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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09월19일

여유 홈페이지: - 조회 : 347

내 곁에 잠시라도 머물러줘서 고마워...

내 곁에 잠시라도 머물러줘서 고마워...

어때 잘 있어? 벌써 가을이야. 그 곳에서도 가을 기운 느끼지? 누난 몸이 약했잖아. 그래서 괜히 또 노파심 발동된다. 그곳에선 아프지도, 병도 없을 텐데 내가 좀 걱정도 팔자지? 그러게 좀 작작 아프지 그랬냐.^^;

그런데 누나 알아? 벌써 10년이야. 10년이 흘러버렸어.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때부터. 10주년이라.. 빵빠레도 울리고 뭔가를 해야는데, 그러질 못해서 좀 아니 많이 아쉽다. 누나가 옆에 있으면 나, 참 많은 걸 할 수 있었을 텐데.. 알지? 내가 깜짝 이벤트 좀 하잖냐~ 그 이벤트. 오직 누나만을 위한,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그런 이벤트를 할 수 있는데..

그래.. 괜한 얘길 꺼냈네^^; 그래도 어쩌겠냐. 기억이, 아니 심장이 기억하는 걸...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어도, 빡빡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라서 말이야. 심장은 언제나 기억해. 느닷없이, 갑작스레, 불현듯 그렇게 지멋대로 작동하는 것이 심장이더라. 덧씌우고 빡빡 문지른다고, 혹은 ‘delete’키를 누른다고 흔적도 없어질 그런 게 아닌 거 누나도 잘 알잖아...

그래도 살아보니까 말이야. 이런 건 있더라. 사람은 느닷없이 만나고, 눈 깜짝할 새 헤어지고, 그리고 또 어느 순간 잊혀 지기도 해. 싫어도 어쩔 수 없더라. 그게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이더라.

그래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순간을 나는 생생히 기억해. 그 만남. 너무도 특별했던 만남. 어쩌면, 일생에 단 한번 찾아올법한 그런 순간. 난 누군가의 뒤에서 광채가 난다는 말, 안 믿었거든. 그 전까지만 해도 누가 그런 말하면 지 랄한다~고 구박이나 줬는데. 진짜 그런 순간이 있다는 거 누나가 처음 알려줬지.

그 해 가을의 ‘One Fine Day’. 그날 기억하지? 누나도 종종 그날을 내게 얘기했잖아. 그 가을의 그날을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해. 내 설렘과 사랑이 시작됐고, 한편으로 용기와 통증을 동반한 날...

내겐 한국을 떠나 처음 맞이한 가을. 가을에 그저 발을 담궜는데, 어라 누나도 거기 있었지. 그리고 그 가을하늘을 함께 공유하게 시작한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화창하고 맑은 주말의 어느 날. 카메라 사고 싶다며 다운타운으로의 동행을 요청했잖아. 주말에 하릴없이 하숙집에 짱 박혀있기가 무료했든, 바깥공기가 그리웠든,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다운타운을 거닐며 쇼핑을 하고 싶었든, 나도 나가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던 게야. 덥석 누나의 제안을 받아들였잖아.

그리고 우리가 만나기로 정했던 학원 앞 야트마한 정원 앞. 햇살 뜨겁고 찬란하기로 유명한 그 곳의 작은 시골마을. 가을이라곤 했지만 햇살은 아직 뜨거웠더랬지? 혼자 기다리다가 저 멀리서 누가 오더라. 누나였어.

그런데 그 모습. 햇살을 등에 지고 누나가 걸어오는데... 그저 몽롱하더라. 하늘거리는 원피스와 파란빛 자켓, 누나의 얼굴을 가뿐히 감싸는 챙 넓은 모자와 역시 파란빛 광이 나는 선글라스.. 한껏 분위기를 만들어낸 누나의 모습이 가을 햇살과 뒤범벅됐던 순간. 빛..그래 빛이더라. 천사가 온다면 그런 모습이었을 거야. 진짜 그냥 하는 말이 아니고, 그 순간에 매혹되지 않는 사람은 인간도 아냐. 아찔했고 아득하더라. 심장은 박동속도를 높였고 소리도 우렁차기까지..

그런 감정, 순식간이었어. 그것이 내 첫 번째 첫사랑의 서곡. 역시 느닷없이 누군가를 만나듯, 사랑도 교통사고 같은 거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사랑사고야. 준비도 예고도 없이 맞닥뜨리는..

