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내일신문]

울산·서울서 전국으로 확산

부천은 이미 무능공무원 해임 … 행자부, 기준 마련 나서

‘무능·태만 공무원 퇴출제도’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공무원 사회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울산시에서 시작된 공무원 퇴출제도 논란은 최근 서울시의 ‘3% 퇴출제’ 발표로 정점에 이르렀다. 전국의 상당수 자치단체장들이 제도 시행을 검토하는 등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반발도 적지 않다. 특별한 기준 없이 마녀사냥식 퇴출이 이뤄지거나 단체장의 줄세우기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공무원노조 등은 공무원들에 대한 대대적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행정자치부도 객관적인 지침이나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무원 퇴출제’ 빠르게 확산 = 공무원 퇴출 제도의 발단은 울산시다.

울산시는 지난 1월 19일 실·국장으로부터 추천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한 5·6급 공무원 4명을 1년간 ‘시정지원단’에 발령 냈다. 이들은 현재 쓰레기 분리수거 검사나 덩굴나무심기 계도활동, 도로시설물 관리 등 현장업무를 하고 있다.

울산 남구청도 1월 23일 사무관급 공무원 3명에게 보직을 주지 않고 대기 발령을 냈다. 건강상 이유로 명예퇴직한 1명을 제외하면 이들 역시 매일같이 불법광고물을 떼어내는 등 현장 업무를 하고 있다. 전남 고흥군 역시 불성실 공무원들을 1년간 일용직으로 발령 냈다.

광역단체 중에는 이미 퇴출제를 시행 중인 서울·울산·대구·제주 외에도 부산·인천·대전·강원·전북·경남 등 대부분 지자체가 시행을 검토 중이다.

기초단체에서도 울산 남구 외에 서울 마포구와 구로·강북·광진·강동구와 부산 진구, 경기 파주시 등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와 서대문구, 경기 의정부·양주·고양시, 대주 서·중구, 충북 괴산, 전남 고흥군과 나주시, 경남 마산 등에서도 퇴출제를 시행 중이거나 검토하고 있다.

부천시에서는 이미 지난해 ‘공무원 퇴출제’의 일환으로 3명의 보직을 박탈하고 1명을 해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직을 박탈당한 3명 중 1명도 명예퇴직을 신청, 사실상 퇴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해임된 공무원의 경우 시의 해임결정을 취소시켜 달라며 정식재판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감봉 등으로 징계수위를 낮추라”는 결정을 받았지만 부천시는 “조직간 화합을 해치는 직원을 계속 근무시킬 수 없다”며 법원의 결정을 거부한 채 소송을 계속하고 있다.

◆국민들 공감, 공직사회 혼란 빠져= 이처럼 ‘공무원들의 철밥통을 깨겠다’는 공무원 퇴출제가 국민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의 ‘퇴출 공무원 3% 의무화 계획’에 대해 지난 11일 CBS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상당수가 이번 조치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무능·태만 공무원에 대한 의무 퇴출계획에 찬성한다는 의견은 과반이 넘는 63.8%였지만, 잘못된 조치라는 의견은 16.3%에 불과했다. 이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전화로 조사했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였다.

반면 이처럼 공무원 퇴출제가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어가면서 특별한 기준 없이 인기 영합적 시행으로 공직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이 제도를 ‘총액인건비제 시행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공무원 정년제가 사실상 폐지됐다는 주장이다.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인 충북대 최영출 교수(행정학)는 “기본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공정한 평가시스템, 인사권자의 전횡 등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정부도 3% 퇴출제에 대한 기준 마련에 나섰다. 행정자치부는 지자체들의 무능 공무원 퇴출 또는 그런 움직임과 관련해 퇴출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대상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퇴출제의 객관적 기준과 절차 등의 지침’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신일· 홍범텍 기자 ddhn21@naeil.com

공직사회 체질개선 구조조정 시동

서울시, 4급 1명 미리 퇴직 … 부천시도 4명 퇴출 통보

서울시가 대규모 퇴출대상자 선정 작업에 들어가자 4급 공무원 1명이 미리 퇴직을 신청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달 10일부터 운영하는 ‘현장시정추진단’에 소속될 공무원 선별을 위한 사전 단계인 3% 퇴출후보를 15일 선정했다고 밝혔다. 3% 퇴출후보자 250여명과 근무연한을 채워 인사 대상인 전보 대상자 673명, 전보 자원자 484명을 합쳐 1397명이 이번 퇴출후보 대상에 오른 셈이다.

이 과정에서 행정국 대기발령 중인 4급 공무원 1명은 퇴직 신청을 했다. 또 올해 초 보직을 받지 못한 3급 공직자를 현장시정추진단장에 선정할 것으로 알려지자 고·하위직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시는 우선 퇴출후보들이 포함된 전출내신자 명단을 각 실·국별로 통보했다

. 각 실·국은 21일까지 전입내신자를 인사과에 제출하면 퇴출자의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다.

퇴출대상자들의 소명기회와 감사관실 검증에서도 구제되지 못한 사람은 조정위원회를 거쳐 주차단속 등 단순 업무를 담당하는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된다. 추진단 근무자는 매연차량 단속 등 단순 현장업무에 투입된 뒤 재심사를 거쳐 부서 재배치나 추진단 근무 연장, 직위해제 등의 마지막 절차를 밟는다. 추진단에서도 근무 태도와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직위해제를 당하고 6개월 뒤 면직된다.

