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서울 한 법원의 형사 합의부에 소속된 A계장은 지난 16일에도 법원에 나가 공판조서를 작성했다. 주말을 잊은 채 재판 당시 신문과 증언을 공판조서로 정리하고 있으나 2주 전 재판한 것을 지금에야 손대고 있다. 지난주 결심까지 끝나 이번주에 선고공판이 열리는 공판조서 작성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최근 법정 진술 중심으로 진행되는 형사재판의 공판중심주의와 민사재판의 구술변론주의가 확대 실시되면서 법원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에는 각종 절차가 서류제출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일일이 모두 구술과 변론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를 정리하느라 업무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법원 직원들은 이전의 재판은 각종 서류를 재판 참가자가 확인하는 식으로 진행돼 재판시간이 짧아 정리할 내용이 많지 않았으나 공판중심주의·구술변론이 확대되면서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하소연한다.

재판에서 듣고 작성한 공판조서 초안의 녹음 내용을 반복해 들으며 보완하느라 조서 정리 업무가 크게 늘었다는 것. 재판장이 당사자 간 법정 공방을 유도하기 때문에 재판이 오후 8∼10시까지 진행되는 일도 허다하다.

실제 법원 직원 정원 증가율은 법관 정원이나 사건 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법원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1989년 1074명이던 판사 정원은 지난해 2115명으로 약 97%, 사건 수는 980만건에서 1800만여건으로 84%가량 증가한 데 비해 같은 기간 직원 수는 7180명에서 1만122명으로 약 4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서울중앙지법 최송립 노조지부장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신속한 재판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