그래... 그날 우린 다운타운과 캠퍼스를 주야장천 싸돌아당겼지? 원래 목적이었던 카메라는 내팽개치고. 산책을 했고, 백화점 꼭대기 예쁜 테라스 한가운데에 앉아 한잔 25센트짜리 커피를 마셨잖아. ‘전혜린’을 이야기했고, ‘사포’를 기억했고, ‘전태일’을 기리며.. 누난 남자애가 무슨 ‘전혜린’을 아느냐며 놀라워했잖아. 후후.. 그래, 그때 난 누나가 알고 있듯, 전혜린처럼 살고 싶었을 때였거든. 지금은 아니지만..

그때 나눈 얘기들이 아직 선명하네. 대학 주말캠퍼스까지 거닐며 서로에 대한 이야길 주고받던 그날. 같은 고향이어서 더 가까워졌지. 서로가 알고 있는 곳을 꺼내면 맞장구를 칠 수 있었으니까.

그래.. 그 순간, 그날이 10년 전이야. 둘만이 만든 그 시간.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될 순간. 누난 나 보라구 언제나 ‘OO보기’란 제목으로 글을 써줬고 나 역시 그에 화답하느라 같은 말을 써댔잖아. 누나 넋두리 볼 때면 언제나 가슴에 몽우리가 지더라. 심장이 뛰는 소리. 그리고 누나한테 보낼 때도 말이야.

언젠가 했던 넋두리 기억해? 우리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눴던 사람이 우리 곁을 떠나 귀향한다고 했을 때, 누난 내게 넋두리를 한껏 늘어놨잖아. “...인간의 만남과 헤어짐이 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듯, 쉬이 받아들일 듯. 그러나, 그 순간을 부여잡고 연연해 마지않는 나약한 인간상...”

이젠 내가 그 넋두리의 주체가 됐잖아. 매년 어떤 날, 그리고 가을. 그날들은 그저 내겐 매직데이야. 알지? 매년 그래왔으니까. 아주아주 가끔 누나 너 꿈속에서도 나와. 그 모습 그대로 하고서 말이야. 불공평하게 나만 늙었어, 쳇. 어느 순간 누나 나이를 훌쩍 넘더라. 좋겠수. 늙지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남아서...

올 가을이 사실 더 유난스럽군. 나 청승맞지? 그치? 10년이라 그런 거 같애. 사실 겨우겨우 버티는 거야. 지키지 못한 그 약속 때문에 미안하기도 하고.. 그 약속 지키지 못해 미안해. 하지만 순전 내 탓만은 아닌 거 알지? 난 거길 혼자서는 가지 못하겠어. 거기 가면 그냥 펑펑 울어버릴 거 같아서 말이야.^^;

그 하굣길 기억하지? 누난 먼 길이라고 했지만, 난 너무 짧았어. 그 길이. 가로수 사이로 빛을 내뿜던 가로등. 그 밤거리가 왜 그렇게 아름답던지. 가로수와 가로등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 않으면서 만들어낸 절묘한 조화. 누나가 그랬지? 모교에 꼭 비슷한 풍경 있다고. 나중에 꼭 같이 가서 그 풍경을 나누자던 약속. 몇 번 그 학교 앞을 갔는데.., 차마 혼자 못 가겠더라. 그냥 그 약속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풍경이라니...

그런데 누나도 내게 지키지 않은 약속 있는 것 알지? 그 언젠가 “인연의 고리를 맺고 끊음이 人志에 좌우될 수 있다면 귀한 네 인연을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지속시키고 싶다”던 그 약속. 그리고 은은한 꽃향기가 풍기는 내 방을 보고 싶다던 이야기. 그렇게 훌쩍 떠날 거면서 왜 그런 약속들 했냐...

