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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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6년10월17일

부천지부장 홈페이지: - 조회 : 428

조직의 고민을 함꼐 풀어갑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지난 2월 시측의 조합원 강제탈퇴 지시에 맞서 12일간 단식농성을 하였던 부천시지부장 이종만입니다.

요즘 탄압의 강도로 보아 많은 지부장과 본부장들은 고민이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저 역시 고민과 합께 마음이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이 면을 빌려 잠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저의 단식투쟁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다만 당시 제가 처했던 당시의 상황을 말씀드림으로써 우리 조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입니다.

우리 지부는 2월까지만 해도 우리 단위조직에서는 가장 큰 1600여 조합원을 가진 덩치 큰 순탄하고도 평온한 지부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부시장의 탈퇴 강제 지시에 1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와해 직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의 모든 조합원이 탈퇴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저는 암담하였습니다. 솔직히 고민도 많았고 갈등도 많았습니다. 이러한 마당에 어찌 잠을 이룰 수가 있었겠습니까?

그러던 제가 잠을 뒤척이던 이른 새벽에 맑은 정신으로 마음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몇 시간의 마음 정리 속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결론은 이러하였습니다.

첫째, 자존심입니다. 노동운동에 있어 강약이 있을 뿐, 탄압이 있는 것이 노동의 현실인데, 탄압에 못이겨 다른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둘째, 조직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세가지입니다. 하나는 탄압에 못이겨 조직변경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부천시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 이종만'이 아니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천시지부장 이종만'이라는 사실입니다. 하여 중앙의 방침이 없는 지부단위의 조직변경이라는 결정은 상상도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 즉 지부장으로서의 운신의 폭이 조직변경이라는 것까지 허용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궤변론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을 합리화할 명분을 만들어 가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렇게까지 뻔뻔스럽지 못한 것이 저의 한계입니다. 다른 하나는 탄압에 못이겨 스스로 사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선택할 수 없는 방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노동운동에 있어 탄압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부장하겠다고 읍소할 때는 언제고 탄압이 들어오니까 못이겨 사퇴한다는 것은 논리에도 맞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에 사퇴를 한다면 얼굴 들고 다닐 정도로 뻔뻔스러움을 갖지 못합니다. 그것은 저에게 조금의 양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선택은 군인이 전쟁터에서 장렬하게 전사하듯 죽음을 각오하고 조직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단식투쟁을 하였던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경남본부장님께 감히 제안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탄압에 맞서 단식 10여일 했다고 알량한 자랑을 늘어뜨리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경남본부는 본부장님의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다만 본부장님은 경남을 대표해서 경남지역을 책임지라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즉 본부장님은 '경상남도 공무원노조 위원장 정유근'이 아니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정유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점 명심하셔야 합니다.

이 탄압국면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사퇴'하심이 차선입니다. 본부장님이 사퇴하신다면 많은 조합원들은 적어도 이해는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솔직함을 좋아합니다. 사람들은 이리저리 구차한 명분 들이대는 것을 압니다. 다만 말하지 않을 뿐입니다.

그 조차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20일의 지부장 토론회에서 조직변경 제안을 하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본부장님의 소신은 토론회와 조합 대의원대회에서 피력하십시오. 많은 사람들이 본부장님을 존중할 것입니다. 그러나 조합의 결정 없이 단독으로 무슨 결정을 하신다면, 어떤 명분과 이유를 막론하고 본부장님의 결정에 저를 비롯한 수많은 조합원들은 본부장님을 존중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본부장님은 '경상남도 공무원노조 위원장 정유근'이 아니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본부장 정유근'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설립신고가 본부장님의 소신이어서 본부단위에서 해야겠다면 지금과 같은 탄압국면이 아닌 때에 했거나 앞으로 탄압국면이 지나서 해야 합니다. 우리 속담에 있지 않습니까? 오얏나무 밑에서 갓을 고쳐쓰리 말라는 속담 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하겠다면 두려운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하거나 아니한 것만 못한 결과가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것, 다시 한번 가을 바람에 소박한 여인이 옷깃을 여미는 마음으로 우리들의 가슴을 채워야 하겠습니다.

그럼 20일에 서로 웃는 얼굴로 뵙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