에서도, 이어 중앙체육공원까지 이어진 거리행진에서도, 마지막 집회장소인 중앙체육공원에서도 불상사는 없었다.
민주노총 추산 1만여 명, 경찰 추산 3000여 명, 언론사 추정 7000여 명. 정확한 참가자 수야 어찌됐건 수천명에 달하는 인원이 참석한 집회인지라 조직적인 통솔과 질서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더군다나 경찰은 집회 전부터 공무원들의 집회 참가를 원천봉쇄 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았던 터라 대규모 충돌마저 점쳐지던 긴박한 집회였다.
하지만 집회는 아무 탈 없이 끝났다. 집회 참석자들은 지도부의 통솔에 조직적으로 잘 따라줬고, 경찰도 그들의 군더더기 없는 집회 진행에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되레 원활한 거리행진이 되도록 차량의 흐름을 통제하는 등 집회진행을 도왔다.
거리행진에 나서 일순간 텅 비어버린 용지공원은 수천명이 참석한 집회장소였다는 것이 무색할 만큼 뒷정리가 깔끔했다.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담겨 공원 여기저기에 모아졌고, 집회장을 둘러쳤던 펼침막들도 하나 둘씩 수거됐다.
거리행진도 별 탈이 없었다. 다만 거리행진이 진행되는 구간의 교통통제 탓에 1시간 여 동안 이 일대를 지나는 운전자들이 다소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몇몇 성마른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거나 차에서 내려 경찰의 매끄럽지 못한 교통통제에 불만을 표하긴 했지만 불상사라고 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집회장소였던 중앙체육공원. 30여분 동안의 갈무리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곧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각 지역본부 깃발 아래 다시 무리를 짓고, 구호를 외치거나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진주 신일교통 노조원으로 구성된 이날 집회의 ‘사수대’30여명은 집회가 끝나는 것이 아쉽기라도 하듯 앉은자리에서 그대로 자신의 신발을 벗어 땅바닥을 내리치며 구호 제창을 계속 이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밖에 첫 집회장소인 용지공원에는 가족단위로 참석한 공무원노조 참석자들이 눈에 많이 띄어 색다른 집회문화를 느낄 수 있었고, KTX열차 승무지부와 칠곡환경지회, 조세연구원지부 등 공공연맹 소속 장기투쟁 사업장 관계자들은 투쟁기금 마련을 위한 재정사업의 일환으로 집회 참석자들을 상대로 양말을 판매하기도 했다.
○…집회는 오후 2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오전부터 자치단체와 공무원노조의 신경전이 시작됐다. 자치단체들은 “창원집회 참여자는 행자부에서 증거를 수집 중징계 계획임, 참여자제 바람”이라는 내용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공무원노조 지부는 “형식적 검문이 있을 것이니 조끼 입지 말고 지참할 것, 교통혼잡이 예상되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오후 1시 40분까지 집결”이라고 보내 맞대응했다.
○…오후 1시 집회가 열릴 창원 용지공원 주변에 경찰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날 경찰은 한국전력 경남본부·창원 KBS·경남신문 본사 앞 등 8곳에서 검문을 했다. 사복을 입은 경찰은 공원 주변을 돌며 집회장 동태를 살폈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검문을 하고 있는 곳을 피해 속속 집회장으로 모여들었다. 대부분 성산아트홀 쪽 건널목를 건너 용지공원으로 들어섰다.
○…검문 때문인지 공무원노조 조끼를 입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나들이 복장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온 사람이 많았다. 연인 사이인 듯 옷을 맞춰 입고 손을 꼭 잡은 채 집회장으로 향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공무원노조는 곳곳에 조합원을 두고 경찰이나 자치단체가 참석자들의 사진을 찍지 못하게 감시했다. 집회가 시작된 뒤에도 50~200명 씩 계속해 집회장으로 들어왔다.
○…집회장에는 10여 곳의 노점상이 자리를 잡았다. 언론에서 충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보도를 접했지만 이들에게 이번 집회는 놓칠 수 없는 큰 행사였다. 이들은 꼬지나 번데기, 핫도그, 음료, 맥주 등을 팔았다.
한 노점상은 “충돌이 있을 거라 해서 사실 좀 걱정 했다”며 “별일 없어 다행”이라고 했다.
