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긴 세월이었다. 노동조합을 만들었을 때 품었던 초심으로 돌아가 공직사회에 노동권 중요성을, 그 정신을 전하고 싶다."
18년 만에 도청으로 돌아가게 된 이병하 전국공무원노조 정치위원장 말 속에는 아쉬움과 고마움이 함께 묻어났다. 해직 공무원이 공무원노조 활동·확장에 걸림돌이 되진 않았는지 하는 미안함도 크다는 그는 이번 복직이 노조 발전 분기점이 되길 바랐다.
공무원노동조합 결성·활동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된 공무원이 현장으로 돌아간다. 국회는 지난 9일 본회의에서 '공무원노조 관련 해직 공무원 등의 복직 등에 관한 특별법'을 통과(재석 273명 중 194명 찬성, 42명 반대, 37명 기권)시켰다.
특별법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설립된 2002년 3월 23일부터 2018년 3월 25일까지 노조 관련 활동(설립·가입 등)을 사유로 해직되거나 징계(강등·정직·감봉·견책)를 받은 공무원을 복직시키고 징계기록을 말소할 수 있도록 했다.
법에 따라 해직 공무원은 해직 당시 직급으로 복직한다. 추후 연금 산정 때에는 노조가 합법적으로 활동했던 기간도 재직 기간에 합산하고 정년이 지난 해직자에게는 연금 특례를 준다. 해직 기간 임금은 인정하지 않는다. 또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3개월 이내에 해직자를 복직시키도록 했고, 1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노조 결성 과정에서 해직된 공무원은 136명이다. 이들 중 6명은 유명을 달리했고 43명은 정년이 지났다.
도내에서는 5명이 길게는 18년 동안 복직하지 못하고 있었다. 경남도청 소속이던 김영길 전 공무원노조 위원장과 이병하 위원장, 김일수(함양)·강수동(진주)·강동진(사천) 해직자다. 이 중 김영길 전 위원장과 김일수 해직자는 이미 정년이 지났다. 2004년 10월 해직된 이병하 위원장은 정년까지 1년가량 남았다.
▲ (왼쪽부터) 이병하, 강동진, 강수동 해직자가 지난해 2월 서울에서 열린 집회에 참가한 모습. /오마이뉴스
이 위원장은 "공무원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조직 내 직책이 높다는 이유로 수년간 근무했던 직장에서 한순간에 쫓겨났다"며 "얼마 지나지 않아 다 정상적으로 돌아가리라 봤다. 하지만 '국가 권력에 대응했다'는 이유로 받은 상처는 너무 길고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이 통과됐지만 해직 공무원 중 절반가량은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미 돌아가신 분도 있고, 병원에서 치료 중인 분도 20여 명이나 된다"며 "정신·신체적으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공무원노조라는 구심점이 있다 보니, 포기하지 않고 여러 투쟁을 펼칠 수 있었다"며 후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에 대한 아쉬움과 미안함도 내비쳤다. 법이 통과하면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해직 기간 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점, 해직 당시 직급으로 돌아간다는 점 등을 두고는 '거부 투쟁을 해야 한다'는 내부 의견도 있었다"며 "해직자들이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은 2000억 원에 이르는데, 이걸 마냥 요구하면 특별법 통과가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니 월급에서도 큰 차이가 나게 됐다. 이번에는 양보하며 미처 풀지 못한 과제는 향후 단협 개정 등을 통해 정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특별법 통과가 해직 공무원 명예회복과 아픔 치유에 조금이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쫓겨났던 도청으로 돌아가게 됐다. '환영한다'는 문자도 많이 받았다"며 "이번 복직이 노동권 확립과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지난 세월 억울함과 아쉬움도 조금은 덜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별법 통과와 관련해 전국공무원노조는 "해직자 원직 복직 투쟁을 통해 다시 한 번 공무원 노동자 두 손에 노동기본권과 정치기본권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며 "천부인권 쟁취를 위해 전력을 다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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