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내일신문]

행자부, 내부이견·정책결정 혼선 … 방침 못 정해

자치단체 “기구·정원 통제하면 안돼” 반발 거세

내년으로 예정됐던 지자체 총액인건비제 전면 실시가 무산될 처지에 놓였다.

행자부는 총액인건비제 시행 한 달을 앞둔 시점에서도 기구와 정원 통제 기준 등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자치단체들의 반발과 지방분권 로드맵에 대한 내부 이견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는 인건비로 지출할 수 있는 예산의 총액을 기준으로 자치단체의 책임 하에 기구와 정원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조직관리 방식이다. 행자부가 일일이 정원규모를 설정하고 기구 설치를 승인했던 표준정원제와는 달리 지역의 다양한 행정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경북도 충북도 대전시 경기부천시 전북전주시 등 19개 지자체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하지만 행자부가 지난 10월 전국 지자체에 총액인건비 예비 산정결과를 통보하자 여기저기서 불만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총액인건비제 취지를 훼손하는 사항들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조직자율권 행사를 방해하는 별도의 기구 및 정원 기준이다.

◆지자체, 최소한의 기준 제시해야 = 행자부는 상위직 증가를 우려해 세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국장급(시도 3급, 시군구 4급) 이상 상위직 정원 상한제를 두는 방안, 실국 단위 등 기구수를 제한하는 방안, 과 단위(시도 4급, 시군구 5급) 이상 기구와 정원에 대한 권고기준을 마련하는 방법 등이다.

실제 행자부는 시범 운영 기관인 전북정읍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조직이 늘어나자 잠정적으로 시도 4급 이상, 시군구 5급 이상 증원시 행자부장관과 협의토록 했다.

또 총액인건비 산정의 전제 조건인 인력 산출 기준을 올해 6월 말로 설정하는가 하면 국내외 장기교육생을 별도정원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 불합리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일정한 기준을 모든 지자체에 똑같이 적용하다 보니 지역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강원도 환동해 출장소나 폐광지역 개발을 위한 행정수요, 경기도의 외국인 근로자 관리 등이 누락돼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인건비 단가 기준이 2005년도 결산액으로 되어 있고 인건비 상승률이 지자체별 평균 상승률 10.6%에 못 미치는 3.6%만 반영돼 있는 것도 고쳐져야 할 부분이다.

최근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이의 시정을 요구하는 공동 건의안을 마련, 행자부에 제출했다. 몇 가지 사항에서는 의견 접근을 보았지만 기구 설치나 정원 책정 등의 조직자율권에 대해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행자부 담당 부서장이 공석인 것도 이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관계자는 “기구와 정원을 예전처럼 통제하는 기준이 만들어지면 지역여건에 따라 조직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며 “더욱이 행자부가 주겠다는 교부세 인센티브까지 결합되면 결국 정부가 지자체의 조직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지자체의 조직자율권 보장을 위해 부단체장, 실국장 등의 직급기준과 정원수를 폐지하거나 최소한의 기준만 유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자율권을 주면 무작정 상위직을 늘릴 것이라고 우려하는데 지방의회와 시민단체의 견제가 있어 집행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변화하는 행정수요에 맞게 조직을 움직일 수 있어야 지역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당장 조직자율권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지 않으면 내년부터 총액인건비제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와의 이견도 문제지만 물리적으로 이미 늦었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바로 입법 예고한다고 해도 지자체 조례 개정을 거쳐 시행하려면 최소한 5∼6개월은 걸리게 된다. 결국 내년 하반기까지 전면 실시는 어렵다.

◆행자부, 조직자율성 강화 계획 = 행자부는 총액인건비 예비 산정결과에 대한 지자체 의견을 수렴해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무산될 가능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먼저 지자체별 적정 인력규모를 산정하고 여기에 인건비 단가를 적용해 총액인건비를 산출하기 때문에 지자체 여건을 도외시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며 “인구 면적 산하기관수와 각 행정기능별 특성에 맞는 수요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일부에서 시범사업 평가 중간용역보고서를 가지고 조직자율권을 침해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내년 시행 시 지자체의 자율성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선상원·홍범택 기자 wo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