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 중 일부가 공무원이 협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시정 작업에 나선 정부를 두고 전국공무원노조가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가 12일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공공기관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비판하는 회견을 열고 있다.
12일 부산고용노동청에 따르면 부산노동위원회는 부산지역 공공기관 12곳의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받아 의결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기초지자체 9곳과 부산시, 산하 기관 등이 포함됐다. 울산과 경남까지 포함하면 3개 지역 21개 기관이 각 지역 노동위원회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민간부분의 노동조합법과 달리 공무원노조법이나 교원노조법에는 교섭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규정돼 있는데도 이를 어겼다는 취지다.
이는 지난 5월 1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단체협약 및 노조 규약 실태 확인’에 따른 것이다. 당시 노동부는 전국 479개 기관 단체협약 중 179개 기관(37.4%)의 단체협약에서 관계법령 위반 사항이 포함됐고, 48개 공무원·교원 노동조합 규약 중 6개에서 노동조합법 위반 소지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조합원에 대한 불공정한 특혜, 인사·경영권 침해 등이 포함된 단체협약도 135개 기관에서 파악됐다고 전했다.
노동부는 인사 승진위원회에 노조 추천 외부인사를 포함시키거나 성과상여금 집행 전 노조와 합의하도록 한 사례 등을 예시로 들었다. 또 소속기관의 지침이나 명령보다 단체협약 내용을 우선하거나, 특정 노조를 단협 체결의 유일한 단체로 규정하는 내용 등도 불법이라고 봤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정부가 노사 민주주의를 위법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조 부산지역본부는 부산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협약에 행정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ILO 협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추승진 정책부장은 “ILO 협약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체결한 단체협약에 행정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결사의 자유 원칙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 제도를 없애야 한다고 권고한다”며 “협약 당시 아무 지적이 없다가 정권이 바뀐 뒤 대뜸 불법이라고 발표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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