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29일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을 만나 전국공무원노조와 행자부의 면담을 주선했으나, 박명재 장관은 “법 테두리로 들어오는 것이 먼저”라며 만남을 거부했다. 또한 박명재 장관은 ‘공무원 노사관계 노정 T/F팀 구성 및 추진’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 위한 논의틀 마련’ 등 민주노총의 요구사항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는 이석행 위원장이 보건복지부, 건설교통부, 기획예산처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바로 논의틀 마련이 합의된 것과 다른 양상이었다.
“공무원노조와 만나라” “못 만난다”
29일 오후 5시, 행정자치부에서 이석행 위원장과 박명재 장관이 30여분간 면담을 가진 자리. 면담은 시작부터 두 사람은 공무원노조에 대한 문제로 공방을 시작했다. 이석행 위원장은 “권승복 공무원노조 위원장이 함께 배석해 현안을 상의하고 싶었는데, 함께 오지 못해서 유감”이라면서 “대립하기보다, 장관이 공무원노조를 만나 허심탄회하게 해법을 모색해 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박명재 장관은 “행정이라는 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라면서 “공무원노조가 어서 합법화가 될 수 있도록 (이석행 위원장이)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함께 배석한 김은주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예전보다 공무원노조의 입장이 탄력적으로 변하고 있고, 노조 쪽에서 대화의지를 밝히고 있다”면서 “장관과 공무원노조의 만남이 노조 내부 문제를 풀어가는 면에서나, 대정부 관계를 풀어가는 면에서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거듭 요청했다. 박명재 장관은 거듭된 민주노총 쪽의 요구에도 “공무원노조 안에서 법내로 들어오겠다는 쪽이 절반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 “법 밖에 있는 한 만날 수 없다”고 고집했다.
또한 이석행 위원장이 “공무원노조와 만날 수 없다면 민주노총과 행자부가 ‘공무원 노사관계 노정 T/F팀 구성’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행자부 장관의 답은 “검토해보겠다”였다. 김은주 부위원장 등이 확답을 요청하자 행자부 장관은 “상생과 협력의 방식을 고민 모색해야 한다”고 답하는 선에서 논쟁을 마무리 지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을 위한 논의틀 마련’, ‘지역 공공병원 강화 위한 노사정협의체 구성’ 등 민주노총과 행자부와의 현안 논의틀 구성 요구에도 박 장관은 “검토해보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또한 민주노총이 노동부,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보건복지부 등과 합의해온 ‘사무총장-차관’의 대화개설 확보 문제에 대한 박 장관의 답도 “검토해보겠다”였다.
이는 지금까지 이석행 위원장이 부처 장관을 면담하며 △건교부-건설상업연맹, 운수노조 간 정례적인 정책협의 △보건복지부-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연맹간 각각의 협의틀도 정례화 △보건의료정책,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의 정책현안을 협의 등의 합의를 어렵지 않게 끌어낸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이석행 위원장은 “지금까지 대화해본 부처 중 행자부가 가장 유연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행자부 유연하지 못하네”
한편 집회 시위 보장 문제를 두고 이석행 위원장과 박명재 장관은 미묘한 입장차를 확인했다. 박 장관이 “이석행 위원장이 평화시위를 표방한 것은 대단히 의미있는 일”이라면서 “(경찰청장 등과 협의해) ‘평화적 시위집회 사회 선언’을 하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물었다.
이에 대해 이석행 위원장은 “평화 시위만 보장된다면 시위를 폭력적으로 할 이유가 없다”면서 “(경찰버스 등) 차량을 동원해 시위대를 둘러싸는 일은 좀 삼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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