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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11월4일, 행정자치부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에 팩스 한 장를 보냈다. ‘전공노 총파업 관련 징계 업무처리지침’이라는 제목의 이 공문은 전국공무원노조가 계획한 파업에 참가한 공무원 노동자를 배제징계(파면, 해임)하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그해 11월14일 공무원노조는 총파업을 감행했다. 역사상 최초의 공무원노동자의 파업이었고, 그 결과는 혹독했다. 2,622명이 징계를 당했고, 455명이 일터에서 쫓겨났다. 그로부터 27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의 행자부 지침은 과도했다는 것을 법원이 논증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공무원노조 법률팀이 집계한 행정소송 및 대법원 판결 현황을 근거로 455명의 해고자들의 복직 추이를 예상했다. ‘무리한 징계’에 따른 비용손실은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가 추산했다. | | |
공무원노조 법률팀에 따르면 행자부의 지침의 승률은 20%를 넘기지 못하고 있고, 27개월 동안 ‘해고 유지비용’으로 187억원의 세금이 낭비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5일에는 대법원은 4명의 파업참가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공무원노조 법률팀은 “5일 대법원의 판결로 복직의 물꼬가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가 복직되진 않겠지만, 해고자의 80%가 다시 일터로 돌아갈 것으로 추정된다.
88명만 최종 해직자로 추산 행자부 지침에 따른 배제징계가 정말 해직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364명은 복직되고, 91명만 최종 해직자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법원의 판단 추의를 보면 유추 가능하다.
행자부 지침에 따른 징계로 해직된 공무원 455명 중, 209명이 소청심사를 통해 복직됐다.
남은 246명 중 3명(해직 확정)을 제외한 243명이 행정소송 절차를 밟았고, 1심에서 137명이 복직 판결을 받았고, 92명은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남은 14명은 아직 소송이 진행 중인데, 다른 판결과 비슷한 비율로 승·패소가 갈릴 경우를 가정하면 145명 승소, 98명 패소 판결이 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을 마친 229명 중 고양시에서 2명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 것(복직됐음)을 제외한 227명이 고등법원으로 옮겨 법정싸움을 이어갔다. 아직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14명 모두가 항소할 경우 241명이 고등법원에서 시비를 가리게 된다.
2월5일 현재, 고법은 108명에 대해 복직판결을 내렸고, 40명에 대해선 해직 판결을 유지했다. 고법은 1심 패소자 12명에 대해 원직복직 판결을 내렸고, 1심 승소자 1명에 대해 해직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고법의 판단이 1심보다 해직자에게 관대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법, 1심보다 복직판결 많아 그러나, 이 판결은 다른 지역에 비해 1심에서 해직 판결을 받은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경기지역(21명 중 19명 배제징계)의 판결을 뒤집은 경우로, 승소비율이 높은 다른 지방법원의 판단에 대해선 고법이 대체로 뒤집지 않는 추세다.
따라서 고등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98명은 1심 판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2심에서는 모두 153명이 승소하고, 88명이 패소할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공무원노조 법률팀은 ‘유추된 결과’와 실제 판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법의 판결이 진행 중인 가운데, 8곳의 지자체가 23명에 대한 상고심을 포기해 복직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대법원까지 갈 해임자는 218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법원은 지난 5일 고법의 판단을 인정하고, 4명에 대한 상고심에 대해 해직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이 양형의 정도를 따지기보다, 혐의의 위법성 여부에 집중하는 점이나, 앞선 판례에서 벗어난 판단을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며, 고법의 판단을 대법원이 뒤집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법, 고법판결 유지할 듯 결국 소청에서 복직된 209명, 1심에서 복직된 2명, 2심에서 복직된 23명, 대법원에서 복직 판결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130명을 더하면, 해직자 455명 중 364명이 복직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지침에 의해 해직된 455명 중 실제 해직되는 공무원 노동자는 91명에 불과한 것이다.
예상되는 결과를 놓고 복직과 해직의 비율을 계산하면 80%대 20%가 된다. 행자부 지침의 승률이 20%에 불과한 것이다.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한 직접적인 세금 손실만 19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기관의 소송비용 중 패소했거나, 패소할 것이 유력한 비용만 5억6,500만원이 들어갔으며, 부당해고로 판결이 난 공무원노동자에 대한 임금소급비용은 징계 후 2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만 추산해도 181억4,080만원이 나온다. 임금 소급으로 써야할 돈이 한달에 4억1,600만원씩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행자부가 승율 20%의 '도박'을 벌어 187억580만원을 날렸으며, 고집을 피울 경우 매달 수억원의 피해가 나게 것이라는 말이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지방재정에 짐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이다.