다른 노점상은 “오늘 갈 만한 데가 여기 밖에 없더라”며 “이런데 오면 좋은 얘기도 많이 듣고 장사도 하고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또 행사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뻥튀기나 맥주, 햇빛을 가리는 모자 등을 파는 상인도 많았다.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이날 공무원노조는 사진과 카메라를 든 기자들에게 따로 노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취재’라고 쓰인 패찰을 나눠줬다. 그러면서 이 패찰 없이 사진을 찍으면 큰 낭패를 낭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참석한 조합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기자들이 이 패찰을 받기 본부석 한쪽에 길게 줄을 서는 장면이 연출됐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패찰을 60개 준비했는데 금방 다 나갔다”고 전했다.
○…이날 집회는 공무원노조 탄압에 항의하는 내용이었지만 집회장 한 곁에서는 창원진보연합이 참석자들을 상대로 한미FTA 반대 서명을 받기도 했다. 또 KTX열차승무원지부에서 도 투쟁기금 마련하기 위해 양말과 문집을 팔았다.
○…용지공원 구석에 있는 화장실은 ‘대만원’이었다. 7000명의 사람들을 감당하기에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여자는 물론이고 남자도 화장실에 들어가기 위해 긴 줄을 서야했다. 줄은 화장실 밖으로 5m 이상 이어졌다.
○…오후 4시 10분께 본 집회를 마친 참석자들이 도심 행진을 준비했다. 경찰과 민주노총 관계자는 행진을 어느 방향으로 할 것인지, 차량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두고 미리 협의를 벌였다. 10분 뒤 행진이 시작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깃발이 앞장을 섰다. 50여 지부 깃발이 그 뒤를 따랐다. 대형 스피커를 실은 25톤 트럭이 기수들을 바짝 뒤쫓았다. 이 스피커에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기 차량이 바로 따라 붙었다.
그 뒤를 공무원노조 지도부가 “깨끗한 공직사회, 부정부패 없는 세상 만들기에 공무원노조가 앞장서겠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펼침막을 들고 나서자 전체 참석자들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열은 용지공원을 나와 중앙체육공원으로 향했다. 선두가 중앙동 삼거리에 이르자 마지막 대열이 용지공원을 빠져나왔다. 대열 길이는 1km에 달했다. 방송차량 10대가 중간 중간에서 대열을 이끌었다.
○…이날 진주 신일교통 조합원 150여명은 일사분란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주황색 상의에 남색 조끼를 입고 붉은 머리띠를 매 복장을 통일한 이들은 행진을 할 때도 좌우로 대열을 정확히 맞추는 등 조직력을 과시했다.
/김성찬 이균석 기자
공무원노조 "투쟁으로 사수하겠다"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권승복)와 민주노총 경남본부(본부장 이흥석)는 9일 오후 창원 용지공원에서 노동자와 공무원 7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공무원노조 사수! 노조탄압분쇄! 김태호 경남도지사 규탄! 전국공무원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반인권적이고 반노동자적인 공무원 노조 탄압에 맞서 싸우고 낙하산 인사를 단행한 김태호 도지사를 규탄과 더불어 이용섭 행정자치부 장관퇴진 투쟁을 전면적으로 투쟁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의 위한 행진곡’으로 시작한 이번 대회는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과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 단병호 국회의원, 이해삼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 한병석 전농 부산경남연맹 의장, 이갑용 공무원노조 지도위원, 이승필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위원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대회 격려사와 연대사 내용이다.
△김동수 사무처장 = 휴일에 집회신고를 한 합법적인 집회인데도 정부는 고속도로를 원천봉쇄하는 등 노동자 신체에 대한 자유를 구속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합법적이다. 제주지부 공무원 노동자들은 공항봉쇄로 집회에 참가하지 못했지만 14만 공무원 노동자들이 힘을 모아 반드시 노조탄압을 이겨낼 것이다.
△권승복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 공무원노조 사수, 김태호 도지사 규탄을 위해 9월 20일까지 노조 사무실 폐쇄를 막아내기 위한 투쟁은 계속할 것이다. 노조사무실을 폐쇄하고 600여명 조합원을 구속하고 400여명 조합원이 부당한 징계를 받아도 우리의 권리를 반드시 사수 할 것이다.
지난 8월 30일은 부산에서 ILO 아·태총회가 열리는 기간인데도 국제여론을 무시하고 경남도는 공무원노조 본부 사무실을 무력으로 폐쇄했다.
