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감사위원회가 부산 한 기초단체 복무감사 수위를 높이려다 공무원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매크로(자동입력반복) 프로그램으로 수당을 부당 수령한 사례를 적발한 것(국제신문 지난해 12월 30일 자 6면 등 보도)을 계기로 기초단체 복무를 살펴보려다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올해 예정된 다른 기초단체 감사도 난항이 예상된다.
부산시청사 전경. 국제신문 DB
3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 부산본부 영도구지부는 지난달 28일 영도구 종합감사장을 찾아 시 감사팀에게 감사 기간 연장 철회를 요구했다.
영도구 종합감사는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10일간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감사 종료 하루 전날인 지난달 27일 시 감사위원회는 영도구에 복무감사(초과근무수당 및 국내 출장여비)를 추가 조사하기 위해 감사 기간을 오는 11일까지로 연장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영도구지부는 법적 근거가 없는 부당한 감사라고 주장한다. 전주희 영도구지부장은 “공무원 복무 기강이 중요한 것은 알지만, 이미 구 자체 감사에서 복무감사를 받고 있다”며 “부서를 돌아다니며 직원이 자리에 있는지 확인하고, 외근 시 사용한 버스요금까지 영수증을 요구하는 등 공무원을 마치 범죄자 취급했다”고 말했다. 이어 전 지부장은 “기초단체 고유사무를 포괄적으로 감사하는 것은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으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공무원 노조의 반발에 시는 한 발 물러섰다. 시 감사위원회 관계자는 “구 자체 감사에서 챙기지 못한 부분을 보려고 한 것이다. 법률을 위반했는지 확인하려 한 것이지 부당 감사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시는 구 자체 감사기구에 복무 감사를 맡기고, 오는 11일까지 다른 항목의 확인서·문답서 작성 등을 진행한다.
시가 이례적으로 종합감사에서 복무감사 수위를 높인 건 지난해 12월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초과근무 수당을 부정 수령한 시 공무원이 감사에서 적발됐기 때문이다. 당시 시 한상우 감사위원장은 “유사한 위반사례를 철저히 감시·감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시가 올해는 시 공무원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하지 않은 채 기초단체 종합검사에서 복무감사 수위를 높여 논란이 가중된다. 영도구지부 한 조합원은 노조게시판에 “초과근무로 경찰에 압수수색을 당한 기관이 다른 기관의 초과근무를 감사한다는 게 어이가 없다”는 글을 올렸다.
이번 사태로 올해 예정된 기초단체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는 7월과 8월에 연제구와 동래구의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 전공노 박중배 부산본부장은 “지금 구·군은 코로나 업무로 마비 상태다. 그런데 감사에서 요구하는 서류와 기간은 오히려 더 늘었다. 본부 차원에서 의논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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