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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22년02월16일

뉴스1 홈페이지: - 조회 : 349

"축사허가 내줄테니…" 자신의 땅 2.5배 비싸게 판 장흥군의장

장흥군의장이 축사허가를 전제로 자신의 토지를 축산업자에게 매매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장흥군 장동면 우봉마을 주민들이 축사 허가가 난 부지에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2022.2.14/뉴스1 © News1 박진규 기자

전남 장흥군의회 의장이 축사 허가를 전제로 자신의 소유 토지를 축산업자에게 고액으로 매매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1일 장흥군청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에는 '수상한 우봉마을 축사 신축허가'라는 글이 올라왔다.

장흥군 장동면 우봉마을 주민들은 "주민들도 모르게 비밀리에 마을 앞에 대형 축사 허가가 났고 전후사정을 확인해 본 결과 위법행위들이 저질러졌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1일 아침 일찍부터 대형 포크레인이 동원돼 현 장흥군의장 A씨의 토지에서 땅을 파고 메우는 공사가 시작됐다.

공사가 5일간 지속되는 중에도 A의장은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아 주민들이 면사무소에 확인한 결과, 해당 부지에 1025평의 대형 축사 허가가 난 사실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축사허가를 받은 B씨를 통해 지난해 8월 축사 허가를 받아주는 조건으로 A의장의 땅 1942평을 시세보다 2.5배 비싸게 매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축사가 들어서려는 곳은 마을 정면, 진입로는 외길인 농로뿐으로 이번 매립을 위해 대형트럭이 오가면서 이미 상당부분 파손된 상태다.

마을이장조차 모르게 축사허가가 난 사실을 확인한 주민들은 부랴부랴 A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그는 의정활동에 바쁘다며 접촉을 피했다.

면사무소 토목담당 직원도 만나보고 군청민원실 환경관리팀 직원도 만나 따졌지만 직원들은 한결같이 "적법한 허가가 났다"며 "축사 신축공사를 방해하면 업무방해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답변만을 들었다.

장흥군 장동면 우봉마을 축사허가 부지에 대형트럭이 땅을 실어나르면서 농로 곳곳이 깨지고 갈라졌다.© 뉴스1

주민들이 장흥군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인허가 내용을 살펴본 결과, 군청 개발행위 허가팀에서 축사 허가 전 지역 주민의견을 묻는 공문을 해당 토지가 위치한 장동면사무소에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공문을 받은 장동면사무소 관계자는 마을 이장 C씨에게 "해당 부지에 축사를 짓는 데 동의하냐"고 물었고, 이장은 지번을 확인하고 "군의장이 자기집 마당에 축사를 짓는 데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동의해줬다.

C이장은 "의장 집은 독립가구로 집은 배산리에 속하며 집 앞 축사는 반산리에 속하는 경계에 있다"며 "땅을 판 사실을 모르니 당연 마을과 떨어진 의장의 현 축사 옆에 추가로 축사를 짓는 줄 생각했다"고 억울해했다.

주민 D씨는 "소 200마리 이상을 키울 것으로 예상되는 축사가 들어서면 혼잡해 더 이상 농로를 사용하기 힘들어진다"면서 "일반 사람들에게는 축사 허가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데 어떻게 2개월 만에 허가를 받아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군의장이 땅을 매매하고 축사허가까지 난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대책회의를 갖고 "의장도 마을 사람이고 형님이자 동생이니 살면서 불가피한 실수를 할 수 있다"며 "마을 앞에 대형 축사가 지어지면 경관훼손과 악취, 축사의 집단화가 우려되니 의장의 다른 토지로 축사를 옮겨가면 더 이상 반대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A군의장은 현재 이 일대에 2만평 이상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축사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장흥군 장동면 우봉마을 입구에 걸린 축사반대 현수막 © 뉴스1

의장이 주민들 제안을 흔쾌히 수락해 마을은 다시 평온을 찾은 듯 했지만 약속 후에도 해당 토지에는 계속 대형 덤프트럭이 흙을 실어 나르며 토지를 매립하자 이를 수상히 여긴 주민들이 토지 매수인에 물었으나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평탄작업을 한다"고 해명했다.

이 말을 믿고 있던 주민들은 지난달 말 땅 매립이 마무리되자 의장으로부터 "매립이 끝났으니 축사를 그 자리에 짓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을 주민이자 군의회 수장인 A의장과의 약속을 믿고 기다렸던 주민들은 분노가 폭발했다.

이장 C씨는 "앞으로 형사고발과 군청 앞 집회,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며 "마을의 주인은 의장이 아닌 주민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에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군의장은 "축사 허가를 조건으로 땅을 매매하지 않았고 축사허가에도 관여하지 않았다"며 "다만 경지정리를 해 놔서 다른 논 보다 비싸게 팔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주민들이 반대해 땅 매입자에게 다른 곳을 축사 부지로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은 다했다"며 해결방안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04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