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한겨레]
“내부 고발로 괘씸죄·병가냈다고 찍혀”
장소 모른채 1박2일 교육장으로 첫 발

“가족에게는 1박2일 교육 간다고만 하고 나왔어요.”

서울시 공무원 퇴출 후보인 ‘현장시정추진단’(추진단)에 포함된 김아무개(53)씨의 말이다. 공무원 생활 20년 넘었다는 김씨는 자신이 추진단에 포함된 것 자체보다 가족들 볼 낯이 없는 것을 억울해했다.

“내가 무슨 성희롱을 했고, 내가 무슨 업무 시간에 술을 먹었어요 공무원 생활 20여년 한 나를 두번 죽였습니다. 차라리 무능해서라고 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아이들에게 가장으로서 무슨 낯이 서겠습니까 이 한을 가슴에 안고 가겠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4일 추진단의 규모와 활동계획을 밝히면서 무능 공무원 사례로 성희롱, 상습 음주 등을 적시했다. 이 때문에 김씨는 ‘성희롱 공무원’으로 낙인찍혔다는 피해 의식에 괴로워했다.

추진단에 포함된 이들은 추진단 공식 일정이 시작된 5일 아침 7시30분부터 1박2일 합숙 교육을 위해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입구에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축 처진 어깨에 입을 꾹 다문, 굳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한마디 물어볼 때마다 저마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괘씸죄’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박아무개(49)씨는 “인사권자인 소장도 나를 찍은 이유가 3년 전 업무 개선을 위해 내부고발을 한 탓이라고 설명했다”며 “이 억울함을 소송으로 풀어내겠다”고 말했다. 상수도사업본부의 한 사업소에 일하는 권아무개(47)씨 역시 두달 동안 병가를 낸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6~7월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낸 것이 이유란 설명을 들었다”며 “병가를 낸 것이 어떻게 무능하고 불성실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한 과장급 간부는 “한두명은 억울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두차례의 검증 등을 거쳐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추진단을 태운 버스는 오전 9시10분께 서울을 떠났다. 첫 공식일정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그사이 추진단의 이름은 ‘서울사랑봉사단’으로 바뀌었고 행선지가 경기 양평인 것도 차를 타서야 알게 됐다.

김경용 전국공무원노조 서울시청지부장은 “삼청교육대를 가는 것도 아닌데, 교육 장소조차 미리 안 가르쳐주는 것은 죄인 취급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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