‘현장시정추진단’은 3급 1명, 4급 2명 등 총 50~60명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서울시의 현장시정추진단 구성은 6000여명 이상 퇴직을 받은 지난 98년 구제금융사태의 공직 구조조정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이번 구조조정은 ‘자리를 줄이고 사람을 자르는’ 조정이 아니라는 점이 달라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7일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앞으로 인사때마다 이같은 공직사회 개혁은 계속될 것”이라며 “퇴출후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2·3중의 검증 시스템을 갖춰 공정하게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의 이같은 인사제도는 과거에도 있었던 일이다. 다만 3%라는 숫자를 정해놓고 공론화시킨 것이 논란의 여지로 남아있다.

3% 할당은 능력과 상관없이 숫자를 맞춰야하기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공직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A 국장은 “실국별로 3%씩 할당하면 모든 팀장(사무관)들의 능력과 태도가 좋은데도 1~2명의 팀장을 무조건 색출해야 하는 것은 문제”라며 “결국 이들은 구제되겠지만 처음 명단에서 포함됐다는 것 자체가 공직자로서 불명예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논란 여지도 있다. 현재 정원보다 공무원 수가 적은 서울시에서 대규모 퇴출자를 양산할 경우 업무하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결국 각 실·국에서 데려가고 싶은 사람이 없더라도 인원 부족으로 인한 전입희망자를 선택하는 사례가 발생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된다.

서울시는 퇴출대상자에 대한 명예훼손, 조직 동요 등을 우려해 퇴출후보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대상자 명단에 3%에 속했다는 퇴출후보 표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시가 퇴출대상자를 선정하는 등 숨가쁜 구조조정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 경기도 부천시는 퇴출대상자 4명을 뽑아 1명을 해임시키고 나머지 3명의 보직을 박탈했다.

퇴출대상 4명 중 3명은 6급 공무원으로 1명은 명예퇴직을 신청했으며, 2명중 1명은 시에서 부과한 특별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처럼 지자체의 구조조정 바람은 지난해 7월 대구시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 초 울산, 서울, 경남, 전북 등 전국 20여개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객관적 선정기준 없고 줄서기 강요”

최 낙 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변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퇴출제를 총액인건비제에 의한 구조조정으로 규정하고 투쟁을 선언한다.

울산시청과 울산남구청, 서울시청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일하지 않는 공무원과 무능한 공무원’을 퇴출한다는 목표로 공무원퇴출제를 시행, 사실상 공무원의 정년제는 폐지됐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줄줄이 참여할 기세다.

그렇다면 ‘일하지 않는 공무원’이라는 퇴출후보를 선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울산과 서울 그 어느 곳도 시민들이나 공무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객관적 선정기준은 없다. 물론 투명한 선정과정도 선정위원회도 없다.

단지 실국장 등 부서장의 주먹구구식 주관적 재량과 인사권자의 낙점만이 선정 기준이었고 과정이었다. 지난 1월 울산에서 선정된 공무원들의 퇴출후보 선정 사유는 “주민의 여론이 나쁘다” “구의원의 평이 나쁘다” “결재횟수가 적다”는 것이었다.

퇴출후보로 선정되면 현장시정추진단에 소속되는 것도 문제지만 더욱 큰 것은 일정기간 후 평가를 통하여 직권면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존권의 공포다.

설사 살아남는다 하더라도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들과 가족들 앞에서 겪는 치욕적인 불명예로 고통 받으면서 살아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대인기피증과 의욕상실 또는 그이상의 정신적인 충격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매년 2회 이상의 공무원 퇴출제가 과연 공직사회를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나.

공무원퇴출제는 직업공무원제를 폐기하고 기계적으로 ‘매우 열심히 일하는 척’ 하는 공직사회를 만들 수는 있다. 줄서기와 성과 만들기를 위한 내부문서 생산, 부정부패는 늘어날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중시하는 ‘창의시정’ 즉 ‘명령이 아닌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창의적인 공무원마인드,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시민제일주의’는 결코 만들 수가 없다.

과거 정치권력은 명령에 무조건 순응하는 수직적 관료문화를 선호하고 강요해왔다. 오히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갖춘 공무원은 불이익을 받고 퇴출을 당하는 곳이 공직사회였다. 우수한 인재를 사장시키는 곳도 공직사회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강요하면서 공무원퇴출제를 강행하고 있다.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는 자유로운 시대와 정신의 산물이다. 오 시장은 군사적 관료문화와 부정부패 등 ‘자신의 내부에 있는 퇴출대상’을 먼저 찾았어야 했다. 하위직공무원들을 수평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공무원퇴출제보다는 공직사회 민주화를 먼저 실천하였어야 했다.

물론 공무원의 민주적인 노동조합 활동 보장도 공직사회 민주화의 중요한 한축일 것이다. 노동조합의 퇴출제 반대 기자회견을 청경과 공무원을 동원하여 강제 봉쇄하는 오 시장의 어리석음은 ‘창의시정’이나 ‘경쟁력 있는 공직사회’와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공무원사회에서 ‘일하지 않는 공무원’을 좋아하는 공무원은 결코 없다. 옆 동료가 일하지 않으면 내가 일을 처리해야하는 등 할 일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단순히 ‘더 많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사회’를 강제하는 것은 인사와 감사제도, 징계제도와 교육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선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객관적인 기준도 없이 밀실에서 부서장 재량 하에 선정되는 ‘무서운’ 공무원퇴출제는 결국은 줄서기를 강요하는 히틀러나 전두환 식의 공포가 아니고 무엇인가.

객관적 기준도 없이 자신이 왜 구조조정당해야 하는가를 알 수도 없이 십수만명씩 일괄 구조조정 당했던 81년과 99년 공무원사회의 아픔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