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1.

교육인적자원부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된 부정적인 내용이 담긴 자료를 수업에 활용해서는 안된다는 공문을 전국 시·도 교육청에 내려보냈다. “협상조건이 다른 멕시코나 캐나다의 FTA 결과 가운데 부정적인 내용을 수업재료로 사용할 경우 특정관점의 편향된 인식을 가질 우려가 있다”는 게 이유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에도 정부의 한·미 FTA 논리를 홍보하는 교직원 연수를 추진하고, 대학 내 ‘반(反) FTA’ 활동 금지를 종용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2.

인천 연수구는 지난 10일 “‘6·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측준비위원회 연수본부’가 주관하는 통일 한마당 행사 보조금을 올해는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수구는 2002년부터 이 행사에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이 단체가 한·미 FTA 반대 운동을 했다는 이유에서 지원을 끊기로 했다. 구청측은 “행자부가 지난해 11월 각 지방자치단체로 하여금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단체에는 보조금 지원을 금지토록 한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한·미 FTA ‘반대여론 옥죄기’가 치졸함을 넘어 ‘탄압’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협상 내용 공개는 꺼리면서 반대자들의 목소리는 꽁꽁 묶어놓은 채 일방적인 ‘여론 공작’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국정홍보처는 지난 10일부터 ‘한·미 FTA 언론보도,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브리핑 자료를 매일 내고 언론의 비판에 대한 각 정부부처의 반박을 싣기로 했다. 그러나 건설적 비판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함’ ‘대응 가능’ 등의 ‘문제없다는 식’의 논리만을 앞세우고 있어 합리적인 방향으로 문제점이 해결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지금은 협상내용과 경제에 미칠 영향, 대책 등에 대해 국민의 의견을 차분히 듣고 평가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대다수의 견해다.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협상문 원문을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이것이 성과다’ ‘국익에 도움이 된다’라고 얘기하면서 협상의 실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나 다름없다는 얘기다.

정부가 장밋빛 미래만 강조한 채 반대론자들을 몰아세울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여론의 폭을 제한할 경우 추진과정에서 국론분열과 갈등을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완기 경실련 정책실장은 “지금 정부가 할 일은 냉정한 경제적·사회적 영향에 대한 자료를 내놓고 국민들의 평가를 받는 것”이라며 “그렇지 않고 무리하게 나가면 국론분열 양상을 2라운드로 끌고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의 추진 과정과 결과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고 해서 공권력을 이용해 토론이나 내용의 정확한 이해를 돕는 활동을 막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국가의 방침이라고 해서 시민단체 등의 활동을 제재할 경우 국민의 알권리는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는 까닭에서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국민은 협정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데 정부는 일방적으로 홍보를 하고 반대의견은 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성과는 지금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논쟁과 토론에 부쳐서 무엇이 더 좋은지를 판단토록 해야 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윽박지른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홍민·안홍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