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공무원노조가 조직 진로를 놓고 논쟁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단상 점거로 대의원대회가 무산되었다. 이후 내부 논쟁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의원대회 당시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조합원 총투표’안건에 대한 찬,반 입장을 대표하는 두 지역본부장을 만나 의견을 들어보았다.

이창화 대경본부장은 공무원노조가 법외노조의 형태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조합원 총투표를 반대했다. 파행으로 끝난 대의원대회 당시 단상을 점거했던 당사자이기도 하다.

"왔던 길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가야한다"

현 공무원노조 상황에 대해서 이 본부장은 “간부들이 자기 역할과 할 일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한편 “사용자들이 협박하니까 모르는 조합원들이 그렇게 가려고 하는 것”이라며 노조설립신고를 주장하는 이들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나서 꽃샘 추위에 항복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본부장의 근거는 특별법 수용 거부를 결의한 과거 수차례의 대의원대회다. 공무원노조는 2005년 8월 대의원대회와 작년 11월 대의원대회에서 특별법 수용 거부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으며 작년에 치러진 3기 임원선거에서는 출마 후보 전원이 특별법 거부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우리가 왔던 길이 있기 때문에 그대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탄압은 우리가 극복할 문제이지 숙이고 들어가서는 민주노조를 세울 수 없습니다.”

이 본부장이 법외 노조를 고수하는 이유 중 하나는 법테두리 안에서는 노조활동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화 의지가 우선되지 않는 한 합법화란 있을 수 없다는 것.

“법테두리 안으로 들어가면 노조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1~2년을 그렇게 두드려 맞으면서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한번도 대화의 자세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정부가 탄압으로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면 우리에게 남는 것은 투쟁밖에 없습니다. 대화 이전에는 우리 입장도 바꾸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노조 설립 신고를 주장하는 측은 공무원노조 설립 당시 실정법 테두리안에 있던 직장협의회를 중심으로 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직장협의회가 공무원노조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쳤던 경험을 예로 들며 법테두리안에서 특별법 거부 투쟁을 벌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본부장은 이런 주장에 대해서도 상대를 얕보고 있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의 상황은 정부가 악랄하게 노조를 몰살하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허수아비랑 싸우는 것이 아니라 아주 악랄하고 교활한 사람들하고 싸우고 있는 것이죠. 특별법안에서 직협 시대와 비교하는 것은 상대를 너무 얕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때는 우리가 정부에 대항하리라고는 생각도 안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차기 선거에서 찬반을 묻자

대의원대회 안건은 합법화를 할 것이냐, 법외노조로 남을 것이냐가 아니라 조합원들에게 그 결정을 맡기자는 것이었다. 즉 조직의 향방을 조합원 스스로가 결정하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결정을 조합원에게 내리라고 하는 것은 지도부가 승복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던져줄 뿐이라며 “형식에만 치우쳐 내용을 생각하지 않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조합원들은 사람들이 더 열심히 싸워주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표현을 못합니다. 진심을 싸워주기를 바라는거죠. 우리가 민주노총 가입때도 그랬고 표를 찍으라고 하면 조합원들은 지도부의 의중을 보고 찍습니다. ‘아, 우리 지도부가 이렇게 원하고 있구나’라고 생각되는 쪽을 찍게 되는 거죠. 이 탄압상황에서 어디로 갈까 물으면 조합원들이 지도부의 의중을 어떻게 읽겠습니까. ‘이것은 지도부가 승복하려는 것이구나’ 아마 이렇게 읽을 것입니다. 많은 조합원들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묻자고 하는 게 순진한 것인지 어리석은 것인지... ”

양측의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양측의 의견을 절충한 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절충이 가능하냐는 의견에 이 본부장은 “조합원들이 직접 투표를 안할 수 없는 시기”에 표를 호소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펼쳤다. 지도부 임기가 끝나는 내년 선거 시기에 결정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인정하듯 이 본부장은 직접적으로 선거 이야기를 거론하며 조합원 총투표를 주장하는 측에 대해 감정을 터트리기도 했다.

“아직도 할 수 있다는 사람이 반이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정상적인 모습으로 조직이 넘어가는 게 맞습니다. 무슨 이야기냐면 다음 선거에서 자신들의 후보를 내서 이런 프로그램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하면 될 일을 무슨 야바위도 아니고 농락을 하고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때까지 끌고 가다가는 조직이 무너진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는 “2년간 두드려맞고 버텼는데 왜 갑자기 조직이 깨지냐”며 “조직이 깨질리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의원대회 파행은 어쩔 수 없는 선택"

한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대의원대회를 파행으로 몰고갔던 단상점거다. 법외노조를 고수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는 별개로 의사결정기구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보인다. 이와 관련 이 본부장은 “우발적인 사태이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된다”고 밝히면서도 “기타 안건으로 그 내용이 올라왔다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라며 ‘조합원 총투표’ 안건 상정 자체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어떤 지도부도 때마다 중요한 조직의 진로문제나 생사흥망이 걸린 문제를 회의때마다 들고나와 논쟁을 시키고 이래서는 일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타 안건으로 그 내용이 올라왔다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고 분위기가 찬성 토론을 못했습니다. 우발적으로 이런 사태가 생겼는데 불행하다고 생각하고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이 민주적으로 갔으면 합니다.”

이 본부장은 “조직의 진로를 정하는 데 기타 안건으로 제출하는 게 어디있냐”며 이 안건을 발의한 부위원장과 본부장들의 자질을 의심했다. 이어 그는 전후 사정을 고려했을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잘잘못은 역사의 심판에 맡겼다.

“채택되지 말았으면 좋을 것이 올라와서 채택이 되었습니다. 조직의 생사가 걸린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닌 문제라 토론을 끊고 표결로 가겠다는 것은 너무 형식적이라 생각했거든요. 불행한 사태지만 전체적으로 한 부분만 가지고 잘됐다, 못됐다를 따지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에 밝혀지지 않겠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