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정부 꼬이는 ‘FTA 실타래’
미 ‘노동조건’ 압박에 믿었던 재계마저 반대 두 나라 국회통과 난기류


	송창석 기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노동 분야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의회 등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 ‘협정문에 노동 조항 추가 또는 수정’ 요구는 국내 협정 지지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재협상은 없다”고 거듭 못박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이 노동 분야에서 새로운 요구를 낼 움직임은 지난 3월 초 서울에서 8차 공식 협상이 있을 때부터 감지했다. 당시 미국 협상단이 갑자기 노동 분과의 협상을 중단하자면서,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노동 조항에 대한 새로운 지침(맨데이트)을 내놓을 것이라고 해 이를 기다리고 있으니 그때 다시 협상하자”고 했다. 이후 민주당 하원의원 16명이 3월23일 노무현 대통령과 수전 슈워브 미 무역대표부 대표 앞으로 “한국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이후 되레 노동권이 악화됐다”며 “구속 노동자를 풀어주고 국제노동기구(ILO)의 권고를 따를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의회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는 서한이었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미국 노총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이후 되레 미국 노동자의 삶이 악화되면서 에프티에이가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호할 강제력이 있는 조항이 없는 점을 들어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며 “미 민주당은 에프티에이를 반대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노동계층의 이해를 반영할 장치를 협정문에 반영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노동부 송홍석 국제협상팀장은 “미 무역대표부는 자신들의 성과였던 페루나 콜롬비아, 한국 등과 맺은 에프티에이의 통과는 물론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무역촉진권한(TPA)의 시한을 연장하는 데 어느 때보다 의회의 협조가 절실해 의회 등의 요구를 뿌리치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미국 조야의 움직임에 국내 재계가 발끈하고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복수노조나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 등 미 의회의 요구사항은 상당수가 지난해 노사정이 합의한 노사관계 로드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아직 미국쪽의 공식적인 재협상 요구와 내용이 없어 가만히 있지만 우려한 대로 제안이 들어올 경우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공식적으로 정부의 입장도 단호하다. 웬디 커틀러 미국 협상단 수석대표가 워싱턴에서 재협상 가능성을 슬쩍 내비치자, 권오규 경제부총리,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 등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줄줄이 나서 “재협상은 결코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실제 재협상 여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송기호 통상전문 변호사는 “노동 분야 말고도 이미 일시세이프가드 발동 요건이나 미국 쪽 농산물 양허안 문제라든지 남아 있는 미합의 사항들이 있다”며 미국이 공식적으로 노동이나 환경 관련 추가사항을 들고 나오면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종훈 우리 쪽 협상단 수석대표도 전날 “농업 분야 등 4곳은 덜 끝났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미국은 페루, 콜롬비아와 이미 협정을 체결하고도 의회의 주문에 따라 노동과 환경 분야 합의사항의 수정을 위해 재협상을 벌인 선례도 있다.

어쨌든 재협상은 정부로서 큰 부담이다.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노사관계 로드맵에서는 민주노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나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 등을 유예시켰는데 미국과 재협상을 통해 이런 내용을 바꾼다면, 이는 미국의 압력으로 재협상을 한데다 내부의 의견은 무시하더니 뒤늦게 외부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