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해직 공무원 복직 특별법’으로 논란 …최현오 대변인에게 들어본 전공노의 입장
ㆍ판결을 무효화하는 것 아니고, 별도 입법으로 구제하자는 것
ㆍ2~3년 경력 인정 중재안 수용도 명예 때문, 복직돼도 곧 정년
최현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동 전공노 사무실에서 전공노 해직자 복직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공무원도 노동자입니다.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려 2~3일 ‘결근’한 것이 일자리를 잃고 15년간 고통을 받아야 할 정도로 중죄입니까?”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 해직자 복직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을 향해 지난 14일 만난 최현오 전공노 대변인이 한 말이다.
앞서 지난 11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공노 해직자들을 복직시키고 해직 기간 중 일부를 경력으로 산정해 주는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발의 직후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 법조계는 대법원에서 해직처분이 정당하다는 확정 판결까지 난 징계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삼권분립을 흔드는 처사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국회 연설에서 전공노 해직자 복직 문제를 거론하며 “문재인 정부가 강성 귀족노조 등 정권 창출 공신 세력이 내민 촛불 청구서에 휘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대변인은 “해직자 복직 문제가 정쟁의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공무원의 노동기본권은 물론 정치기본권까지 논의되는 시대가 됐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도 한국 정부에 수차례 해직자 복직을 권고했고요. 복직 요구가 지금의 국민 정서에 어긋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최 대변인은 ‘특별법 제정이 법적 안정성을 해치는 처사’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법원 판결 자체를 무효화하자는 게 아니라 별도의 입법을 통해 구제를 모색하자는 겁니다. 2017년 1월 진선미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해직 기간 미지급 임금 전액을 보전하는 내용)을 포기하고, ‘복직’과 ‘2~3년간의 경력만 인정’하는 중재안(홍익표 의원 발의 법안)을 수용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해직공무원보상등에관한특별법’,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전교조 해직자 복직 조치 등 선례도 있는데, 보수 진영의 논리대로라면 기존 판례에 반하는 어떤 입법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아닌가요? 이는 오히려 국회의 입법형성권을 침해하는 겁니다.”
전공노 해직자 문제는 참여정부 때인 2004년 시작됐다. 공무원직장협의회를 모태로 2002년 결성된 공무원노조를 합법화하기 위해 당시 참여정부는 공무원노조법 제정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공무원의 특수성을 이유로 단체행동권 등을 제한하려 하자 공무원들이 대거 연가 투쟁에 나섰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연가 사용을 불허하고, 집단행동을 엄단한다는 지침을 내렸다. 연가 투쟁에 나섰던 공무원 약 2500명은 무단 결근, 지시 불복종, 근무지 이탈, 집단행동 금지 규정 위반 등의 사유로 징계됐다. 가담 정도에 따라 파면·해임까지 당했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전공노는 2007년 공무원노조법 제정으로 합법노조가 됐다가 2009년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다시 법외노조가 됐다. 그러다 지난해 현 정부 출범 직후 합법노조가 됐다.
그러나 해직자 136명은 끝내 일터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들에 대한 처분이 규정에 의한 것이었고, 공무원의 쟁의행위가 국민의 이익에 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었다.
최 대변인은 “공무원이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기 때문에 쟁의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공무원도 노동자인데 노동기본권을 요구하려 2~3일 ‘결근’한 것이 일자리를 잃는 이유가 됐다. 당시 연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무단 결근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사자의 소명 절차도 없이 징계가 의결된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덧붙였다.
해직자 136명은 15년간 조합의 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1인당 연간 5000만~6000만원을 받았다. 14만명이 가입한 대규모 노조라 가능했다. 대변인은 “군소 노조 해직자들에 비해 생계 걱정을 덜했던 건 사실이고, 해직자 상당수는 복직해도 2~3년 후면 정년퇴직한다”면서 “그럼에도 복직을 원하는 건 명예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공무원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모르지 않는다”면서 “노조는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조직이긴 하지만 공무원이라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국민의 지지를 더 우선하겠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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