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항만·해안 개발현장을 가다] (중)두바이의 한계
고물가·저임금… 돈 없인 '지옥'
빈약한 사회 안전망 외국인 노동자 고통
'속도전'식 개발 불구 교통체증엔 무대책
두바이. 거기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짙은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두바이를
방문한 부산항만공사(BPA) 항만위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산항 북항 재개발 사업에
두바이식 모델을 적용하기는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하루종일 체증에 시달리는 두바이 시내 도로의 모습. 교통영향평가 등의 절차없이
마구잡이식으로 이뤄진 개발의 부작용이다.
△구조화된 고비용=물을 비롯한 거의 모든 것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야 했던 두바이는
최근 들어 개발 호재를 타고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물가가 3년새 배 이상
올랐다.
새로 개발되고 있는 지역의 30평형 아파트의 연간 임대료만 우리 돈으로 3천만원을 넘을
정도. 여기에다 학비도 초등학교가 연간 1천만원 수준에 이른다.
두바이에 9년째 거주하며 한국 기업의 대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카누쉬핑 신권섭 이사는
"생활비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상당수 외국인들이 두바이 인근 도시국가인 샤자로 거처를
옮기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사회적으로도 각종 시설 유지를 위한 고비용 구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해안선 모양을 대추야자 모양으로 바꾸는 '팜 아일랜드'프로젝트. 화려한 장막을 걷고
들어서면 거기엔 조수의 강제순환을 위해 가동해야 하는 엄청난 규모의 펌프가 자리잡고
있다. 인공적으로 심은 수목들을 위해 매일 쏟아부어야 하는 물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김성태 BPA 항만위원장은 "두바이의 석유 생산이 향후 10년 내 중단된다고 봤을 때 석유
고갈 이후 사회적인 시설 유지 비용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과연 그 때도
지금과 같은 메리트를 느끼고 외국인들이 두바이에 투자할 것인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멍난 사회안전망=전체 인구 140여만명 가운데 자국민은 20%뿐이고 나머지 80%의
대부분은 인도,스리랑카,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 이들이 있어 오늘의
두바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하루 하루 생활은 한계선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월 300만원에
육박하는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이들 노동자들은 컨테이너 막사에서 집단생활을
하거나 시 외곽 차량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임금에
시달리다 지난해말과 올해초엔 하루 일당을 2달러 더 올려달라며 집단행동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BPA 항만위원인 곽인섭 부산해양수산청장은 "두바이가 사막을 대형 리조트단지로 만드는
두바이랜드 사업을 위해 3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도외시하는 것은 앞으로 큰 사회적 갈등을 빚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늘로 치솟는 물가와 빈약한 사회안전망으로 두바이는 돈 없는 사람들의 지옥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대책 없는 교통난=BPA 항만위원들이 두바이를 방문하는 기간 동안 가장 큰 불편을 느낀
것은 바로 이것이다.
페르시아만 연안에 위치한 7성급 버즈 알 아랍 호텔로부터 구도심까지의 거리는 약 20㎞
정도에 불과했으나 차량 이동시간은 1시간 30분을 넘기기가 일쑤였다.
러시아워를 따로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하루종일 이어진 두바이의 교통체증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초대형 건물 위주의 부동산 개발이 끝났을 때 과연 교통량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기에 충분할 정도.
특히 두바이는 매년 20만명 이상 인구를 증가시킨다는 목표 아래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이같은 인구 유입에 따른 교통량 증가는 앞으로 체증을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한국해양대 남기찬 교수는 "교통영향평가 등의 절차가 전혀 없는 두바이는 지하철이나
경전철 등 입체적인 교통수단에 대한 고려 없이 도로 위주의 개발만 급속도로 진행해
오고 있다"면서 "개발 이후 엄청난 교통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국 상하이나 베트남
호찌민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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