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지역 노동·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7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공서에서 새마을기를 내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제공 부산지역 관공서에 태극기와 나란히 내걸린 '새마을기'를 내리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40여 년간 이어진 새마을기 게양이 시대정신과 맞지 않고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인데, 새마을기가 갖는 상징성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 등 부산지역 42개 노동·시민단체는 지난 7일 오전 부산시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례처럼 관공서에 게양되고 있는 새마을기를 이제는 내려야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42개 노동·시민단체
새마을기 내리자 주장 제기
"정치색 없는 상징물" 반론도
새마을기는 현재 부산시청과 16개 구·군청 게양대에 태극기, 시기, 구·군기 등과 함께 걸리고 있다. 부산시청은 오거돈 시장 취임 이후 새마을기를 격월로 게양하지만, 구·군청은 1년 내내 새마을기를 걸어놓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새마을운동회는 수많은 민간단체 중에 하나인데 이를 대표하는 깃발이 관공서에 태극기와 나란히 게양될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며 "새마을기를 태극기나 시, 구·군기와 동급으로 예우한다는 국민적 합의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박근혜 정권은 보수 결집과 아버지 명예회복을 위해 '새마을운동 조직 지원 조례'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새마을기 게양 근거까지 마련했다"며 "새로운 시대정신과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행정을 위해 지자체는 새마을기 내리기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새마을기는 박정희 정권시절인 1973년부터 각 지자체 게양대에 내걸리기 시작했고, 1976년 내무부령으로 게양이 의무화됐다. 이후 1994년 대통령 직속기구인 행정쇄신위원회에서 새마을기 게양을 각 지자체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995년, 광주시는 지난해에 새마을기를 게양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과 광주를 제외한 전국의 지자체는 '국기게양대에 태극기와 새마을기를 병립해 게양할 수 있다'는 조례를 바탕으로 새마을기를 걸고 있다.
한국 근대사에서 새마을운동과 새마을기가 갖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부산시새마을회 김병헌 사무처장은 "새마을기는 근면·자주·협동의 새마을정신을 뜻하는 순수한 상징물일 뿐 정치적 의도는 담겨 있지 않다"며 "유엔이 성공한 국민운동으로 인정하고 세계 40여 개 국가가 새마을운동을 벤치마킹하고 있는데, 정작 자국에서 새마을운동의 상징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또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새마을정신을 떠올릴 수 있었던 것은 새마을기라는 상징물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새마을기는 한국 근대사를 이어가는 자랑스러운 상징물로 앞으로도 계속 게양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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