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감사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힘없고 빽없는 하위직 공무원입니다. 그래서 자주 당직근무를 서고 있습니다. 그간 감사관님께서 하시는 말씀을 듣고 보니 저의 당직태도에 대해서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습니다. 불철주야 호랑이 감사관님의 노력으로 인하여 부산시 공무원의 당직태도가 많은 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점에 대해서 감사관님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뿐만 아니라 감사관님 역시 반성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직접 찾아가 말씀드리는 것이 예의이지만 혹 저를 비롯한 제 근무처가 보복감사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에 익명성의 노조게시판에 글을 올리게 된 것을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감사관님의 호랑이 감사 덕에 변화된 하위직 공무원의 당직 자세부터 말씀드려야 하겠습니다. 감사관님께서 이불과 밀폐 당직실을 없애라는 말씀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많이 변화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서로 당직을 바꾸어주고 대신 당직을 서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동료의 개인 사정이 어떻게 되든 말든 바꾸어 주지 않습니다. 괜히 당직을 서다가 감사관실에서 복무감사를 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입니다. 감사관님이 기뻐할 정도로 당직은 철저히 서지만 동료간 이해심과 정은 사라지고 삭막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시에서 추진하는 신바람 3S운동은 별 효과가 없을 것 같군요.
제겐 사랑스런 아이들이 있는데 당직 때면 전화를 걸어 안부 인사를 합니다. 아빠가 참으로 보고 싶은가 봅니다. 예전 같으면 따뜻한 말로 잘 자라고 할텐데 이제는 야단부터 칩니다. 아빠 당직할 때 전화걸지 말라고 호통을 치지요. 제가 전화를 받고 있는 동안 혹 감사관실에서 확인 전화를 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합니다. 당직 중 밤에 홀로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자면 겁부터 납니다. 혹 대변을 볼 동안 감사관실에서 오면 당직 불철저로 인하여 목이 잘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이 잘린다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이것은 감사관님께서 한 말씀이 맞으신가요. 감사관님께서 당직근무를 잘못 선 몇 사람의 목을 자르겠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정말 사실인가요. 제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목이 자른다는 말은 정말 입에 담지 못할 형벌이면서 혹 직장에서 자르겠다는 의미조차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나쁜 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네 식구를 둔 가장입니다. 혹 제가 하루 종일 민원에 시달린 후 당직근무를 서다 나도 모르게 졸아 근무태만으로 걸려서 목이 잘린다면 너무도 억울할 거예요. 나 하나만을 바라보는 우리식구들은 모두 거리로 내몰려야 하고 가족이 모두 불행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당장 목이 메이는 억울함이 밀려옵니다. 이렇게 본다면 목자른다는 말은 정말 간단치 않은 심각한 사태를 가져올 수 있는 말입니다. 당한 자 입장에서는 보복을 생각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감사관님께서 법과 규정이 없어도 당직근무를 잘못 선 공무원에게 중징계를 하시겠다고 했지요. 원칙과 규정에 의해서 감사를 하시는 감사관님께서 어인 일로 이런 말씀을 차마 입에 올리시는 겁니까? 부산시의 감사에는 법도 규정도 없다는 겁니까? 참으로 우려되는 말씀입니다. 형벌에도 양형기준이 있고, 처벌에는 합리적 기준이 있는 겁니다. 당직을 설 때 졸았다고 해서 중징계를 내리신다는 마음자세를 가지고 계시다면 혹 좀도둑에게 시범케이스로 사형선고를 내리실 작정은 아니실련지요. 저는 감사관님이 사법고시가 아닌 행정고시를 패스하신 게 참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감사관님께서 각자 소청해서 살든지 알아서 해라고 부언하셨지요. 이것은 웬말입니까? 일단 총부터 쏜 뒤에 살든지 죽든지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 우리시 감사를 총책임지고 계신 감사관님의 입에서 나올 법한 말씀이신가요. 박봉이지만 명예를 생명으로 일하는 공무원에게 이는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정말 너무한 말씀입니다.
감사관님께서 부산시의 당직근무는 거의 와해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하고 계시지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감사관님께서 자신이 옷벗을 각오로 당직태만을 처벌하시겠다고 힘주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다수 부산시 공무원들은 하루종일 민원과 상사에게 시달리고도 집에 가지 못한 채 당직근무를 열심히 서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 기관은 한달에 몇 번이나 당직근무를 서는 곳도 있다더군요. 감사관님께서 어불성설로 생각하시겠지만 12시간 당직근무를 서면서 잠깐이라도 졸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감사관님께서 집에서 시험삼아 한번 해봐도 잘 알겁니다. 물론 시 본청같이 교대근무를 해준다면 가능합니다. 12시간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에서 당직을 서라고 말씀하시려면 먼저 노동 강도를 강화시킨 만큼의 당직비를 올려주어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나약한 신체를 가진 부산시 공무원을 없애고 강철체력의 당직 로봇을 세우는 것도 좋은 방안이겠지요.