그러고 보면 우린 참 많이 걸었어? 그치? Special Education학과를, Broadcasting학과를, 누난 그걸 변덕이라고 했지만, 난 누날 위해 그걸 콕 찍어주고 싶었어. 공부와 현장 사이에서 고민하던 누나가 현명한 선택을 하게끔 도와주고 싶었어. 그래 그 도서관은 잘 있을까. 우리가 늘 앉았던 그 자리, 귀퉁이의 낯익은 의자 2개는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래... 그러고보니 난 늘 누나한테 달려갔었지. 뭐가 그렇게도 좋았었는지... 그땐 나도 체력이 꽤나 좋았었나봐.ㅋㅋ BOA카드를 들고 숨차게 달려갔던 그 겨울날의 영상을 누나가 이야기하면 나도 꽤나 신기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달려갈 수 있었을까하고 말이야. 뭔가에 홀린 것이 분명해.ㅋㅋ 난 아직 그 거리가, 우리가 함께 했던 그 거리가 우릴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그래야만 나도 그 거릴 다시 밟을 수 있을 거 같애.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이건 얘기하지 못한 건데, 나 귀국하기 전, 시간에 쫓겨 그 멀고 험한 거리를 단 2시간만 보고 갈 수 없었던 그때 있잖아. 24시간을 허덕허덕 달려가, 단 2시간이라도 난 좋았지만.. 누나의 얼굴을 그렇게라도 볼 수 있었던 것이 너무도 다행이었지만.. 사실 돌아오는 길에 죽을 고비를 넘겼거든. 찾아갈 때야 누나를 본다는 그 생각만으로 어떻게 갔지만, 돌아오는 길은 너무 험하더군. 도저히 몸이 따르질 않아 곡예운전을 해가며 죽을 뻔한 일도 넘겼더랬다. 그 얘긴 못하겠더라. 이제야 말해.ㅎ 듣고 보니 우습지?　

어쨌든 나 누나 덕분에 꿈들이 생겼잖아. 누나가 가졌던 생각들, 누나가 해준 말들이 지금껏 나를 지탱해. 니가 선택했던 그 자원봉사활동을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면서 나는 세상을 좀더 달리 볼 수 있게 된 셈이야. 널 만나기 전과 만난 후 나는 달라졌어. 지금까지의 내 생은 널 만나기 전과 그 후로 나뉜거야. 그리고 다시 갈라진 건 누날 보내기 전과 그 후이기도 하지. ‘before’와 ‘after’의 그 간극. 삶은 그렇게 균열을 경험해.

당초 누나의 선택이고 짐작하긴 했지만, 혼란스럽고 당황해하며 회의가 인다던 그 자원봉사활동 시절. 나는 아직 누나가 건넸던 말을 간직해. “자립배양능력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중증 장애인들에 대한 아낌없는 배려와 눈물나는 헌신을 해야 한다는데 솔직히 회의가 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 사회가 안고 있는 그늘에 대해, 결국 우리 스스로가 책임을 져야 하고, 우리 중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는 기본 명제가 순간순간 되새겨져, 내 생활의 리듬을 찾아가게 하고 있다..”던.

그래서 내 꿈도 말이야. 사회생활 하기 전 내 좋은 후배 녀석과 함께 작당을 했던 건데. 그리고 누나가 떠나면서 다짐을 하긴 했던 건데 말이야. 특수학교와 소수자들만을 위한 병원을 세우는 거였어. 내가 아니면 그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거지. 하긴 ‘특수’란 말도 웃기다. 그치? 그들은 그저 약간 불편할 뿐인데, ‘특수’라는 말을 붙여 그들을 소외시킬 건 뭐야.

그런데 그 꿈을 버리진 않았는데, 솔직히 그때 같지만은 않아. 누나도 잘 알겠지만, 세상이 그리 만만치 않아. 어떤 사람들은 내가 인생을 즐겁게 살고 생을 즐길 줄 아는 것 같다고는 하지만, 마냥 그렇지도 않아. 나 사실 겨우겨우 버티고 견뎌. 이 견고한 세상과 일정부분 타협할 거 하면서 눅눅하고 비루한 사람살이 지탱하고 있어.ㅠ.ㅠ 뭐 그래두 대개의 사람살이란 원래 그래. 그렇다구 내 생을 내팽개치진 않아. 그건 잘 알지?

그래... 인력으로는 되지 않는 일이 훨씬 많더라. 아무리 절실하게 마음으로 원해도 거스를 수 없는 일도 있더라. 누날 보낸 일도 그랬고... 그게 우리네 생인걸 이젠 잘 알아. 누나도 내 맘 알지?

나 잊는다는 말 믿지 않아. 헤어지고 잊는다는 말. 머리 속에선 가능해도 심장은 그게 아니잖아. 아주아주 가끔은 불쑥 누나가 내 일상에 파고들어. 그러면 난 아직도 설레. 그리고 심장이 뛰어. 그러면서도 통증을 느끼지. 사랑니 같던 첫 번째 첫 사랑의 통증.

이미 심장에 박혔던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흔적을 남겨. 방도 차지하고. 그 흔적 무엇으로도 지울 수 없잖아. 연필로 쓴 글을 지우개로 빡빡 지워도 그 흔적을 말끔히 없앨 수 없듯 말이야. ‘delete’키를 눌러도 마찬가지잖아. 컴퓨터는 기억할거야. 그 지우기 전의 이야기들을. 그저 희석되고 희미해질 뿐이지.

