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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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09월15일

전사무국장 홈페이지: - 조회 : 345

정지부장님께

정지부장에게

밤이 깊은 시간입니다..
아마도 밤과 새벽의 경계선쯤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요즘 들어 이런 시간에 잠을 깨는 일이 잦습니다.
밖은 온통 가을 풀벌레소리로 요란합니다.
지부장께서도 요즘 이런 시간에 잠이 깨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잠들지 못하는 밤이 많으리라
여겨집니다.
아마도 오늘 같은 날도 지부장께서 깨어 있거나 잠들지 못하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
들만 깜박이는/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운 새벽의 창을 열고
/ 우리들 가슴의 뜨거움과 만난다/.....-곽재구의 새벽편지 중에서>라는 시인
의 싯구처럼 지부장의 뜨거운 가슴과 만나고자 이 글을 적으니 부디 오해는 없기 바랍니다.

어디서 이 글을 시작할까 막막합니다.
아무래도 1기 임원으로 함께 했던 때부터 시작해야겠지요.
지금 생각해도 참 어설프고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단결투쟁”이니 “노동자”니 하는 단어는 물론이고 심지어는 “임을 위한 행진곡”조차도 낯설고 어슬펐습니다.-타고난 음치 탓에 지금도 이 노래를 끝까지 부르지 못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공무원노동자의 권리를 찾고 부정과 부조리를 일소하여 참다운 사회를 만들자는 열정만은 뜨거웠지요

2002년인지 2001년인지 지금은 기억의 저편에서 가물거리지만 볕살이 참 좋았던 늦가을 어느 날 명동성당에서의 집회에서 이○○씨가 경찰의 방패에 맞아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는 것을 보고 비분강개했던 일만은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자진해서 행자부 진입조를 선발할 때 정○○ 전지부장이 자진해서 나섰고 그 일로 양천경찰서에 수감되었지요.
나는 그때 제가 정○○ 전지부장을 대신해서 자원하지 못한 것에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릅니다. 무슨무슨 결의대회에 수도 없이 참석했지요.
그 중 이미 경찰에 의해 원천봉쇄 된 건국대학교에서의 집회 때 진입울 시도하는 과정에서 일행과 어긋난 제가 경찰에 연행되어 ○○○경찰서에서 3일간 국가가 제공하는 숙식을 해결하고 나올 때 지부장님은 저를 안고 울었지요.
이제껏 나의 모자람 때문에 남을 울려 본 적은 있어도 나를 위해 울어준 사람이 없었기에 나는 지부장님의 그 뜨거웠던 눈물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김○○외 몇몇 임원이 청사 앞에서 북구지부 조합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리낌 없이 삭발을 단행했던 일 또한 잊지 못합니다.

