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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7년02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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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외면하는 공무원수당제도

근로기준법 외면하는 공무원수당제도

휴일수당·시간외 수당 논란…노조"정액수당으로 지급해야"

정용상 기자/매일노동뉴스

한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 A씨는 2월 들어서, 이틀간 야근을 했다. 첫날은 6시간 야근을 했고, 둘째날은 두 시간동안 야근을 했다. 그럼 A씨는 몇시간분의 시간외 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을까? 답은 4시간이다.

만약 A씨는 같은 달에 업무가 밀려서 토요일 일요일 이틀 동안 16시간의 근무를 했다고 가정하자. 그런 A씨가 받을 수 있는 휴일수당은 얼마일까? 답은 4시간이다.

A씨가 야근하고, 휴일에 일한 총 시간은 24시간이지만 왜 8시간분의 수당만 받게 될까. 이는 공무원이 근로기준법과 다른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공무원수당등에 관한 규정’은 추가근무를 할 경우 2시간의 근무 수당을 공제한다. 또한 휴일근무수당은 4시간만 인정하고 있다.

더구나 공무원이 받는 시간외 근무수당, 휴일수당은 일반 노동자처럼 1.5배를 곱해서 받지도 못한다. 공무원의 경우는 기준호봉 기준 시급에 70%를 기준으로 1.5배를 곱해서 지급한다. 사실상, 시간외 근무를 했을 경우와 근무시간 내 근무를 했을 경우의 받는 돈의 차이가 미미한 수준이 된다.

24시간 일했는데, 왜 8시간 만?

경기도 수원시의 공무원들이 최근 5년 간 시간외 근무내역을 허위기재해 333억원을 부당지급 받은 것으로 경기도 감사 결과 밝혀졌다. 정부는 각 지자체의 시간외 근무수당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수당 도둑질’이라는 여론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는 “시간외 근무수당의 편법지급에 애한 시민들의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해명과 구조적 개선을 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의 주장의 핵심은 시간외 근무수당의 편법지급 문제는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라는 것. 노조는 “정부가 공무원 사기진작을 명분으로 근로기준법에 전혀 맞지 않는 초과근무수당제도를 만들어 정액수당처럼 운용해 왔다”면서 “일한만큼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제도가 편법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윤영 공무원노조 정책실장은 “시간외 근무수당, 휴일수당 등 각종 수당을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맞추고, 편법이 관행으로 굳은 수당제도는 정액수당으로 아예 돌려버리는 것이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최 실장은 “이미 수당이 편법으로 지급되고 있다는 것과 그 원인이 불합리한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은 몇 년전부터 인지된 사실”이라며서 “정부가 시스템 개혁을 말하기에 앞서, 여론몰이부터 하는 것은 공무원과 국민들의 사이를 벌리는 것 말고 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맹주천 공무원노조 법률팀장 역시 “공무원수당은 근로기준법에 정한 기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지급되고 있다”면서 “불합리한 시스템을 개혁하지 않는 한, 편법이 줄어들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 까닭

공무원연금 문제, 시간외 수당 문제 등 최근 공무원의 처우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올 때, 공무원노조에서 자주 주장하는 말이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맞추는 게 대안’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퇴직금 문제. 현행 공무원연금제도 하에서 공무원들은 퇴직금이 없이 퇴직금의 7.5~46% 수준의 퇴직수당을 받아왔다. 최근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선안을 내놓으면서 ‘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맞추는 대신, 퇴직금을 만들겠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의 퇴직금 안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퇴직전 마지막 3개월 평균임금×근속연수)과 다르다. 재직기간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더해서 지급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근무연수가 더할 수록 임금이 높아지는 만큼, “일반 노동자에 비해 퇴직금이 줄어들게 된다”고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또한 민간 사업장에서 사용자가 전액 부담하는 산재보험의 경우도, 공무원은 적용받지 않고 있으며, 보장성이 약한 내용으로 공무원연금 제도 안에 편입 돼 있다. 최근 문제가 불거진 시간외 근무수당 편법 운영에 대한 것도, “민간 사업장 수준의 법정수당을 지급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면 편법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맹주천 공무원노조 법률팀장은 “공무원의 노사관계가 특별권력관계에서 근로계약관계로 변화되는 추세에 있다”면서 “근로기준법 수준 이하의 공무원처우 규정들은 근로기준법 수준으로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