고마워. 늘 고마워. 이런 말 니가 싫어할 거 알지만. 이번만은 그냥 들어줘. 10년. 우리 만난 지 10년 된 계절이잖아. 그날들. 내 생애 가장 행복한 날들을 선물해 줘서 고마워. 네가 있어서 행복했어. 내 곁에 잠시라도 머물러줘서 고마워. 사랑하게 해 줘서 고마워. 니가 그렇게 떠나버렸지만, 사랑하니까 괜찮아. 내 생도 네가 있어서 마냥 눅눅하지만은 않았어. 물 먹은 스폰지처럼 가라앉을 뻔한 내 청춘에 넌 빛이었고, 구원이었어. 누나 니는 내한테 심장을 뛰게 해주고, 달리게 해 준 사람이야. 니가 아니었다면 내 심장은 뛰는 법을 몰랐을 테고, 그렇게 한겨울에 달리지도 않았을거야.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대. 기침과 가난, 그리고 사랑. 그 사랑을 하게 해주면서 떨림과 아련함을 알게 해줘서 고마워. 내게 용기는 너 없는 세상에서 꿋꿋이 버티고 견디는 걸 뜻하는거야. 알고 보니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 나 같은 건 명함도 내밀지 못하게 말이야. 너무나도 크나큰 슬픔을 가슴에 품고 살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저 아무일 없듯, 살아가는 사람들 말이야.

내가 청승 좀 떨었나?ㅋ 그때처럼 그냥 묵묵히 지켜보기만 할 거지? 그냥 우리의 10년을 훌쩍 아무렇지 넘기려니 섭섭해서 그랬어. 이해해줄거지? 다음에 언젠가, 그 언젠가 만나면 확인할거다.ㅎ

권대웅의《천국에서의 하루》에 이런 말이 나온대. 자기 생애든 남의 생애든 회고한다는 것은 가을이 어울린다고. 역사라는 것은 가을의 것이고, 추억 또한 가을의 것이라고. 그래서 우리 추억도 가을에 시작해서 많이 만들어졌나봐.

그래도 말이야. 나는 가을이 아프다. 니가 없어서,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마음에 바람이 머물러. 사실 누나만 있다면, 이 가을은 청춘스케치에 나오는 대사마냥, 너와 나, 담배 몇 개비, 커피 한잔, 약간의 대화, 5000원만 있으면 충분한대.. 그래서 누나만큼 사랑스런 사람을 본 적이 없고, 누남나큼 나를 외롭게 한 사람도 없어.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나 누나만 바라보고 살지 않는 것 잘 알지? 나도 연애하고 사랑하고, 그렇게 살았고 계속 그렇게 살거야. 너만을 위해 지독한 로맨티스트가 될 수는 없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누군가는 그가 곁에 없어도 그를 위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로맨틱하냐,고 말했다지만 난 달라. 난 나를 위해 살아갈거야. 외로우니까 사람이고, 사랑하니까 사람이지. 어케 지나간 사람만 간직하고 살겠냐.

조금 섭섭하더라도 내가 아는 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란거 알아. 누난 그냥 내 첫번째 첫사랑이야. 난 그 이후로도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 첫사랑을 했고 앞으로도 할거야. 두번 세번.. 그 이후로도 계속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게 무슨 죄겠냐. 그치? 널 사랑할 땐 니가 전부였고 너만을 사랑했고 미치게 사랑했지만, 내가 살아가는 건 ‘지금-여기’니까. 사랑하면 그 순간에 충실할거야. 그게 니가 바라는 것이기도 하지?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말이야. 내겐 절대반지가 있어. 누나가 노파심에서 했다고 건넨 말.

“건강하게 사회 속에 썩어 들어가기 바라네. 해서, 사회기둥의 한 뿌리가 되어 있는 자넬 보고 싶네,. 든든한 한 뿌리가..” 자신할 수 없지만, 든든한 뿌리까지 될 자신은 없지만, 늘 내 가슴 속에서, 숨이 멎는 그 날까지 간직할게. “건.강.하.게. 썩.어.들.어.가”란 그 말.

직접 지은 시까지는 재능이 안 되고, 이 시를 보낼게. 그리고 올 가을엔 니가 좋아하는 보라색 아이리스를 내 방에 꽂아둘게. 시간되면 그 향기 맡고 가. 사랑해. 보고 싶어...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지는 저녁에는 배도 고파라

정호승 - 꽃지는 저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