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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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7년04월18일

진로 홈페이지: - 조회 : 436

전지부장 그리고 현지부장

어떻게 가야 할까요?

먼저 전임 지부장으로서 현 지도부에 대하여 비판하는 점을 용서하십시오.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니만큼, 차분히 읽어주실 것을 호소 드립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암울함을 넘어 참담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이처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아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을 느끼는 일 또한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불과 채 두 달도 되기 전, 제가 지부장이었던 공무원노조 부천시지부에서 현 지도부가 하고 있는 조직 분열 양상이기 때문입니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옛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선조들의 빛나는 말은 지금 이시기에도 유효합니다. 그러나 요즘같이 혼탁한 세상에는 이 말마저 혼탁한 듯이 보입니다. 불현듯 이 말이 생각나는 것은, 분별력을 잃은 부천시지부 지도부가 길이 아닌 길을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도부가 길이 아닌 길을 가면 조합원들이 지도부를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고 지도부가 조합원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지금 부천시지부 지도부는 조합원들을 어린애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어리석은 쪽은 조합원들이 아니라, 지도부라는 것은 1년 정도 지나면 다 알 것을 말입니다. 현 지도부의 눈에는 숲은 보이지 않고 소나무만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들의 논리는 간단합니다. 지금 노조가 매우 어려우니까 “조합원들이 법내로 들어가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뜻을 함께 하는 지부들끼리 조합원 투표를 하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법내로 들어가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그러나 법내로 들어가는 데에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그 전제는 적어도 해직자 복직이라는 것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동조합의 존립근거는 고용 안정입니다. 노동운동으로 해직된 동지들의 복직조차 논의하기도 전에 무조건 법내로 들어간다는 것은 노동운동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즉 해직자 복직도 논의하지 않고 노조가 어렵다는 이유로 설립신고를 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것입니다.
본래 노동운동이란 어려운 것입니다. 어차피 어려운 길을 택하였다면, 이 정도의 탄압은 극복해야만 향후 투쟁을 전개할 수 있습니다. 노동운동은 투쟁의 역사입니다. 투쟁을 하지 않는 노조는 어용이며 식물노조입니다. 그들은 걸핏하면 조합원들을 핑계대고 팔아먹습니다. 해직자 복직조차 논의하지 않고 설립신고를 하면 해직자 복직의 시혜를 베풀어 줄 것이라고 착각하겠지만, 백기투항으로 설립신고하면 해직자 복직은 요원한 것입니다. 물론 교섭 또한 쉽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상대를 너무 쉽게 보기 때문입니다.
탄압에 못 이겨 법내로 들어간다면 그 역학관계가 어떻게 될까요? 싸우지 않고 설립신고를 한 서울시청노조를 보십시오. 서울시장이 3% 퇴출제를 시행하기 전에 노조와 협의한 일 조차도 없지 않습니까?
작금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공무원노조를 보면서 청와대, 행자부의 권력자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마도 “자식들! 그러면 그렇지, 너희들이 얼마나 버틸 것 같으냐?”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지 않을까요?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몇 개월 못 참아서야 되겠습니까? 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우리가 좀 더 버티면서 행자부와 교섭국면을 만들면서 적어도 해직자 복직을 해결하고 들어가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중앙의 지도부와 쪼개져서 비조직적, 분파적으로 설립신고를 해야 할까요?

2007년 4월 17일, 부천시지부 불법투표 전날에 부천시지부 조합원 이종만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