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 경남도청 출입기자와 도청 간부 공무원들은 20~21일 사이 남해스포츠파크호텔 등에서 1박2일 일정으로 단합대회를 열었다.

경남도청 출입기자들이 실·국장 등 간부공무원들과 함께, 도청 예산과 간부공무원들이 낸 비용으로 1박2일간 남해에서 단합대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는 단체장과 간부 공무원들이 기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단합대회에는 경남도청에 출입하는 중앙·지방 기자들과 행정부지사, 실·국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일 저녁부터 21일 오후까지 이어졌다. 김태호 도지사와 일부 기자들은 이날 단합대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창원에서 20일 오후 도청 소유의 버스로 남해로 이동했다. 이들이 남해로 온다는 소식을 안 남해군은 하영제 남해군수와 이재룡 부군수가 참석한 가운데, 이날 저녁 수십만원을 들여 남해읍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대접했다.

이어 이들은 남해 서면에 있는 남해스포츠파크호텔에 투숙했다. 기자와 간부 공무원들은 호텔 바깥에서 국산 양주 1상자를 구입한 뒤, 이날 저녁 9시경 남해스포츠파크호텔 안에 있는 단란주점에서 노래를 부르며 놀기도 했다.

이들은 새벽까지 호텔 방에서 양주를 마시며 논 뒤 잠에 들었고, 21일 오후 1시경 도청 버스를 타고 호텔에서 나와 남해 일대를 관광한 뒤 창원으로 돌아왔다. 이들 중 일부는 20일 저녁 먼저 창원으로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청은 당초 남해스포츠파크호텔 객실 21개를 예약했다가 10개를 사용했다. 이날 호텔 비용은 총 105만원이 나왔으며, 이는 2개의 카드로 결재했다. 단란주점 비용은 35만원이 나왔으며, 간부 공무원이 낸 것으로 알려졌다.

남해스포츠파크호텔 관계자는 "기자와 간부공무원들이 호텔에서 나간 뒤 객실에 들어가 보았더니 양주병과 안주 찌꺼기들이 나뒹굴고 있었다"면서 "그들이 방 안에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투숙객들이 보여 온 모습들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관언유착... 기자들에 밥 사주면 선거법 위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단체는 기자와 간부공무원들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병하 전 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은 "읍·면·동사무소의 업무추진비는 쥐꼬리만 해 민원인들에게 요구르트 하나도 내어주지 못할 정도인데, 도청뿐만 아니라 시·군청의 공보관실의 업무추진비는 거기에 비하면 수십배다”고 말했다.

그는 "그같은 업무추진비로 인해 도·시·군정에 대해 과대홍보하도록 하거나 우호적으로만 보도하도록 하는 작용을 해 왔다"면서 "지금까지는 관행으로 이루어져 왔지만,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관청에 출입하는 기자들은 행정에 대해 견제와 비판을 해야 하는데, 도민의 혈세를 써가면서 공무원들과 친목도모를 한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걱정"이며 "특히 북 핵실험으로 국민들이 긴장하고 있고, 국정감사 기간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니 더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강창덕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이것이 대표적인 관청과 언론의 유착이다"면서 "무슨 이유로, 그것도 1박2일로 단합대회를 열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단체장이 기자들에게 밥을 사주는 것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결도 나왔다"면서 "단체장과 단체장을 대신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간부 공무원들까지 참석해 기자들에게 밥을 사주는 등 접대를 했다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도청 "매년 해오던 일", 도의원 "추태 부리지 않아"

이에 대해 경남도청 한 간부는 "실·국장들의 인사이동이 있은 뒤 한 번도 기자들과 식사를 하지도 않았고, 해마다 해오던 일이기도 하다"면서 "남해스포츠파크에 가보지 못한 기자와 간부 공무원들이 있다고 해서 산업시찰 차원에서 갔다"고 말했다.

경남도청 공보담당관은 "매년 해왔는데,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 다르다"면서 "앞으로는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남해군청 관계자는 "도청 기자들과 간부 공무원들이 남해에서 연찬회를 연다고 해서 손님을 맞는다는 차원에서 저녁 식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