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한 지도부 직권조인 문제로 사퇴요구를 받아온 이충재 위원장이 노동조합 탈퇴에 이어 지난 16일 고용노동부에 노동조합(가칭 통합공무원노조)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위원장은 3일 공무원노조 자유게시판에 “절망을 털어내고 희망을 찾아 새 길을 갈 것”이라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민주노총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는 전형적인 분열주의자의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실제로 이 위원장에 대한 사퇴요구가 강하게 제기된 것은 공무원연금 합의과정에서 계속된 그의 거짓말과 책임 떠넘기기 등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 때문이다. 이미 5월 1일 저녁부터 "실무기구가 전격 합의에 이르렀고 발표만 남았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공무원노조는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고, 공무원노조는 어떤 안도 낸 적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무기구 합의는 2일 실제로 드러났다. 이날 새벽까지 조합원들에게 계속 합의사실을 부인해오던 공무원노조 대표단의 합의안 서명이 언론에 공개된 것이다.
그간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파면ㆍ해임 등을 각오하며 동참해 온 조합원들이 직권조인하고도 계속 거짓말과 변명에 급급한 지도부에 배신감을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선에서 조합원들을 직접 대면하는 공무원노조 산하 15개 본부장단은 결국 임원 총사퇴를 요구하게 되었다. 본부장단은 “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리는 지난 5월 2일 투본회의와 국회 앞 기자회견 등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스스로 모순에 빠져 버렸고, 이 상태로는 단 한발작도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임원 총사퇴 요구와 함께 “조직 구성원간의 상호비난을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이충재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교섭은 직권조인이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그러나 군부독재 정권의 탄압과 자본가들의 회유에 대한 투쟁과정에 직권조인은 민주노조에서 절대 있을 수 없는 절대적 가치로 자리 잡았다. 또한 정치권력의 탄압에 맞선 현장과 거리에서 누가 민주노조 운동을 세워왔는가? 그들을 우리는 활동가라 부르고 때론 정파라고도 부른다. 공무원노조의 건설에도 수많은 활동가의 희생과 투쟁이 있었다. 이 위원장은 이 모든 과정을 무시하고 폄하하고 있다. 오히려 자신에 대한 정당한 비판에 대해서도 ‘정파들만 활개 치는’ 것이라며 비난하고 책임을 돌리는 행보를 보였다.
이충재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조합원 앞에 사죄하고 책임져야 한다. 지난 1년 반의 시간 동안 위원장의 지침을 묵묵히 수행한 지도부와 조합원들에게 행안부의 징계공문이 내려와 있다. 이 위원장은 조직의 혼란과 징계가 가시화되는 그 책임의 한가운데 바로 자신이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해직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을 바꾸라는 정부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해 2009년부터 지금까지 법외노조로 있다. 이또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단결과 투쟁의 역사이다. 자신의 뿌리를 거부하고 분열하는 행보는 오래가지 못한다. 정권의 개가 되거나 또다른 어용노조의 씨앗이 될 뿐이라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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