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노조의 통큰 단결을 호소하며>
아! 이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던 순간인가. 오늘, 우리는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지나 밝은 세상으로 첫발을 내딛는 엄숙한 순간을 맞이하였다.
2002년 3월 23일,
고려대에서 외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창립선언문의 시작입니다.
창립선언문을 외친 동지의 목소리가 지워지기도 전에 정권의 忠犬들에 의해 우리의 동지들이 쓰러져서 연행되어 가던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의 조직, 우리의 조직인 공무원노조는 그렇게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2002년 11월 연가투쟁. 또한 자랑스런 2004년 총파업투쟁.
투쟁의 연속에서 상처도 많았지만 우리는 더욱 튼튼한 활동가로 단련되고 조직은 더욱 강고해졌습니다. 이것은 자랑스런 14만 조합원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습니다.
2월 27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권승복 위원장의 담화문에서도 확인했습니다.
‘조직진로와 관련하여 법외를 주장하는 동지들이나 법내를 주장하는 동지들이나 우리 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한 애정과 헌신은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간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때로는 동지들 간에 입장차이가 있다고 할지라도 이 동지들이 함께 구속과 징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투쟁해왔기에 공무원노동조합은 그간의 시련을 딛고 발전해 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공무원노조를 건설하고 투쟁으로 지켜온 우리는 모두 자랑스런 공무원노동조합 간부들이며 조합원들입니다.
지금의 모습을 반추(反芻)해 봅니다.
작금의 상황은 단결의 기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으며 공무원노조의 지도력은 현장에서 더 이상 존중되기 어렵습니다. 우리는 지난 11월 25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수정안을 부결시키고 다시한번 투쟁으로 돌파하자고 결의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월 24일 2007년 정기대의원대회를 통해 ‘조직진로를 묻는 총투표 실시의 건’에 대해 다시 안건이 제출되었습니다. 11월 대대를 통해 총의를 모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쟁을 전개해야함에도 실천하지 못한 우리 모두는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그러나 절차를 통해 발의된 안건이 민주적인 대의체계에서 지켜지지 못한 불미스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실로 일선에서 헌신적으로 투쟁하는 지부간부들에게, 조합원들에게 그뿐만 아니라 공무원노조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갖고 계신 국민들에게 심히 부끄럽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뜨거웠던 마음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노조 대의원대회 의장의 단상은 결코 도구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조합원들의 엄중한 정신이 깃들어있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당동벌이(黨同伐異)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아니하고 뜻이 맞는 사람끼리는 한패가 되고, 그렇지 아니한 사람은 배척한다는 뜻입니다. 중국 후한시대 때 무조건 같은 파벌의 사람 편을 들고 상대 파벌을 배격했던 역사적 상황을 빗대어 표현한 것입니다. 물론 후한은 멸망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반면에 구동존이(求同存異)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다름이 있더라도 같음을 구하라는 뜻입니다. 중국의 한 혁명투사가 사용하면서 중국정책의 기본원칙이 되었다고 하는데 같음을 구하고 다름을 존중하는 정신은 지금의 어려움을 수습할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들의 대표이자 지도부인 위원장과 상집, 중집 성원들의 노고와 투쟁을 믿고 그 결정사항을 현장에서 관철하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중앙의 간부들에게만 의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열린 토론과 조합원들의 마음을 모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현장의 목소리로 무너진 지도부의 권위를 다시 세울 때입니다. 현장 조합원의 의견을, 현장 간부들의 지혜와 마음을 모을 때라 생각합니다.
이에 작금의 공무원노조의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고자하는 인천본부 현장간부들은 진심어린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첫째, 3월 5일에 발표한 위원장의 특별담화문은 재고되어야 합니다. 또한 3월 13일 발표한 담화문에 따른 조직방침도 재고되어야 합니다. 현 시기는 어려운 지부 상황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원칙을 주장하는 지부의 신념을 이해하는 구동존이의 사상으로 공무원노조를 다시 세워 힘을 합쳐야 합니다.
둘째, 공무원노조 대의원대회를 조속히 개최해야 합니다. 공무원노동자들의 생존권은 벼랑에 몰려있습니다. 대의원대회에서 제출된 2007년 사업계획을 의결하고 집행하여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힘 있는 투쟁을 전개해야 합니다. 실추된 민주집중제를 다시 살려냅시다.
셋째, 조직진로에 대해 모두가 열린 마음과 자세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과정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상층 중심의 논의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지혜를 모아 풀어야 할 상황입니다.
우리의 의견과 다른 많은 동지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이 왜곡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상호 의견이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가고 있는 동지임을 확인하고 따뜻한 시선을 항상 잊지 않는 자세가 지금은 어느 때 보다 우리를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노동조합의 원칙은 단결과 실천이라고 투쟁의 과정에서 배웠습니다.
힘 있게 뭉쳐 싸웁시다. 동지들이여!!!
2007. 3. 14.
현 상황의 지혜로운 해결을 바라는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조직활성화위원장 고광식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남동구지부장 이상헌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서구지부장 최구영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연수구지부장 정연택
공무원노조 인천본부 인천시지부장 김재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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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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