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문] 죽음으로 내모는 선거 업무 개선 촉구 생명까지 앗아가는 선거업무 방식 개선하라
지난 주 우리는 매우 큰 비보를 접하였다. 전주시청 공무원노동자가 5월27일부터 28일까지 실시된 6.1 지방선거 사전투표업무의 책임을 다하다 29일 순직하였다. 15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비통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평생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유가족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 또한 공직생활 30년 동안 자신을 아끼지 않고 헌신해온 고인을 순직 공무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선관위-인사혁신처- 전주시가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지방선거를 총 지휘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생명까지 빼앗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법정 사무라는 이유로 각종 선거 때마다 동원되는 지방공무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공무원노동자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 2년만 해도 전주, 부평, 부산 등에서 코로나19 대응 업무로 사망하였다. 그 외에도 수 없이 발생하는 재난 상황 대응과 각종 악성민원 등이 원인이 되어 소중한 생명을 잃었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았다. 공무원노조는 각종 선거업무의 불합리한 운영에 대해 지방공무원들의 열악한 노동현실을 감안하여 선거업무를 개선할 것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지속적으로 촉구해왔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요구에 응하지 않고 지방공무원들에게 매 선거 때마다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강요해왔다. 반 강제로 동원되다시피 하여 살인적인 선거 업무를 하다 급기야 이번 전주시 공무원노동자가 과로로 사망한 것이다. 고인은 동 지역 주민센터 선거사무 총괄을 맡아 선거사무 종사원 모집과 배정, 선거인명부관리, 투표소 설치, 투표 현황 파악 등을 관리했던 책임자였다. 고인은 사망하기까지 무한한 책임감으로 몰려오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감내해야만 했다. 사전투표 연 이틀 간 새벽 3~4시에 선잠에서 깨어 5시 전에 출근하여야만 했고, 코로나19 확진자 투표시간인 저녁 8시까지 총 34시간 이상 업무에 임했다. 고인의 평소 업무를 고려할 때 아무리 공무원이라 해도 도저히 감당 못할 상황이었다. 행정민원팀장으로서 각종 민원 업무는 물론 예산, 회계, 보안, 감사, 복무 등의 업무까지 맡아왔다. 게다가 코로나19 방역업무와 선거사무까지 처리해야 했다. 이 모두를 살펴 볼 때 고인에게 가중되었던 노동환경이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수십 년 지속되어온 선거사무 강제 동원 상황을 좌시할 수 없었다. 선거사무 수당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쳐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며 노동 착취의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지난해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고발하였고, 결국 10월25일부터 11월15일까지 공노총과 함께 ‘선거사무 종사자 위촉 부동의 서명운동’을 전개하여 11만여 지방공무원의 투개표사무에 불참하겠다는 의지를 이끌어 냈다. 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사무방식이 얼마나 부당한 지 여실히 보여 준 것이다. 공무원노조의 거센 요구와 행동은 예산타령으로 일관하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태도를 바꾸었다. 약간의 수당을 올리거나 선거벽보 위탁 등 일부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하지만 선거운영방식 전반을 살펴볼 때 노동착취 현실은 이번 전주시 공무원노동자의 죽음에서 보듯 그대로다. 투표사무를 관리하면서 극도의 긴장감을 갖고 16시간 이상 일해야 하며, 개표사무는 자정을 넘겨 심지어는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수행하여야 한다. 교대 없이 강행군을 시키는 것이다. 21세기 첨단 시대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하는 10대 경제 대국이 되었다고 한다. 세상이 발전하고 나라의 국격이 올라갔음에도 선거사무는 여전히 독재시절의 산물로 남아있다. 이제 과감히 개선하여야 한다. 시대착오적인 선거관리 방식의 문제점을 철저히 파악하고 죽음까지 초래한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선거사무 전반의 개선하길 바란다. 그것이 고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길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선거사무에 종사하는 모든 공무원이‘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쟁취할 때까지 15만 조합원의 힘을 모아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아래와 같이 촉구한다. 1. 현 정부는 작은 정부 정책을 폐기하고 OECD 평균으로 공무원 인력 확충하라 1. 모든 선거의 투표시간을 09시~18시로 조정하고, 개표사무도 선진국의 사례를 파악하는 등 선거 사무 전반을 개선하라 1. 고인의 열악했던 장시간 노동환경을 고려하여 공무상 순직 적극 인정하라
다시 한 번 전주시 공무원노동자의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2년 6월 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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