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개편안을 논의 중인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활동시한 한 달여 앞두고도 논의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속도전을 강조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편만 노리는 탓에 공적연금 전반의 개혁을 요구하는 공무원 노동계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대타협기구 파행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민대타협기구, 공무원연금만 만지작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이 공무원연금법만 개악하려 한다면 국민의 노후를 개선하기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공무원연금 개편과 관련해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와 국민대타협기구가 동시에 가동되고 있다. 국민대타협기구에서 공적연금에 대한 합의안을 만들면, 특위가 입법권을 갖고 합의안을 심사하는 구조다. 그런데 국민대타협기구는 출범 후 네 차례 전체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편안만 논의했다. 공적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못한 상태다. 국민대타협기구는 다음달 28일, 특위는 5월2일까지가 활동시한이다.
한국교총·공노총·공무원노조·전교조·우정노조 등 5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공투본의 국민대타협기구 참가는 결정 단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공무원연금 개편의 빌미만 제공하게 될 뿐이라는 내부 의견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투본이 지난달 8일 국민대타협기구 참여를 결정하면서 △공적연금 전반 논의 △공무원연금법과 국민 노후소득보장 관련법 동시 처리를 요구한 것은 이 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새누리당 일방통행으로 불신 증폭
공투본의 이날 기자회견은 국민대타협기구에 대한 애초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 실제 지난 한 달 사이 정부·여당은 공무원연금 개편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일방통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2007년 12월 공무원 노동계와 정부가 체결한 단체협약에는 공무원연금 정부안은 공무원단체와 협의를 거쳐 제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 이달 5일 재직자 연금지급률을 21% 낮추고, 신규자는 낸 만큼만 받아 가는 구조의 정부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공투본은 "사회적 대화 중 정부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라며 이 처장에 대한 경질을 요구한 상태다.
최근에는 공투본이 국민대타협기구에 참여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내세웠던 공무원연금·국민연금 동시 개정이 무산될 수 있다는 신호도 나왔다. 공투본에 따르면 김현숙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대타협기구 산하 노후소득보장제도개선분과위원회 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외 다른 법안은 공무원연금개혁 특위에서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5월 처리' 속도전에 공투본 "탈퇴" 맞불
김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은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속도를 내려는 새누리당의 전술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을 잘 챙겨서 사회적 합의와 성과를 창출하는 개혁의 모범사례로 삼아야 나머지 국정과제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추진동력이 생기게 된다"며 "야당도 4월 중 단일합의안을 완성하고 5월 국회 본회의가 이뤄지도록 합당한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영우 대변인은 "국민대타협기구가 하루 빨리 합당한 개혁안이 나올 수 있도록 속도를 내 주길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만 단독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공무원 노동계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공투본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이미 공무원연금 삭감을 각오하고 사회적 대화를 시작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만 손대고 국민연금을 강화하지 않는다면 우리로서는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대타협기구의 성패는 다음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대타협기구는 산하 공무원연금개혁소위원회·노후소득보장제도개선소위원회·재정추계검증소위원회 등 3개 소위의 회의를 이번주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김명환 한국노총 공무원연금대책특위 위원장(우정노조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소위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에만 집중하고 공적연금을 강화하는 합의안 도출을 회피한다면 공투본은 국민대타협기구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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