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와 여당은 새정치연합과 공무원연금 관련한 국회 특별위원회와 노동조합도 참가하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국민 대타협기구’는 내용에 대한 어떠한 결정 권한도 없다.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은 이해당사자인 노조의 입장을 듣겠지만 결정은 자신들이 하겠다는 것이다. 유가족의 바람 따위는 내던져버린 세월호 특별법 야합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그동안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한구는 새정치연합과 절차상 이견 정도만 있을 뿐 공무원연금 개악에 대한 “내용은 서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 문희상도 공개적으로 “더 내고 덜 받고 더 늦게 받는” 개악안을 지지해왔다. 심지어 문재인은 “정부, 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에 나선 것은 매우 용기 있고 잘하는 일”이라고 거들었다.
따라서 공투본이 조건부 참가 입장을 밝힌 것은 우려스럽다. 공투본은 성명에서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공적연금 전체로 의제를 확대’하고 들러리 기구가 아닌 ‘실질적 대타협 합의기구’가 된다면 참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얼마든지 ‘말로만’ 그 조건들을 수용한다고 할 수 있다. 공적연금으로 의제를 확대하는 것은 새누리당도 받아들일 수 있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공무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또 실질적 대타협 합의기구 제안도 마찬가지다.
2008~2010년 공무원연금 개악 과정에서는 노사동수로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발전위원회는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통로 구실을 했다. 결국 더 내고 덜 받는 개악안에 노조가 합의한 바 있다. 특히, 당시 개악으로 신규공무원들은 더 큰 불이익을 받게 됐다.
공무원노조를 비롯한 공투본은 여야가 합의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 대타협기구’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경계를 늦추거나 투쟁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새누리당이 주도하고 새정치연합이 거드는 ‘국민 대타협기구’는 기껏해야 개악을 정당화하는 구실을 할 것이고, 우리에게 양보를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당선한 변성호 후보자는 “법외노조 탄압, 연금개악 등에 맞서 노동조합답게 투쟁하라는 조합원의 요구가 당선”으로 이어졌다며 정부의 연금개악에 맞서 ‘연가파업’을 하겠다고 했다.
파업 지지 65.8퍼센트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공무원연금 개악을 강행하면 ‘파업’이라는 투쟁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하겠다고 대답한 공무원 노동자들이 무려 65.8퍼센트(총파업 47퍼센트, 연가파업 18.8퍼센트)였다. 현장 조합원들은 지도부가 투쟁을 호소한다면 행동에 나설 태세다. 많은 조합원들은 이제 간부 중심의 집회와 농성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조합원들의 투지가 오를 때 투쟁 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그런데 공무원노조 지도부는 3월 대통령 불신임 투표, 4월 총파업 계획을 내놓았다. 아마도 새정치연합과 국회선진화법을 믿고 총력투쟁 계획을 뒤로 미룬 듯하다.
그러나 이는 희망 섞인 예측에 근거를 둔 위험한 투쟁 전술이다. 정부 여당의 개악 의지가 분명한데다 새정치연합까지 개악에 동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투쟁 전술은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해 수립해야 낭패를 면할 수 있다. 국회 논의 과정을 보며 시간만 끌면 양보 압력만 받아 조합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수 있다.
한편, 대통령 불신임 투표는 정부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고 공연히 시간만 허비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노동계급의 강력한 수단인 파업 등 집단행동이 진정 박근혜 정부를 위협할 수 있다.
지금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드러난 청와대의 분열을 노동자들이 싸울 기회로 이용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강력해질수록 지배자들이 분열할 가능성도 커진다.
따라서 공무원노조는 2004년 파업 때처럼 전국 동시다발 결의대회, 지부별 결의대회 등을 개최하며 현장 조합원들의 자신감과 투지를 높여가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여당의 연금 개악 의지를 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공무원연금 개악안 “안행위 통과 시”가 아니라 그 전에 파업에 돌입해야 연금 개악을 막는 데 훨씬 유리하다.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구성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분명히 하는 데서 출발해야
공무원노조는 광범한 연대 구축을 위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전국 주요 도시에 건설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언론은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려고 공무원 노동자들과 민간 부문 노동자들을 이간질해 왔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의 형평성 시비도 그 일환이었다.
따라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가 광범한 연대를 구축하면 정부와 언론의 이간질에 효과적으로 맞설 수 있다. 이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운동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편,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공적연금 강화’는 현 시점에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새정치연합도 ‘공적연금 강화’라는 이름을 건 TF가 공무원연금 개악안을 준비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 여당조차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공무원들이 양보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일부 진보 정당들과 사회단체들 그리고 일부 노동조합 지도자들도 ‘공적연금 강화’를 주장하지만 공무원연금은 ‘양보’해야 한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 삭감을 지렛대로 공적 연금 전반을 공격하고, 사적 연금을 활성화하려 한다. 그러나 광범한 단결을 위한답시고 ‘공적연금 강화’만 내세우려 하다가는 정작 공무원연금 개악에 뒷문을 열어 주게 된다.
