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무원 행정직 9급 시험에 합격한 이모(26·여)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학 졸업 후 2년여 동안 공무원시험을 준비한 이씨는 지난 1월 합격통지서를 손에 쥐었지만 2개월이 지나도록 발령이 나지 않고 있다.
그는 답답한 나머지 지원한 기관에 문의했다. 그러나 “기다려 달라”는 답변뿐. 이씨는 합격 후 발령받기 전 해외여행을 즐기고 영어회화 학원에도 다닐 예정이었지만 언제 발령이 통보될지 몰라 집에서 기다리며 속만 태우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청년실업 대책으로 사상 최대인원의 7·9급 공무원을 선발했지만 합격자 가운데 임용되지 않은 ‘대기자’가 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의 공무원 선발공고를 내는 등 인원수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15일 중앙인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지방공무원 7·9급에 9357명이 신규 선발됐다. 이는 ▲2001년 5878명 ▲02년 8041명 ▲03년 5861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8867명을 뽑을 예정이다.
〈그래픽 참조〉
합격자 중 일부는 정부부처나 각 시·도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임용대기 상태인 백수 아닌 백수가 대부분이다. 공무원시험 합격자는 임용후보자 등록을 한 뒤 중앙인사위의 신원조회를 거쳐 기관별 요청에 따라 성적 순으로 임용된다. 이 기간이 최소 2개월 정도 걸리는데다 요청이 없으면 수요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적체현상을 빚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것이다.
이같은 현상이 만성화되면서 대기자들은 집에서 그저 통보만 기다리거나 아예 상위직 공무원 시험과 다른 직장에 지원하는 등 심각한 인력낭비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가공무원 행정직 9급 시험 합격 후 3개월 넘게 발령을 기다렸다는 A씨는 기다리다 못해 7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A씨는 “예비 임용자를 위한 연수과정이 있는데, ‘교육시설이 부족해 더 기다려야 한다’고 들었다”며 “지난해 5월 시험을 치른 뒤 7개월 후에 합격통지를 해 놓고서 또 기다리라니 피가 마른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많이 뽑고 보자’는 정부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며 “앞으로 공무원 조직에 대한 구조조정이 심할 것이라는 말도 있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공무원시험 전문학원의 한 강사는 “공무원시험 합격 후 6개월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라며 “특히 1년이 지나도록 발령이 나지 않으면 다시 학원으로 돌아오기도 한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중앙인사위 관계자는 “각 기관의 인력수요와 인사이동 날짜에 맞춰 신임 공무원을 임용한다”면서 “수요가 없는 이상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백소용·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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