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곧 승진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 관련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도 들려옵니다. 누가 발탁승진 된다더라... 인사방침이 뭐라더라 등등 ... 사실인 것도 있을 것이고 루머인 것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들 중에 승진인사 방침과 관련해서 한번은 짚어봐야 할 이야기도 있어 이 글을 적습니다. 공식적으로 밝혀 진 것도 아니고, 인사를 한 것도 아닌데 들려오는 이야기만으로 옳고 그름을 말하는게 과연 적당한 것인지, 너무 성급한 것은 아닌 지 여러 번 생각도 해봤습니다만, “행차 뒤에 나발 분다”고 끝난 뒤 이러니 저러니 말 많은들 아무 소용이 없겠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렇게 먼저 한번 짚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런 방침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면서...
- 이번 승진인사와 관련해서 들려오는 이야기들 중에 귀가 번쩍 띄는 얘기 하나, “연공서열순, 남녀노소따져 나이순으로 해서...” 이게 뭔 말입니까? 어느 동 경로당에서 회장님 뽑는다는 이야기인지... 우리 조직에서 성차별을 공식화 하겠다는 말씀인지...
- 어느 조직이나 할 것 없이 보수와 승진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동기유발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선배공무원들께서 공.사석에서 흔히들 “공무원 생활, 승진하는 맛에 한다”라고 말씀하시는 걸 여러번 들었습니다만, 민간에 비해 보수가 별로인 공무원 조직에서는 승진이 그나마 큰 보상이자 위안이고 열심히 하고자 하는 의욕을 유발하는 동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 그런데 승진을 연공서열, 남녀노소 순이라니요...
- 물론 오랜 시간 불평불만없이, 큰 하자없이 나름대로 자기 역할을 수행해온 모든 직원들이 승진할 만하고, 그리 될 수 있다면 저 또한 더할 나위없이 즐거운 마음이겠습니다. 하지만,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다같이 고생한 직원들 중에서 몇 명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 기준이 오로지 연공서열순, 나이순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 흔히들 이야기 합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보상받아야 한다고... 공무원 조직도 개혁되어야 한다고... 혁신없인 살아남을 수 없고, 민간부문에 뒤쳐져 있는 공무원 조직이 환골탈태해야 된다고....
- 그리고 우리 조직의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구청장님께서도 기회 있을 때 마다 혁신을 강조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모인 곳에서나 6급, 7급 직원들이 혁신교육을 받는 자리에서도 늘상 공무원들의 의식개혁과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주민들을 대하는 친절지수를 높이는 것, 이전과는 다른 것, 단지 그것만이 혁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선은 하기 쉬운 것부터 고쳐 나가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행정내부의 제반 시스템(인사행정 포함)과 조직구성원들의 의식이 바뀌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원은 연공서열순 이런 식의 과거형 의식구조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열심히 일해도 경력이 짧고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승진하지 못하고, 단지 입사한지 오래되고 나이가 많아서 승진하는 그런 인사를 한다면 직원들의 의식개혁과 혁신은 물 건너 간 것 아닙니까? 애초에 공염불이 되는 것이지요.
- 연공서열순으로, 나이순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뒤로... 그런 기준으로 줄을 세워 승진인사를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행정을 개혁하고, 혁신하고, 경쟁력 높은 조직으로 바꾸어 간다는 이야기입니까?
- 인사권자의 재량으로 발탁이라는 것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조직에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론에 보도되는 민간기업의 사례를 보면, “나이가 많아서, 입사한 지 오래돼서 이번에 이사로 또는 CEO로 발탁했다”라는 얘기는 들어 보지를 못했습니다. 아마도 발탁이란 그런 경우에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 이번 우리구청의 승진인사에도 어떤 분에 대해 그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개인적으로 그분의 경우에 그런 케이스로 승진이 되신다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적극 찬성하고 지지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인사권자의 재량으로 그리 하신다면 크게 반대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정말 특별한 경우로서 모두가 인정할 수 있는 것과 승진인사 전체의 기본원칙이나 방침을 연공서열순, 나이순으로 정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이고 또한 옳지도 않다고 생각됩니다.
