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빚고 있는 ‘공무원 점심 휴무제’의 도입 여부가 부산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된다. 공무원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원인 피해가 늘어난다는 우려가 맞서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는 내년 1월 1일 도입을 목표로 ‘공무원 점심 휴무제’ 도입과 관련해 구·군별로 교섭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노조는 지난 12일 점심 휴무제 관련 사례발표 및 지부장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지부 관계자 및 16개 구·군 노조 지부장이 모여 전국 법원과 광주시의 사례를 듣고 도입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점심 휴무제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일괄적으로 공무원의 민원 업무를 쉬고 점심시간을 갖는 제도다. 2017년 경남 고성군에서 시작해 2019년 전국 법원 민원실 등으로 확대됐다. 지난달 1일부터는 광역지자체로는 처음으로 광주 5개 구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점심 휴무제를 도입했다. 이외에 경기 오산·수원시, 전북 남원시, 전남 무안군·순천시 등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점심 휴무제를 두고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재 점심시간에 교대로 식사하면서 민원을 처리하느라 응대 속도가 느린 문제를 해결하고, 식사 시간도 여유 있게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노조 박중배 본부장은 “교대근무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인식이 많아지는 추세다. 점심시간 1시간을 확보해 다 같이 쉬고 오후 1시부터 집중적으로 근무하는 게 공무원이나 민원인 모두에게 좋은 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도 도입에 따른 시민 불편이나 피해는 우려된다. 강서구에서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는 “부동산 계약에 필요한 인감증명서 발급은 직접 창구에서 받아야 하는데, 계약자 대부분이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야 하는 직장인이다. 동 행정복지센터가 점심시간에 민원을 받지 않으면 허탕 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무인민원발급기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서도 증명서 발급 등이 가능하지만, 아직 서비스되지 않는 문서도 있어 시스템 정착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부산은 다음 달에 전국 특별·광역시 중 최초로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등 상대적으로 고령의 시민이 많다. 이들이 민원 업무를 위해 낯선 시스템을 활용하고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점심 휴무제를 도입한 현장도 아직은 혼란스럽다. 제도 도입 한 달째인 광주의 동 행정복지센터는 점심시간에 공공근로 도우미를 고용해 무인원발급기 위치와 이용 방법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무인발급기나 인터넷에서 지원하지 않는 대면 서류 발급이 필요한 경우와 발급기 이용에 어려움을 느끼는 고령 시민의 불편 호소가 이어지는 등 부족한 부분이 지적된다. 배지열 기자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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