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연수목적 분명하고, 연수가치 있다면 해외여행 경비 현실화 해야

최근 지방의원 해외연수의 문제점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어떤 점이 달라졌고, 남아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 지방의원 낭비성 외유, 본격 제동

경기도의회 해외연수 심사위원회는 올해 들어 지방의원 해외연수계획 3건을 잇따라 부결시켰다. 올해 들어 전체 심사 건수 8건중 3건을 부결시킨 것이다.

심사위원회는 예결특위 소속 의원 16명의 해외여행 계획에 대해 연수 필요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를 들어 부결시켰다.

예결특위의 연수목적이 복식부기 등 선진 예산편성 기법 견학이었지만, 굳이 해외연수를 통하지 않고도 자체적으로 연구할 수 있다는 것이 부결의 주된 이유였다.

경기도의회 심사위원회는 또 자치 행정위원회 소속 의원 14명의 해외연수 계획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를 부결시켰다가 여행계획이 보완된 이후에야 재심사에서 통과시켰다. 김 모 의원이 신청한 해외여행 계획에 대해서도 사적인 목적의 연수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부결시켰다.

전국 공무원노조 정책연구소 이지문 연구원은 "지금까지는 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돼 해외연수계획이 거의 대부분 통과되었다. 경기도의회의 잇따른 부결 사례는 낭비성 외유에 대한 본격적인 제동을 건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해외연수비 자진반납 시키기도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은 목적대로 해외연수를 하지 못하고 귀국한 민주노동당 소속 광주 광산구의회 의원 2명에 대해 해외연수비 130만원을 자진반납케 했다.

민주노동당 광주시당 윤민호 대변인은 "민주노동당부터 새롭게 연수문화를 정립시키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로 이러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 시민단체 적극적인 문제 제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 7명과 도청공무원 8명, 언론사 기자 2명 등 19명이 최근 9일 동안 핀란드와 스웨덴 등 북유럽 4개국을 다녀왔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은 부적절한 예산집행이다.

탐라 자치연대 오상준 사무국장은 "이번 해외경비 중 5천만원은 예산항목 상 민간인 국외여비 항목으로 설정돼 있지만, 시찰단에 도의원과 공무원만 있고 민간인은 한 명도 없다. 예산 집행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번째 문제점은 여행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시민단체에서 해외연수 계획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까지 했지만 제주도는 '선진 지방자치제도 해외연수 계획'이라는 달랑 한 장 짜리 계획서만 공개했다.

연수대상이 북유럽 4개국의 지방자치단체 협회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부실한 계획서로 무엇을 배우겟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 포항시의회 의원 해외연수 '도마 위'

포항시의회도 최근 의원 12명과 공무원 7명 등 21명이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개국을 다녀왔다. 여행목적은 사회복지시설과 쓰레기 소각장 시설 견학이다.

그러나 포항환경운동연합 강호철 상임의장은 "이 분야는 보사산업위원회 관련 사항인데도, 관련이 없는 건설도시위원회와 총무경제위원회 소속 의원 5명이 동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해외연수에 관한 규칙, 조례사항 거의 없어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1월 '지방의원 해외여행 규칙표준안'을 만들어 지방의회에 전달했다. 표준안에는 해외여행 적용범위와 심사위원회 설치, 심사기준, 여행계획서 제출과 여행보고서 제출, 사후관리 규정을 담고 있다.

해외연수와 관련해 자치법규 제정여부를 보면, 지난해 2월 현재 16개 광역의회중 조례로 제정된 곳은 충남 한 곳 뿐이며, 규칙으로 제정된 곳이 4곳, 규정으로 제정된 곳이 9곳, 미제정이 부산, 전북 등 두 곳이다.

해외연수에 관해 '규정'으로 제정된 제주도의회의 경우 최근 의원 두 명의 공동발의로 조례제정을 추진했다가 운영위원회심의를 거치면서 조례가 아닌 '규칙'으로 발의된 상태이다.

제주도의회 위성곤 의원은 "조례로 제정되지 못하고 규칙으로 제정되었지만 만족하고요. 어떻든간에 도민들에 의해 통제되는 의회, 이러한 것이 바람직한 의회상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는 심사위원회 구성 역시 당초 발의는 9명중 외부인사를 절반이 넘는 5명으로 했으나 운영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외부인사를 절반에 못미치는 4명으로 줄였다. 심사위원 구성중 외부인사 비중을 높여야만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앞서 해외연수를 잇따라 부결했던 경기도의회 역시 심사의원 9명중 외부인사가 절반이 넘는 5명으로 구성돼 있다.

△ 해외연수 후 여행보고서 작성해야

행자부의 해외연수 규칙에 따르면, 출국 15일 전에 여행 계획서를 심사위원회에 제출하고, 해외연수를 마치면 15일 이내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보고서는 홈페이지에 올리거나 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여행목적과 계획이 충실한지, 예산은 정당하게 세워졌는지를 사전에 심사위원회에서 걸르고, 해외연수의 성과가 얼마나 있었는지를 보고서를 통해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평가받게 하겠다는 것이다.

광주에서는 북구의회가 홈페이지에 올린 '해외 연수보고서'에 대해 시민단체가 표절의혹을 제기한 일이 있었다. 한 시민단체는 전체보고서 75쪽 중 연수소감을 제외한 65쪽이 인터넷에서 자료를 퍼서 옮긴 데 불과한 내용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광주 평등사회 실천연대 안영돈 씨는 "북구 의회 연수보고서는 개인블로그나 신문기사, 여행사 사이트에서 표절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여행목적대로 연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서 민주노동당 광주시당의 사례처럼 해외연수비를 반환받아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해외연수 비용 책정방식 개선해야

현행 여비규정에는 기초의원은 연간 130만원, 광역의원은 연간 18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제주도의회 위성곤 의원은 "이 정도 여행경비로는 동남아 정도 밖에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행정자치부가 여행경비를 현실에 맞게 상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행경비가 적다보니 포항시의회처럼 내년 여비까지 앞당겨서 집행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의원 유급화가 된 마당에 여행경비를 더 올리는 것은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해외연수에 대한 심사는 엄격하게 하되, 연수목적이 분명하고 연수가치가 있다면 해외여행 경비의 현실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CBS사회부 김영태 기자 great@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