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선거법 기부행위 엄격 제한
노인정 지원·노래교실 등 잇따라 중단 "행사내용 무시, 지나친 법적용" 지적
부산 A구청은 최근 관내에 있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재활용사업소로 초청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 뒤 지역 교육청에 공문을 발송하려다 말고 며칠째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에게 쓰레기 선별과 재활용 과정을 견학시키는 행위가 현행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이하 선거법)에 위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법은 제112조에서 기존 선거법상 선거구민을 대상으로 선거 180일 전까지 가능했던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의 제공을 의미하는 기부행위를 상시 제한하고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선거구민에 해당되는지 여부와 견학을 위해 학교 측에 차량을 제공하는 행위가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구청 측은 지역 선관위에 이에 대한 질의를 제기했으나 선관위 측도 이에 대해 상급 선관위에 다시 질의를 의뢰하는 등 유권해석에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선거법 개정 이후 내년 6월 개정 법에 따라 치러지는 첫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주민들을 상대로 하는 무료 영화상영 등 각종 주민복지시책을 중단하거나 시행 전에 선관위의 입만 쳐다보는 일이 늘고 있다.
주민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이익이 돌아가는 복지·문화 행정의 경우 선거법상 기부행위와의 경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 B구청은 지난달 관내 노인정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알까기' 형태의 보드게임기를 보급하기 위해 예산까지 책정해 놓았다가 이 같은 사실을 접한 선관위 측으로부터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는 경고를 받고 허겁지겁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무료 노래교실이나 무료 영화상영 등 수년간 주민들로부터 인기를 끌며 지속돼 오던 행사들도 선거법 저촉 우려가 제기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잇따라 찬바람을 맞고 있다.
선거법 개정 이전까지는 선거기간 개시일 30일 전까지만 선거구민들에게 단체장이 이 같은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가 금지됐으나 현행 선거법은 다음 선거에 입후보할 단체장에 대해서는 선거 1년 전부터 이 같은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장이 3선이기 때문에 현행법상 내년 선거에 나설 수 없는 C구청에서는 선거 1년 전부터 금지되는 타 지자체와는 달리 60일 전까지는 무료 영화상영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이달부터 일찌감치 무료 영화상영을 접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선거법 위반 우려로 인해 이처럼 각종 복지·문화 행정이 잇따라 차질을 빚자 지역 주민들은 "선거 직전 갑자기 등장한 행사도 아니고 행사로 인해 주민 개인에게 돌아가는 일회적인 이익이 적은데도 지나치게 법 적용이 엄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개정 선거법이 기부행위나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종 행사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깨끗한 선거풍토 정착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며 "행정의 복잡한 면을 법이 모두 망라할 수 없는 이상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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