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최근 각 구·군 주관하는 행사와 관련해 직원 참여 유도 논란이 잇따라 발생해 공무원 사이에서 반발이 인다.

부산의 한 기초자치단체 노조 게시판에 직원의 행사 참여에 관해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제시됐다. 해당 게시판 캡쳐

24일 취재를 종합하면 A 구가 다음 달 열리는 주민자치문화박람회 개최 방안을 발표하자 직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 행사는 주민자치 성과를 공유하고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취지의 행사로 동별 슬로건 발표, 전시·체험 프로그램 등이 열린다. 슬로건 발표회는 주민자치회가 소속 동의 특색을 나타내는 문구를 발표하는 시간이다.

문제는 구가 직원을 대상으로 슬로건 발표회 참가자와 발표 방법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주민 누구나 발표가 가능하다고 안내하며 ‘직원 가능’이라는 문구도 덧붙였다. 발표 형식에 관해서는 ‘노래 한 소절, 춤, 응원가 떼창 각종 퍼포먼스 가능’이라고 제시했다.

노조게시판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게시되고 30여 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발표자로 나서는 것은 주민자치 행사 취지에 맞지 않고, 발표할 주민이 부족해 직원 참여가 필요한 수준이면 전시성 행사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퍼포먼스라는 발표 형식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A 구 직원들은 댓글을 통해 ‘동 직원들 부담스럽게 장기자랑으로 변질되고 있다. 또다시 춤추고 노래해야 하나’, ‘구에서 일방적으로 슬로건 발표에다 춤·노래·응원 등으로 경쟁을 시키면서 장기자랑을 유도하는 계획을 통보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구에서 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지 왜 동 직원에게 이런 부담까지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A 구 측은 “공식 안내가 있기 전 직원 간에 사전 안내를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A 구 관계자는 “슬로건을 만들 때 주민자치와 동 직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참여했다. 때문에 직원도 발표가 가능하다는 것이지 직원이 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퍼포먼스 역시 강제가 아니라 가능한 방식 중 하나임을 알린 것뿐”이라며 “추후 공식적인 안내를 통해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바로 잡았다”고 말했다.

민감한 반응이 터져 나온 데는 최근 타구에서 직원 동원 논란이 연달아 발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B 구는 이달 개최한 축제에서 ‘구민 화합 퍼레이드’를 진행했다. 퍼레이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저조한 동은 행정복지센터 직원을 동원하겠다는 계획 발표해 노조가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C 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는 구청장의 동순방 행사를 준비하면서 신규 직원이 흰 티와 청바지를 입고 춤추는 것을 기획했다가 질타받았다.

한 공무원은 “코로나19로 과중한 업무를 맞아 온 데다 재난 피해에 민감해져 비상 근무에 자주 동원됐다. 축제성 행사에까지 불려가는 것에 예민할 수 있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