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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7년01월19일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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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좌절? 위기=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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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고시 17회, 산자부 장관비서관, 청와대 파견근무, 특허청 국장, 산자부 공보관…
반도체 생산 장비와 LCD(액정화면) 부품을 만드는 유비프리시젼 김정곤(53) 대표는 25년간 엘리트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지난 2000년 그가 갑자기 사표를 내밀었다.
“주변을 보니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공무원 생활을 시작할 때 가진 초심을 지키기 힘들어지더군요.”
그가 한국에서 가장 안정적인 직장을 버린 이유다. 의욕은 넘쳤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사회 나와서 사기도 여러 번 당했습니다. 공무원 퇴직금은 주인 없는 돈이란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알겠더군요.”
김 대표는 공직 시절 “너무 좋은 사람만 만나다 보니 나쁜 사람을 가릴 판단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2000년에 연 매출 50억원의 연우엔지니어링이라는 반도체 장비회사를 인수했다. 본인의 재산과 집을 담보로 빌린 돈, 금융업체 최초 여성 지점장을 지낸 부인이 모은 돈을 탈탈 털었다.
인수 후에 알고 보니 사실상 적자 회사였다. 김 대표는 구조조정을 통해 270명이던 직원을 90명까지 줄여야 했다.
“직접 구조조정을 하려니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직원을 방으로 불러 회사를 나가달라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야기가 끝도 없이 길어졌습니다.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해가 뜬 적도 있었죠.”
한명 한명 구조조정을 할 때마다 피가 말랐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더군요. 그러나 회사가 죽고 사는 문제라서 피할 수 없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어려운 시기여서 직원들도 참고 따라 주었다. 현재 직원 숫자는 다시 250명까지 늘었다. 과거 회사를 나갔던 직원 10여명도 다시 데려왔다.
원래 회사를 인수할 때는 반도체 생산 장비만 만들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LCD쪽이 전망이 밝을 것으로 보고, LCD 부품도 생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공무원 출신이 현실을 너무 몰라서 무모한 짓을 했죠. 엔지니어 출신이었다면 못했을 겁니다. 저도 다시 하라면 안 합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았다. 2005년에 매출이 550억원에 순이익 79억원을 기록했다. 회사인수 5년 만에 매출이 10배 이상 커졌다. LCD가 유망하다는 예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작년에는 LCD 경기가 좋지 않아 2005년보다는 못한 실적이 나올 전망이다.
“반도체 장비 사업은 쌀농사와 비슷합니다. 흉년과 풍년이 차이가 너무 크죠. 그래서 부품과 장비를 같이 만들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외바퀴 자전거를 두발 자전거로 바꾼 셈이죠.”
그는 이제 좀 더 안정적인 회사를 원한다.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LCD 산업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다른 쪽 연구개발과 투자를 진행 중입니다.”
국내 업체가 만들지 않고 수입하는 반도체 부품과 통신 부품이 회사의 새 주력 사업으로 떠 오를 전망이다. 김 대표는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하는 삶이 가치 있다”며 “우수하고 훌륭한 사람을 많이 안다는 것은 좋은 자산”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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