- 승진과 관련해서 근무평정, 다면평가와 같은 제도가 있습니다. 100% 정확하게, 공정하게 되는지는 차지하고 법적, 제도적 장치로서 나름대로 역할을 한다고 생각이 됩니다. 거기에는 경력이나 나이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이 반영되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결과적으로 전혀 반영되지 않고 단순히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차이라 해봤자 많아야 2-4년이죠, 그리고 20년 가까이 한곳에서 근무해 오면서 1-3년 정도의 역전도 인정 못한다면 정년퇴임때 까지 그냥 순서대로 가겠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나이가 젊다는 이유로(그럼 공무원 생활 먼저 시작해 고생할 것 없이 만 35세 채워서 들어오죠) 승진에서 탈락된다면 도대체 누가 열심히, 남보다 더 땀흘려 일하겠습니까?
- 이번 승진인사의 원칙이 연공서열순, 나이순 이라면 앞으로 연제구청에서 혁신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맙시다. 아무리 담당부서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공무원들의 최대 관심사이자 동기유발 요인인 승진에 있어 구시대적인 잣대를 갖다 대는데 무슨 혁신이 되겠습니까?
- 그리고 이참에 인사부서도 대폭 기능을 줄여서 타이핑 할 직원 한, 두명만 남겨 놓고 다른 부서로 인력배치를 하구요.... 왜냐?
- 구청장실과 총무과 사이의 복도에 제법 넓은 벽면이 있습니다. 거기다가 커다란 게시판을 하나 가져다 놓고 입사년월일, 승진년월일, 그리고 생년월일순으로 전직원의 이름을 게시하는 겁니다. 참 여직원은 남자 직원 뒤쪽으로 정리해서... 그리고 승진요인이 발생하면 그 숫자만큼 앞쪽에서부터 해당되는 숫자만큼 지워나가면 승진인사는 간단하게 끝이 납니다. 연공서열, 나이순을 원칙으로 하는 인사는요.... 뭐하러 불필요하게 근무평정을 하고 바쁜 직원들 불러 모아 다면평가를 합니까?
- 그리고 커다란 로또복권 추첨기계도 한대 구입해서 설치를 해놓읍시다. 연공서열순, 나이순 승진방침이라면 업무량이 많아 힘들고 고생하는 자리에서 열심히 일할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을 것인데, 어쨌거나 간에 구청에서 해야 할 일은 누가 하더라도 해야 할테고... 그러니 업무묶음과 직원이름을 넣고 복걸복 식으로 뽑아서 자리배치를 하는 겁니다. 로또 뽑듯이....
- 구청장님께서는 이런 저런 여론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동안 승진에서 소외되고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테구요.... 10명을 만나 봤는데 10명 모두 한가지 이야기를 했다고 칩시다. 그럼 그 이야기는 100% 맞는 이야기일까요? 혹여 570분의 10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는 것이 통계라고 보면 과연 전체를 대표하는 올바른 여론이라는 것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을까요?
-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최고의사결정권자로서 다양한 조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고충이 구청장님께 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저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현대사회에서 CEO의 역할이 어렵고도 중요한 것이고 그만큼의 존경을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CEO의 리더쉽”이란 책을 보면, 현대적 리더쉽 이론에서는 지도자 혼자서 모든 결정을 내리고 부하에게는 지시만 하는 권위형 리더십 보다는 의사결정에 부하직원들을 적극 참여시키는 민주형 리더십이, 조직의 안정적 운영을 중시하는 거래적 리더십보다는 강한 동기부여를 통해 새로운 가치창조를 이끌어내는 변혁적 리더쉽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 연공서열순, 남녀노소를 따져 구분하는 승진인사의 방침에 대해서 다수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느 것이 연제구청이라는 행정조직의 목표달성을 위한 혁신적 가치창조인지, 한번 더 검토하고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글이 괜한 기우로 그치고 이번 승진인사에서 열심히 일한 직원이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혹여 이 글로 마음이 상하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개인이 아니라 연제구청이라는 전체를 생각하는 마음이라 여기시고 널리 이해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끝까지 읽어 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과 함께 미숙한 글로써 심려를 끼쳐 드린 것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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