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정부의 홍보성 행사에 16개 구·군의 참가를 반강제로 권유하자 뒷말이 무성하다. 재원 부족에 시달리는 기초자치단체들은 “새 정부와 부산시는 불요불급하거나 과시성 이벤트를 줄여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행정안전부(전 행정자치부)는 다음 달 31일부터 오는 9월 3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017 대한민국 행정홍보대전’을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의 우수 정책을 한 곳에서 홍보하고 채용 정보도 소개한다는 게 취지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달 적극적인 참가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자치단체에 보냈다. 당시 많은 자치단체와 공기업이 수백만 원의 참가비를 갑자기 마련하기 어렵고 홍보 효과도 의문이라는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부산에서는 사하구만 유일하게 참가 의사를 밝혔다.
부산뿐만 아니라 다른 시·도의 참가도 저조하자 행안부는 참가 신청 마감일을 지난 7일에서 21일까지 연장했다. 부산시도 지난 17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16개 구·군 부구청장들에게 “행사에 꼭 참석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에는 부산시 간부가 직접 부구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스 설치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사하구에 이어 동·서·금정구를 비롯한 8곳이 참가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A구의 담당 간부는 “부스비용과 기타 경비까지 더하면 700만 원 이상 든다. 당장 예산을 뺄 곳도 없어 난감하다. 부스를 지킬 인력도 보내야 한다”며 “전시성 행사에 일괄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예산 낭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불참에서 참석 쪽으로 입장을 바꾼 B구 담당자도 “행정을 잘하면 유권자가 먼저 안다”며 “지금부터 부스에 전시할 홍보거리를 찾아야 할 판”이라고 털어놨다.부산시는 참여를 권유했을 뿐 강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간부는 “다른 시·도에서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도 하지 않으려 했으나 뒤늦게 참여하는 분위기로 바뀌는 것 같아 기초단체에 상황을 전달한 것”이라며 “새 정부 주최 행사인데 체면치레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해명했다. 행안부 측도 “참여를 강요한 적이 없다. 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부산공무원노조 측은 “구·군 담당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행안부와 부산시가 강권한 게 맞다”고 반박했다.
부산대 강재호(행정학과) 교수는 “정부 행사에 각 자치단체를 동원하는 구태는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고 이제 사라져야 한다”며 “새 정부도 그런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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