이같은 손실비용은, 돈으로 추산할 수 없는 해직 공무원들의 고통을 빼고 계산한 것이다. 공무원노조는 희생자 구제기금을 조합원들에게 걷어, 해직자의 임금을 보전해 주고 있다. 해직으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지 않다. 그러나 노조가 해직의 고통까지 해결해 줄 순 없었다.
"해직은 사형선고" 한 해직자는 “파업 참여 자체가 많은 것을 잃게 하는 게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시작했지만,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나와 가족들이 겪은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공무원노조 소속 한 지역본부장은 “주변 해직자들 중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면서 “노동자에게 해고는 사형선고와 같은 것이라는 말을 하루 하루 절감하며 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행자부는 지침에 따른 징계가 줄지어 패소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06년 한해 동안 수차례의 배제징계 지침을 내렸다.
지난해 7월, 공무원노조가 ‘공공노동자 대회’를 준비하자, 이용섭 당시 행자부 장관은 7월 5일, 16개 시도 행정부시장·부지사 회의를 열어 “집회 참가자 중 불법집단행위를 주동하는 공무원에 대해선 중징계(배제징계) 및 사법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공무원노조가 경남 창원에서 ‘9·9대회’를 준비하자, 행정자치부는 9월 7일 검·경이 참석하는 ‘공무원단체 불법 행위 관련 대책실무회의’를 열어 △불법집회에 참가한 공무원의 위법사항을 채증해, 주동자 및 지도부에 대해서는 중징계(배제징계) 및 사법조치하며 △단순 참가자에 대해서도 징계 조치를 하는 등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강력대처하기로 했다.
이 집회들은 주말에 이뤄진 것들이었다. 실제 중징계를 집행했다고 해도, 소청과 행정소송에서 정부쪽이 이길 가능성이 적은 상황이었다. 법원에 판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 행자부가 계속 ‘징계 지침’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행자부, 시대변화 역행 중" 맹주천 공무원노조 법률팀장(변호사)는 “행자부가 특별권력관계에서 노사관계로 변화하는 공직사회의 시대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그로 인해 공무원노조관계 초기에 너무 큰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맹 법률팀장은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무시한 행자부의 독선적인 행동은 정부가 나쁜 사용자였을 때 벌어질 사회적 패착의 전형적이 모습”이라면서 “낭비된 국민의 세금과 해직 당사자, 그들의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까지 고려하면, 부당한 징계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너무나도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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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징계 구제절차
공무원의 징계권, 특히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는 공무원의 징계권은 해당 지자체 장에게 있다. 지난 2004년 11월 행정자치부가 전 지자체에 내린 ‘징계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한 견해 표명”이었다는 게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3월 내린 결론이다.
그러나 행자부 지침을 지자체장이 거부할 경우, 교부세 배정의 축소, 국책사업의 배제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소속 구청장이 있었던 울산 북구와 동구를 제외한 전 지자체가 2004년 11월 파업 참가자를 징계했다.
파업 징계자의 구제 절차는 첫 단계가 소청심사(공무원의 징계 등 불이익 처분에 대한 심사를 하는 행정심판)다. 총파업 건으로 배제징계(파면, 해임)된 455명 중 209명이 소청심사를 통해 복직됐다.
여기서 구제되지 못한 공무원 노동자는 행정심판을 통해 다시 징계의 정당성 여부를 따질 수 있다. 행정심판에서 승패가 가려지만, 기관과 공무원노동자는 항소와 상고를 할 수 있다. 총파업 징계건의 경우 243건이 소송에 들어갔고 (현재까지 25건을 제외한) 대부분의 결과에 대해 기관과 공무원 노동자가 불복해 상급 법원에서 법정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항소와 상고 여부는 지자체가 판단하기 보다, 주로 검찰에 업무지휘를 따르고 있다.
243건의 소송 중 88명의 해직자를 제외한 155명이 소송을 통해서 복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기관 쪽의 불복이 이어지면서, 이들 대부분은 대법원 판결 이후에야 일터로 돌아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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