12일부터 행자부 앞에서 단식농성에 들어가고 250개 지부를 '투쟁본부'로 전환하며, 이용섭 행자부장관 퇴진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민주노총과 연대해서 노조 사무실을 사수 할 것이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 = 노동자를 탄압하는 정권에 전면적으로 공무원 노조와 결의한다. 노무현 정권과 대화는 더 이상 없다. 노동자를 대낮에 때려죽이고도 모르쇠하고 있다. 외롭고 힘들지만 80만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맞설 것이다.
11월에 예정되어있던 85만 비정규직 투쟁, 200만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위한 위한 각종 투쟁을 앞당기기로 중앙집행위에서 결의했다.
공무원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면 우리는 경남도시자사 집무실 폐쇄, 행자부 장관 집무실 폐쇄, 노무현 대통령 집무실을 폐쇄 할 것이다. 공무원 노조와 연대해 전면전으로 돌입한다,
△단병호 의원 = 행자부는 공노조를 불법단체라고 한다. 공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횡포이자 반민주적인 행위다. 공노조는 불법단체가 아니다. 20여년 '전노협' 시절을 떠올려 보자. 노무현 정부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 전노협 시절 노조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꾸었는데도 공노조를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
어떠한 희생을 치뤄도 공노조를 사수해야 한다. 공노조가 중심에 서야 민주주의가 제대로 서고 공노조가 중추역할을 할 때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
△정유근 경남본부장 = 공무원 노조를 억압하기 위해 정부는 갖은 악행을 저지르고 있다. 지방자치관계법 제101조 4항에 부시장, 부군수 낙하산 인사를 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음에도 김태호 도지사는 낙하산 인사는 물론이고 법에 명시되어있는 대로 하겠다는 약속을 해 놓고도 지키지 않았다. 수차례 협약내용을 지키라고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낙하산 인사를 하고 있다. 얼마 전 낙하산 인사를 눈감아주면 공무원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지 않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그리고 김 지사의 핵심참모가 전화를 걸어와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하면 양쪽 다 피해를 본다면서 징계 수위를 낮추도록 할테니 만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 했다.노동기본권과 인사권을 바꾸지 않겠다. 인사권을 사수 할 것이다.
1만 5천 공무원은 들풀처럼 일어날 것이다.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면 김태호 도지사 집무실을 노조 사무실로 쓸 것이다. 단결로 이뤄내겠다.
△ 강영구 인천지역 본부장 = 인천에서 처음 결의대회를 가졌다. 정유근 본부장의 말처럼 노조 사무실을 폐쇄하면 도지사 집무실이 노조 사무실이 될 것이다. ‘김태호 지사 규탄대회’라는 말이 거슬린다. (종이 펼침막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찢어버린다) 전공노 이름으로 김태호를 거론하지 않겠다. 우리는 이미 이기고 있다. 남은 3개월 동안 조금 더 힘을 모으자. 질긴 싸움은 강고한 싸움이다. 끝장투쟁으로 막아서자.
이후 권 위원장 등 간부 5명은 노조 탄압에 대한 항의표시로 삭발식을 진행하고, 행자부가 각 광역 시.도에 보낸 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 추진지침 공문서와 행자부 장관 명의의 서한문이 인쇄된 대형 천을 불태웠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중앙체육공원까지 2㎞ 가량 거리 행진을 벌인 후 마무리 집회를 가졌다.
마무리 집회에는 이흥석 민주노총 경남본부장과 한병석 전농 부경연맹의장는 투쟁사에 이어 졌다.
△한병석 전농 부경연맹의장 = 한미FTA실상을 고발하고 FTA는 제 2의 을사늑약, 한일합방이다. 공노조가 중심에 서서 같이 맞서 싸워달라.
이후 신일교통 비상대책위원회 하욱봉 위원장의 신일교통 투쟁 결과 보고 후 한석우 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의 마무리 발언이 있었다.
△한석우 공무원노조 부위원장 = 김태호 도시사와 행자부 장관, 노무현 정부가 탄압하더라도 끝까지 투쟁 할 것이다. 공무원은 봉사하는 게 아니라 공공의 책임을 지는 자리다. 공무원 노동자는 노동자로서 하나 되어야 한다. 민주노총과 함께 당당히 같이 갈 것이고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
오후 5시 30분께 집회에 참석한 노동자들은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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