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진수 교수의 ‘연금개혁안’ 비판 논평
양보론은 우리를 분열시킬 뿐이다
최근 <한겨레>는 연세대 김진수 교수의 연금개혁안을 크게 부각했다. 김진수 교수는 공무원연금에 상한선(3백50만 원)과 하한선(1백50만 원)을 둘 것을 제안했다. 김진수 교수의 안이 고위 공무원들에게 더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김진수 교수는 소득재분배뿐 아니라 재정안정화도 강조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연금 삭감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이고 ‘하후상박’도 일관성이 없다.
모든 공무원 노동자의 연금을 15퍼센트씩 삭감하고 심지어 퇴직한 공무원의 연금까지 똑같이 깎자고 한다. 연금수급 개시 연령도 당장 60세로, 이후 65세로 늦추자고 한다. 신규 공무원은 연금을 40퍼센트나 삭감하자고 한다.
이처럼 파격적인 ‘삭감’에 비해 1백50만 원 하한선의 혜택을 보는 노동자는 극히 일부다. 가장 연금이 적은 기능직도 평균 월 수령액이 1백59만 원이다. 앞으로 몇 년 뒤면 임금이 인상돼 그조차 대폭 줄 것이다.
요컨대 김진수 교수의 ‘하후상박’도 연금 삭감을 전제로 한 하향평준화다. 이충재 위원장이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은 공무원노조가 김진수 교수안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점을 이유로 11월 17일 김진수 교수를 초청해 토론회까지 한다.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김진수 교수안을 토대로 자신들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새정치연합도 새누리당과 큰 차이가 없는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내놓으면 이들이 포함된 사회적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사실상 얼마나 양보할 것인가를 두고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 협의체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정당화하는 구실만 할 가능성이 있다.
하향평준화
사실 개혁주의 지식인들과 활동가들 사이에서 김진수 교수와 같은 주장은 낯선 것이 아니다. 하위직 공무원 노동자들의 애환에 공감해 ‘하후상박’을 도입하자면서도 정부의 재정안정화 논리를 근본에서 거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적자가 계속 누적돼도 정부가 감당해야 하는가? 지금도 공무원이 박봉인가? 공무원연금 개혁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일단 재정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서면 ‘하후상박’은 연금을 조금 더 받는 노동자들이 양보해야 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가게 된다. 고위 공무원의 연금을 더 깎는 것만으로는 재정 절감에 별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하위직 공무원들의 연금 급여 삭감은 최소화하고, 중위 공무원부터 누진적으로 줄이는 방식을 모색하자”하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처럼 ‘상대적으로’연금을 더 받는 노동자들 일부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공무원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효과를 낸다. 반면 노동자들이 양보한다고 박근혜가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하후상박’을 내세워 정부 안보다 더 나쁜 개악안을 들고 나왔듯이 이런 태도는 저들의 기를 살려줄 뿐이다.
노동자들이 양보한다고 ‘국민적 지지’가 늘지도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려할 뿐 아니라 자기 공약이었던 보육과 고교 무상교육 예산조차 전액 미편성하고 담뱃세 등 간접세를 대폭 인상해 전체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재정 절감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재정 적자는 복지 지출이 아니라 부자 감세 때문이다. 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도꼭지를 틀어잠그고 있는게 정부다. 따라서 양보가 아니라 정부에 맞서 투쟁으로 지지를 끌어낼 필요가 있다.
한편, 새정치연합도 박근혜 정부의 공무원연금 개악안에 분명히 반대하지 않고 있다. “연내 처리는 졸속”이라고만 할 뿐 “고령화 시대를 맞아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김진수 교수안을 토대로 자신들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한다고 한다.
따라서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최근 논란이 된 김진수 교수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내놓는게 맞다.
2014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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