지금에 와서 새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 때의 일을 들추어 공과를 나타내고자 하는 뜻이 결코 아님을 지부장께서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 후 우여곡절 끝에 1기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북구지부를 사고 지부로 만든 책임 또한 지부장이나 저나 결코 작다하지 못할 것입니다.
사고 지부를 다시 일으켜 세워서 오늘의 북구지부가 있게 한 최전지부장님을 비롯한 2기 임원들의 헌신과 노고는 결코 1기 임원들의 어설펐던 열정과는 비할 수 없이 큰 것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철저하게 북구지부의 노조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사고 지부를 수습한 2기 최지부장은 물론 3기 지부장이신 정지부장께서도 무거운 짐을 나누어지자고 하셨지만 저는 이유야 어떻던 사고 지부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였으므 나설 수 없었던 점 지금이라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북구지부에 관심마저 끊은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래서 지부장님께 작금의 사태에 대해서 제 생각을 표할까 합니다.
먼저, 뜬금없는 지부장님의 기자회견은 지부장님의 노선이나 북구 지부를 이끌어 갈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성급한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전공노의 의사결정과정이 하의상달이 되지 못하는 등 민주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대면서 지부장께서는 오히려 더 큰 비민주적 절차를 따르는 오류를 범했습니다.
설사 전공노를 탈퇴해야 할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 하더라도 먼저 북구지부 조합원의 뜻을 모으고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일이 우선이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조합원의 뜻을 모아 전공노 탈퇴 수순을 밟는다면 굳이 기자회견을 하지 않아도 기자는 뉴스거리가 되면 취재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지부장님은 기자회견문에서 전공노가 민주노총 가입, 민주노동당 지지선언, 반미, 통일사업 등 정치세력화에만 몰두하여 기층조합원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다고 하면서 조합원들이 노조를 외면하는 이유가 마치 전공노의 노선 때문이라고 하는데 과연 조합원
들이 노조를 외면하는 이유가 꼭 그것만이겠습니까?
그렇다면 지부장께서는 조합원들이 진정 원하는 관심이 무엇인지 그것을 찾으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습니까?
그리고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마치 군대 조직처럼 일사불란하게 노조에 참여하고, 혹은 중대장의 명령처럼 조합원들이 따르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조합원들 중에는 저처럼 나서지 않지만 내내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어려운 일이 처할 때 나서는 잠재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지부장께서는 조합원들이 앞서서 나서지 않는다고 너무 서운해 하거나 의기소침할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지부장님을 비롯한 임원들은 이런 잠재되어 있는 조합원들이 진정 단결할 필요가 있을 때 나설 수 있도록 항상 힘을 비축하고 모으는 일에 앞장서시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이러지 않고 전공노에서 탈퇴하기만 하면 조합원들이 목숨 떼놓고 노조에 참여하리라고 판단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셋째, 지부장께서는 공무원노조 본연의 목적대로 공무원노조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바로 알리고, 조합원과 공직사회 개혁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 구민들과 조합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건전한 노조활동을 펼쳐나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법내노조(노조설립신고) 여부에 대한 노선결정을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실시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지부장님!
공무원노조의 본연의 목적이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하여 얻어집니까?
저는 조합원 즉 공무원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 그것이 곧 공무원노조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었입니까?
그것은 우리들이 지금까지 힘에 의의해서 빼앗겼던 권리를 되찾는 것이며 그것은 오르지 투쟁으로서만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쉬운말로 싸움이라고 합시다. 싸움의 기본은 힘 아닙니까? 전공노에서 탈퇴하고 우리끼리 싸워서 이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조합원들에 설득할 수 있습니까?
그것을 얻기 위해서 지금까지 경찰의 방패에 머리가 깨지고, 연행이 되고, 해고되고 파면되고 했던 것 아닙니까.
1.5권이 안되고 완전한 3권을 달라고 수없이 싸우고 외쳐오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1.5권이라도 받아들이고 법내 노조로 들어간다니요. 지부장님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하지만 평균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변절이라 부릅니다.

넷째, 지부장님께서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부산본부에 대한 조합 분담금 납부를 중단하고, 분담금중 일부를 어려운 구민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지부장님은 맨정신으로 하시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왜 조합비를 어려운 구민을 위해 사용합니까?
어려운 구민은 국가예산으로 해야지 왜 조합원들이 봉급 털어 납부한 노동조합비로 어려운 구민들을 위해서 사용하신단 말입니까? 어려운 구민을 돕는 일은 국가가 더 많은 복지예산을 편성하도록 싸워야하는 일 그것이 노조의 일입니다.

이제 더 이상 밤이라고 말하지 못할 새벽이 되었습니다.
쉬 잠들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있는 한 공무원노조에도 새벽은 오리라고 봅니다.
그때도 지부장님과 함께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합니다,
아무쪼록 건강 챙기십시오.
건강을 잃으면 공무원조노조도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국공무원노동조합부산지역본부북구지부 전사무국장 권덕수

PS: 공개 편지로 보낼 수 밖에 없는 점 이해해 주시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