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업무를 야무지게 처리하지 못하고 그럭저럭 시간만 때우는 공무원, 일보다는 상사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고 잦은 술자리 때문에 지각을 일삼거나 아예 자취를 감추는 불성실 공무원. 이런 유형의 공직자들은 더 이상 철밥통으로 남을 수 없게 된다. 전남을 비롯해 전국 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무능·불성실 공무원들을 솎아내기 위한 장치를 만들면서 공직사회에 새로운 기류가 감돌고 있다.
고흥군은 14일 불성실하거나 업무능력이 떨어지는 ‘부적격 공무원’에 대해 단계별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군은 업무 부적격자를 6 종류로 나눠, 일용직과 같은 업무보조반 근무→직위해제→직권면직 등 3단계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부적격자 기준은 ▲업무 능력 부족으로 다른 동료들이 함께 근무하기를 기피하는 직원 ▲업무에 게으르고 불평·불만을 일삼는 경우 ▲성격장애 등으로 직장 분위기를 해치는 직원 ▲음주 등의 사유로 무단결근을 자주 하는 케이스 ▲업무시간 중 사적용무로 자리를 비우는 직원 ▲감사기관의 공직감찰에 적발돼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킨 직원 등 6가지 유형이다.
부적격자로 분류된 공무원은 단순·반복 업무에 해당하는 교통량 조사와 쓰레기 치우기 등 일용직 업무에 배치한 뒤 근무자세 개선노력을 평가한다. 만일 개선의 여지가 없는 직원에 대해서는 직위해제와 직권 면직 등 퇴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고흥군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긴장감과 경쟁의식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무능력하고 불성실한 공무원을 걸러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를 마련했다”면서 “3월부터 대상자를 선발해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곡성군도 앞으로 맡은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근무 분위기를 해치는 공무원을 걸러내기로 하고 구체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군은 최근 인사예고를 통해 불성실 공무원에 대해서는 보직을 주지않고 일용직이 맡는 허드렛일을 시키킨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일단 ‘대상’에 오른 직원은 1년 정도 단순업무를 시키면서 개선여지를 평가하고 고쳐지지 않으면 퇴직까지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빠른 시일 내에 계량화된 평가시스템을 만들기로 하고 기준 등에 대한 용역을 실시키로 했다.
이같은 인사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신분보장과 정년을 금과옥조로 하고 있는 공직사회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공무원들의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잘못하면 일용직으로 전환되는 ‘수모’ 뿐만 아니라 직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업무를 철저히 챙기고,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해 책을 펼치는 등 전향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철밥통 공무원들에게 가장 먼저 경종을 울리고 나선 곳은 울산시와 울산시 남구였다. 두 지자체는 지난 1월 정기인사부터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거나 게으름을 일삼는 직원을 골라 보직을 박탈하고 ‘시정자문단’에 소속시켜 허드렛을 시키고 있다. 이들은 6개월 후 평가를 거쳐 개선됐다고 인정되면 일반직 업무에 복귀된다. 그러나 시일이 지나도 구태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다양한 인사 불이익을 취해 옷을 벗게 만든다는 복안이다.
울산시가 이같은 방침을 발표했을 때 광주시와 전남도를 비롯, 광주시 남구, 구례군 등이 울산시에 운용방안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져 고흥·곡성군과 같은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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