혹 감사관님께서는 고시출신이기에 하위직 공무원을 거치지 않으셔서 당직의 어려움을 모르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요. 혹 지시와 호통을 치시는 고위직 공무원이기에 지시와 호통을 당하는 하위직 공무원의 설움을 모르시는 게 아닌지요. 사실 당직을 선 다음날에 바쁜 업무가 있으면 당직 휴무를 하기 어려운 날도 있습니다. 그런 애로점의 개선에 대해서는 왜 일말의 말씀조차 없으신가요. 사정의 칼날을 세우시기 이전에 하위직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왜 고민을 안하시는가요. 하위직 공무원의 입장에서 당직환경을 개선시키자는 말씀은 왜 안하시는가요. 몰래 새벽이슬을 맞으면서 직접 기관의 문을 두드린다는 감사관님의 소식을 들으면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합니다. 그것도 한 기관에 며칠동안 몇 번의 복무감사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혹 보복성․집착성 감사가 아닌가하는 의심을 지울 길 없습니다.
감사관님, 아무것도 모르는 저이지만 2007년 감사정책에 대해서 한 가지 건의를 드리고 싶군요. 감사관님께서는 시민들의 눈과 입을 강조하였으니까 한말씀 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부산시가 공무원 청렴도에서 14위를 했다는 신문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2003년에 16위도 했으니 놀란 가슴 쓸어내릴 순위는 아닌가요. 그러나 감사관님이 보기에도 이런 수치는 정말 심각한 문제일 겁니다. 대다수 시민들은 당직근무를 서다가 조는 공무원보다 뇌물받고 부정부패하는 공무원을 정말 싫어합니다. 감사관님이 2007년 주력해야 시책과 주 타겟은 피곤에 겨운 당직실의 하위직 공무원이 아니라 음지에서 돈을 챙기고 댓가성 선심을 베푸는 음지의 못된 공무원들입니다. 옷벗을 각오로 굳게 임하신다면 이런 부정부패에 대해 선전포고를 하는 게 마땅할 듯 생각됩니다. 공무원의 목을 자르시고 싶다면 범법과 탈법을 일삼고 시민들이 제일 문제시하는 이런 비리 공무원이 맞을 겁니다.
글이 늘어지지만 한 말씀 더 드리고 싶군요. 혹 감사관님께서는 업무시간에 슬리퍼를 신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아니겠지요. 감사관님은 늘상 완전한 복무자세를 유지하시리라 믿습니다. 혹 감사관님께서는 업무시간에 지인이 불쑥 찾아와 1분이라도 개인적 만남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항상 정자세를 외치는 감사관님은 절대 그런 일이 없으리라 믿습니다. 혹 감사관님께서는 직장 전화로 가족과 통화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시는 감사관님께서 당연히 핸드폰으로 하시겠지요. 저는 한 치의 틈도 없이 완벽한 복무자세로 근무하시는 감사관님을 꼭 본받고 싶습니다. 당직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하위직 공무원들도 당직 때 자는 것이 관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루 종일 시달리고 피곤하지만 당직을 서는 새벽날에 눈이 스르르 감기는 자신이 정말 싫을 뿐입니다. 다만 부산시가 정말 부자라서 무인 경비시스템도 만들어주고, 동료도 많이 뽑아서 당직일수도 줄여주기를 원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감사관님, 공무원 감사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입니다. 권력은 짧고 인생은 긴 법입니다. 감사의 날을 세워 모든 공무원을 바로잡겠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7-8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있을 법한 구태의연한 생각입니다. 중앙부처 감사원 공무원의 친절하고 따뜻하지만 분명한 태도를 배워보시지요. 아니 멀리 갈 필요도 없이 2005년 하위직 공무원의 가장 존경받는 간부로 뽑힌 이종수 감사관님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이종수 감사관님의 매력은 항상 부하 입장에서 역지사지 자세로 임하시는 데 있습니다. 호랑이 감사관님께서도 하위직 공무원의 입장에서 복무의 어려움을 한번쯤 생각해보시라는 이야기입니다.
현시대의 감사는 투명하고 깨끗한 공직사회를 실현하고 신바람 나는 직장과 공무원의 기를 살리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날카로운 승냥이 눈빛으로 하위직 공무원의 잘못을 들춰내기 전에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면서 한번 사기를 진작시켜보세요. 아마 목을 자른다고 위협하는 것보다 신바람이 나서 더욱 열심히 근무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조는 공무원을 잡아서 옷 벗길 생각을 하는 만큼 당직환경을 개선시켜줄 고민도 한번 해보세요. 아마 당직근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겁니다. 또한 당직 태만이 우리시 공무원의 제일 큰 문제인지도 고민해보세요. 공무원 사회에서 척결되어야 할 비리와 잘못된 관행도 적지 않게 있을 겁니다.
죄송합니다. 너무 말이 많아졌군요. 앞으로 일신우일신하는 저의 모습과 박 감사관님의 모습을 함께 기대하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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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공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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