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 안양 시장실 복도 벽에 시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구호가 어지럽게 적혀 있다.

16일 오전 경기 안양시 청사. 시장실로 향하는 계단 벽에는 신중대 시장 이름과 ‘자폭하라’는 붉은 구호가 새겨져 있었다. 공무원들은 일손을 놓고 삼삼오오 모여 수군대 어수선한 분위기를 더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달 14일 공무원노조가 신중대 시장의 관권선거 의혹을 폭로하면서 비롯됐다. 노조는 “선거 당시 신 시장이 후보자토론회 자료와 선거공약 등을 만들면서 공무원을 동원했다”고 주장하며 신 시장 등 현직 공무원 7명을 고발했다. 검찰은 신 시장 등 30여명의 공무원들을 줄줄이 소환해 조사중이다. 한 공무원은 “출근하면 ‘오늘은 누가 불려갔어?’가 인사”라고 했다.

지방선거가 끝난 지 반년이 다 됐지만 곳곳에서 당선된 자치단체장들이 저지른 불·탈법 선거 후유증과 이로 인한 갈등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선무효형 재판대기 10여명
공무원도 줄소환 업무차질
‘재·보선 누가 나오나’ 술렁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받은 이완구 충남지사는 24일 항소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김태환 제주지사도 공무원들을 선거에 개입시킨 혐의로 지난달 기소됐다.

단체장 6명 가운데 1명 벼랑 끝?=충북 충주시장을 비롯해 전남 신안·화순군수, 경남 창녕군수 등 4명이 선거법 위반이나 부패 등 혐의로 물러나 지난달 25일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고 재판을 기다리는 전국 시장·군수는 10여명에 이른다. 경북 봉화군수는 취임도 못하고 구속기소돼 민선 4기 출범 첫날부터 부군수 권한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청장과 경기 양평군수는 직무가 정지되는 형(금고 이상)을 선고받아 역시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다. 뇌물을 받은 동두천시장은 최근 자진 사퇴했다.

현재 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되거나 수사를 받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은 전국 234명 가운데 40명을 웃돌고 있다. 6명 가운데 1명이 수사기관에 불려다니거나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엄격해진 선거법…엄중한 법원=10여년 민선시대를 거치면서 자리를 물러난 기초단체장 대부분은 부패사범이 주를 이뤘다. 또한 선거법 위반도 금품 살포를 빼면 당선무효형이 선고되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법원은 최근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경기 군포시장은 “시 재정자립도가 행정자치부 평가에서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돌린 혐의로 벌금 300만원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또한 한택수 양평군수와 양재수 가평군수도 수십만원 상당의 음식물을 제공하는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설마’ 하다가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술렁이는 관가, 돌아선 민심=수사와 재판이 계속되는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시장·군수의 거취를 살피느라 바쁘다. 특히 단체장이 당선무효형 선고는 물론 검찰 구형만 받아도 “다음 재·보궐선거에 누가 나올까” 궁금해하며 자연 업무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 단체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 자치단체 공무원은 “공직사회가 안정돼야 자치단체의 각종 현안을 해결하고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일손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10월1일~3월31일까지 선거직 공무원 신분에 문제가 일어나면 4월에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며, 4월1일~9월30일 사이에 발생하면 10월 마지막 주에 선거를 치른다. 이에 따라 내년 4월25일 재·보궐선거가 있다.

전국종합, 김기성 기자 player1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