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내년 봄에 열리는 OECD 이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지난 1997년부터 받아 온 OECD 고용노동사회분과위원회(ELSAC)의 감시절차에서 벗어났는지에 대한 논쟁에 종직부가 찍힐 예정이다.

지난해 6월 OECD 이사회는 한국정부의 감시절차 졸업 여부에 대해 격렬한 논쟁을 벌인 결과 “한국 정부는 늦어도 2007년 봄까지, 혹은 개혁의제가 완료된다면 그 전에라도 ELSAC에 보고하고 ELSAC은 그 결과를 이사회에 통보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앞서 ELSAC은 “한국의 개혁결과가 국제기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해 노사관계로드맵이 완료되는 2007년까지 추가적인 후속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는 권고안을 채택하고 이사회에 이를 보고했다.

이런 결정에 대해 노동부는 “노사관계법제도 선진화방안 마련, 공무원노조법 제정 등을 감안할 때 더이상 모니터링이라는 외부압력의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며, 사실상 OECD 감시절차에서 벗어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만약 한국 정부를 OECD 감시 과정으로부터 졸업시키고자 했다면, 왜 늦어도 2007년까지 결과를 보고하도록 요구했겠냐”며 “감시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처럼 내년 봄 OECD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는 노동기본권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대한 OECD 감시절차 종료 여부가 명확치 않은 가운데, 롤랜더 슈나이더 OECD TUAC(노동조합자문위원회) 정책전문위원이 “한국정부가 OECD의 감시절차를 계속 받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26일 ‘OECD 가입 10년, 한국노동기본권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민주노총에서 열린 워크숍<사진>에서 슈나이더 전문위원은 “OECD가 경제성장과 회원국들간의 안녕을 도모하기 위한 기구이지만 한국정부에 대한 특별감시절차와 관련한 우리(OECD TUAC)의 협의과정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OECD 산하 국제노동조합기구인 TUAC은 지난해 6월 OECD 이사회가 한국정부에 대한 감시절차 졸업 여부를 논의할 당시, 감시절차 지속을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또 내년까지 노사관계 개혁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이사회 결정에 대해 한국정부가 “감시절차를 졸업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사회 결정에 대한 완전한 허위진술”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슈나이더 전문위원은 “지난해 이사회에서는 감시절차 종료와 ILO 이관, 감시절차를 지속하는 세 가지 방안이 나왔지만 우리는 세번째 안을 지지했고 ELSAC(고용노동사회분과위원회)는 첫번째와 두번째 안을 주장했다”며 “하지만 한국 노동계의 지지 속에 우리의 주장이 반영된 것이 이사회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사회가 한국 정부에게 처음으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지만, 공무원노조와 복수노조 인정, 전임자임금지급 노사자율 등 OECD에 가입하면서 한국정부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감시절차가 지속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따라서 그는 “한국정부에 대한 감시절차 지속을 위해 우리는 내년 ELSAC 회의와 OECD 이사회가 열리기 전에 한국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한 다음 한국정부를 반박할 수 있는 근거를 자료로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나이더 전문위원은 또 최근 TUAC과 국제자유노련 등이 지난 8월 한국노동권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와 ELSAC에 한국에 진상조사단 파견을 요청한 것에 대해 “결사의 자유위원회에서도 조사단 파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한국정부에 대한 감시절차와 관련해 “이를 위해 국제노동계에 지속적인 연대를 요청한 상태”라며 “감시절차 지속 여부에 대해 노동계의 개입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국제세미나를 한국에서 열 계획”이라며 “한국노동계가 여기에 참가해 교훈을 얻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사회적 대화에 초점을 맞추는 국제노동계의 생각에서 교훈을 찾을 필요가 있다”며 “전임자 임금과 복수노조 확보 등을 위해서는 강력한 노조의 힘을 키워 합법성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봄 최종결정 기다려
한국 정부, OECD 노동권 감시 역사 세번 연거푸 졸업시험 낙제

1996년 10월11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이사회는 한국을 29번째 회원국으로 가입을 승인했다. 하지만 가입하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가입하기 전 해인 1995년 11월 민주노총이 법외노조로 출범한 직후, 지도부는 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됐고 ILO는 국제적 노동권 기준에 맞게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하도록 법을 개정하라며 수차례 권고한 상태였다.

결국 OECD는 가입을 승인하는 댓가로 한국의 노동상황을 특별감시하기로 결정했다. 또 △노동법을 ILO기준에 맞추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 △노조임원과 조합원에 대한 구속, 수감을 최소화 할 것 △한국에 덜 적대적 노사관계를 창출할 것을 한국 정부에 제안했고, 한국 정부는 성명서를 통해 긍정적인 답변을 보냈다.

감시가 본격화된 계기는 96년 12월 노동법 개정안 국회통과와 민주노총의 총파업이었다. OECD 내에서는 즉각 특별감시과정을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OECD는 각료회의는 고용노동사회위원회(ELSAC)에게 “한국정부가 약속한 대로 노동 개혁에 관한 진전사항을 밀착 감시하라”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어 97년 1월 첫 감시를 시작으로 한국 정부는 6개월, 또는 1년마다 감시를 받아 왔다. 첫 감시를 시작하고 3년 뒤인 2000년 4월, OECD는 감시절차를 2년마다 하는 것으로 완화했다. 민주노총과 전교조 합법화 등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공무원노조 인정, 필수공익사업장 범위 축소, 전임자 임금지급 자율성 보장 등과 관련해서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비록 감시절차에서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2년마다 진행하는 것으로 완화되면서 한국 정부는 2002년 회의에서는 반드시 졸업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OECD 및 회원국을 상대로 로비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2002년에도 감시절차에서 벗어나는데 실패하게 된다.

2002년 OECD는 한국정부에 대한 감시절차 중단, 감시 업무의 ILO 이관, 계속 진행하는 방안을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지속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2001년 노사정 합의에 따른 복수노조 시행 연기, 공무원노조 창립대회장에 대한 경찰병력 투입, 발전노조와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한 지도부 구속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어 2004년에도 OECD ELSAC은 한국 정부의 감시대상국 졸업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였지만 일본, 호주, 미국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세번 연속 ‘졸업시험 낙제’라는 불명예를 안았고 2007년 봄에 열리는 OECD 이사회에 노동관계 개혁에 대한 최종보고서를 제출한 뒤 실질적으로 감시대상국에서 졸업할 수 있을지, 없을지 판단을 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