따라서 광범한 연대 구축이 제 효과를 내려면 일단 공무원연금 개악을 저지하는 것이 ‘공적연금 강화’의 첫걸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뒷문
만약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참가 단체 중 일부가 공무원연금 개악에 양보하자는 입장이라면 공적연금 강화는커녕 공무원연금 개악 저지 활동도 하지 못한 채 마비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오히려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양보를 강요하는 구실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공무원노조 내 투사들은 정부와 언론의 이간질과 왜곡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할 뿐 아니라 진보진영 안에서 제기되는 각종 양보론에 맞서 공개적으로 논쟁을 벌여야 한다. 공무원 노동자들이 단호하게 연금 개악 저지 투쟁을 해야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양보론은 우리의 힘과 대의를 약화시킨다
새정치연합은 경실련 자문을 지낸 김진수 연세대 교수안을 토대로 자체 개혁안을 만들려 하는 듯하다. 김진수 교수안은 새누리당의 개악안에 비해 ‘하후상박’을 강화한 안이다.
그러나 김진수 교수의 ‘개혁’안은 전체적으로 보면 새누리당보다 삭감폭이 더 큰 개악안이다. 그는 새누리당 개악안의 재정 안정화 효과가 얼마 안 된다고 비판할 정도로 시장 지향적이다.
김진수 교수는 모든 공무원 노동자의 연금을 15퍼센트씩 삭감하고 심지어 퇴직한 공무원의 연금까지 똑같이 깎자고 제안한다. 연금 수급 개시 연령도 당장 60세로, 이후 65세로 늦추자고 한다. 특히 신규 공무원은 연금이 40퍼센트나 삭감된다. 재직중인 공무원 노동자들에게 퇴직 공무원과 신규공무원의 연금을 대폭 삭감하는 안을 받아들이라고 이간질한 셈이다. 김진수 교수 안은 공적연금 강화는커녕 선후배의 연금을 팔아 자기 밥그릇만 지켰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이처럼 최하층 일부에게 생색을 내며 전체 복지 수준을 하향 평준화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추진한 전 세계 주요 정부들이 써 온 수법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을 분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미완성이지만 공무원노조 연구 프로젝트로 김성희 고려대 교수 등이 제시한 안도 여러모로 양보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먼저 ‘삭감 반대’가 분명치 않다. “최저생계비와 생활비 수준, OECD 권고 목표 소득대체율을 감안한 급여지급율”이라고 모호하게 표현했을 뿐이다.
삭감 반대
게다가 기여금 인상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는 사실상 현재 받는 임금을 삭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조삼모사인 것이다.
김성희 교수 안은 그나마 김진수 교수안보다는 낫지만 대의를 훼손하기는 마찬가지다. 공무원연금 개악을 추진하는 자들은 곧이어 국민연금 개악을 밀어붙이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핵심은 보험료 인상인데 공무원 기여금 인상은 이를 추진하는데 좋은 명분이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려 할 뿐 아니라, 공공부문 전체를 공격하고 있다. 민영화를 추진하고 담뱃세 등 간접세를 대폭 인상해 전체 노동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
정부는 이 모든 것을 재정 절감 논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재정 적자는 복지 지출이 아니라 경제 불황과 부자 감세 때문이다. 혹은, 미군 기지를 짓고 유지하고 무기를 구입하는 데 쏟아붓는 수십조 원을 복지로 돌려도 되는데 말이다.
따라서 양보가 아니라 단호한 투쟁으로 대중적 지지를 끌어 내야 한다.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와 함께 합시다
정부와 여당, 보수언론은 지난 몇 달 동안 공무원 노동자들을 ‘세금 도둑’,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며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여 왔습니다. 저들은 각종 이간질과 왜곡으로 공무원 노동자들과 민간부문 노동자들을 분열시켜 왔습니다.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는 정부와 여당의 각종 이간질과 왜곡에 맞서 공개적인 논쟁을 벌이고, 공무원연금 개악에 맞서 지역과 업종, 직종을 넘어 서로 소통하고 연대를 건설하고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모임입니다.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는 각종 양보론에 반대하고 새정치연합과 독립적으로 공무원연금 사수 투쟁을 하고자 합니다. 공투본 지도자들이 연금 개악 저지 투쟁에 나서면 적극 지지하고 함께 할 것이고, 만약 투쟁을 회피한다면 공개적인 비판, 투쟁 촉구를 하며 투쟁하는 공무원 노동자들과 공동행동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공무원연금 사수 네트워크>는 공무원연금 투쟁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만 활동하는 한시적 모임입니다. 취지에 공감한다면 함께 합시다.
홈으로
>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공무원연금사수네트워크
홈페이지: -
조회 : 350
의견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