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보수위 노조 측 요구안 골자는 ‘임금 격차 해소·생계 보장’
공무원 보수 영향 받는 교원·공공노동자들도 공동 투쟁 결의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결정하기 위한 공무원보수위원회(이하 보수위) 첫 회의가 열렸다. 보수위에 참여하는 4개 노조는 회의를 앞둔 오후 12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모범 사용자’로서 역할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올해 보수위 노조위원으로는 민주노총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이해준, 이하 전국공무원노조),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석현정, 이하 공노총), 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위원장 김현진, 이하 공무원연맹)·교육청노동조합연맹(위원장 이관우, 이하 교육연맹) 등 4개 노조가 참석한다.
4개 노조는 보수위에 주요 요구안으로 △기본급 31만 3,000원 정액 인상 △하위직 정근수당 인상 △정액급식비(식대) 8만 원 인상 △직급보조비 3만 5,000원 인상 등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조 측 요구안의 골자는 현행 정액급식비 월 14만 원을 22만 원으로 인상해 월 22일 근무 기준 끼니당 1만 원 수준의 식사비를 보장하는 것,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 보수를 인상하고 정근수당·직급보조비를 높여 상위직과 하위직 공무원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이 같은 요구안을 내건 이유로 김현진 공무원연맹 위원장은 낮은 보수로 인해 “공무원들 사이에서 ‘더 이상 못 살겠다’는 소리가 나오고 저연차 공무원들이 공직을 떠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연달아 물가상승률을 쫓아가지 못하면서 공무원들의 실질소득 역시 계속 감소해 왔다. 김현진 위원장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공무원 보수를 결정하는 절차를 합리적으로 결정하고 공무원의 실질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위에서 이런 요구가 관철되는 것뿐만 아니라 보수위 합의사항이 제대로 이행되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수위는 지난 2019년 출범해 올해로 6년째 운영되고 있지만 보수위 합의사항이 온전히 이행된 적은 없다는 배경에서다. 보수위가 인사혁신처 훈령으로 설치된 자문기구이기에 실질적인 예산 결정권을 가진 기획재정부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고, 합의사항을 이행하게 할 강제 규정 역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석현정 공노총 위원장은 “보수위 출범 당시 현장의 동지들은 드디어 우리도 우리 자신의 보수와 삶에 대한 얘기를 시작할 수 있겠다고 박수를 쳤지만 그것은 (현실이 아닌) 꿈이었다”며 실효성이 부족한 현행 보수위 체계를 비판했다. 이어 “공무원 노조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열심히 전달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공무원들을 정부의 하수인으로만 여긴다”며 4개 노조가 단결해 현장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이해준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은 보수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로 “120만 명 가까운 공무원들의 삶을 책임지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공무원의 보수는 다른 (비공무원) 노동자들의 임금을 결정하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며 이번에도 노조 측 요구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좌시하지 않고 투쟁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보수위 노조 측 대표를 맡은 안정섭 공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임금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받는 대가지만, 그 노동력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비용도 임금에 포함돼야 한다”며 저연차 공무원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 전체의 임금 구조 역시 “최저임금이 아니라 생활임금, 생계를 보장하는 임금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공직 사회에서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이 열린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부터 민원안내실까지 청사 외부 담장을 둘러싸고 서서 1인 시위와 피케팅을 진행했다. 피케팅은 보수위 회의가 시작되는 오후 2시 20분부터 회의가 종료될 때까지 진행됐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민주노총도 기자회견을 열고 보수위 개최에 따른 입장을 밝히며 공동 투쟁을 결의했다. 이 기자회견에는 이해준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뿐 아니라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 이영훈 민주일반연맹 비대위원장, 김영헌 사무금융노조 예금보험공사지부 지부장 등 공무원 보수의 영향을 받는 민주노총 가맹조직 대표자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현재 보수위에 교원 노조가 참석하지 못하고 보수위 합의사항이 기재부에 의해 무력화된다는 점 등 현행 보수위 체계가 가진 문제를 비판하고 나섰다. 아울러 공무원뿐 아니라 공공기관·지방공기업 노동자, 공무직 등 공공부문 민간인 노동자들 모두의 실질적인 사용자인 정부에 책임 있는 결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공무원 임금인상 촉구 보수위 참여노조 기자회견’에 참가자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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