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6일 시행] ‘후래자삼배’·24시간 카톡 지시, 법으로 금지한 괴롭힘입니다
입력 : 2019-07-14 [19:28:49] 수정 : 2019-07-14 [19:30:28] 게재 : 2019-07-14 [19:30:41]
일러스트-류지혜 기자 birdy@
‘직장 내 괴롭힘’은 크게 △폭언·폭행 △모욕·명예훼손 △부당 업무지시 △따돌림·차별 △강요 등 유형으로 나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 적용 기준이 모호하고 사업주 처벌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후래자삼배도 강요는 NO!
‘후래자삼배(뒤에 온 사람에게 연거푸 세 잔을 먼저 마시게 하는 것)’는 회식자리에 늦게 온 사람에게 주는 일종의 벌주다. 보통은 직장 내에서 맥주잔에 소주를 가득 부어주는 방식으로 세 잔을 주는 데 직장 내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이를 마시라고 압박할 경우 음주를 강요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여기에 후래자삼배를 하지 않는다고 “일도 못하는 게 회식 분위기도 못 맞추네 너한테 뭘 바라겠냐”는 따위 말도 ‘술자리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농담’이 아니라 모욕이다.
폭언·폭행·모욕·강요 등 유형
적용 기준 모호해 실효성 논란
노동계 “사업주 처벌 조항 빠져”
정당한 인사·업무 등에 반발
불만 표출 수단으로 악용 우려
카톡으로 24시간 업무지시를 하는 것도 부당 업무지시에 해당한다. 부당 업무지시에는 아예 허드렛일만 시키는 일과 특정 노동자에게 반복적으로 모두가 힘들어하는 일을 시키는 것이 포함된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가 발표한 ‘2019 직장갑질, 괴롭힘에 관한 공단 지역 노동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은 274명 중 92명이었다. 이 중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이 28명,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27명, ‘휴가 복지혜택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 행사’ 23명,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림’이 21명 응답해 가장 많은 피해 사례로 지목됐다. 각각 따돌림·차별, 폭언·폭행, 강요, 모욕·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모호한 기준, 사업주 처벌 부재
직장 내 괴롭힘이 명문화된 것은 환영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것이 노동계와 경영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노동계는 시행되는 법 조항에는 사업주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민주노총 동부산상담소 김둘례 상담실장은 “피해를 소속 회사에 신고하고 회사가 자체적으로 조사와 조치를 취하기 때문에 가해자가 회사 사업주일 경우 제대로 된 조사나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모든 조사와 처리 권한이 사업주에게 있어 사업주의 의지가 부족할 경우 법 취지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영계에서는 괴롭힘 금지법 기준이 모호해 인사나 업무에 대한 불만 표출 수단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사업자 입장에서는 저성과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이를 인사상 불이익 등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산지역 A기업 대표는 “성과가 낮은데 소위 말하는 선호하는 자리로 보낼 수는 없지 않느냐”며 “저성과자에 대한 페널티와 괴롭힘을 명확하게 구별할 수 있는 지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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