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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7년04월20일

한겨레 홈페이지: - 조회 : 351

아내는 때려치우라지만...

“아내는 때려치우라지만…” 서울시 퇴출공무원 ‘잡초 제거’ 현장

[쿠키 사회] “아내는 ‘때려 치우라’고 말하지만 먹여 살려야 할 자식들 때문에 일손을 놓을 수 없고 과장의 미움을 받아 이유없이 내몰린 처지를 생각하면 이를 악물게 됩니다.”

무능하고 불성실한 서울시 공무원으로 지목돼 16일 현장에 첫 투입된 A씨는 스산한 강바람을 맞으면서도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연신 닦아내며 이같이 말했다. 병가를 냈거나 사의를 표명한 24명을 제외한 78명의 현장시정추진단원들은 한강 시민공원 반포지구와 뚝섬지구에 배치돼 막노동을 했다.

이들 중 38명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반포지구에서 주황색 쌀 포대 하나씩 들고 생태공원 내 억새풀의 성장을 방해하는 환삼덩굴 등 잡초를 제거했다. 대부분 점퍼 차림에 운동화를 신었으나 그 중에는 와이셔츠에 양복저고리를 단정하게 차려 입은 직원도 있었다.

안면이 있는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함께 일하기도 했으나 앉아서 쉬거나 요령을 피우는 사람은 없었다. 서울시 감사관실에서 나온 직원 2명이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2시간여 동안의 오전 작업을 끝내자 서울시가 단체로 맞춘 도시락과 플라스틱병에 담긴 수돗물이 제공됐다. 하지만 오전의 잡초 뽑기에 지친 때문인지, 아니면 작업 첫날의 어색함 탓인지 이들의 굳은 얼굴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 서울시가 점심시간 동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대형 텐트 2동과 일회용 비닐 돗자리를 준비했지만 이를 외면한 채 맨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 만을 응시했다.

오후 1시부터 다시 잡초제거 작업에 동원된 직원들은 오후 5시 시청으로 되돌아와 오늘의 작업사항과 느낀점 등을 업무일지 형태로 정리한 뒤에야 퇴근할 수 있었다. 이들은 10월초까지 6개월간 근무한 뒤 직무수행능력 향상도와 근무태도, 업무 실적 등을 재평가받고 최종 퇴출 여부를 통보받게 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일송 김경택 기자 ilsong@kmib.co.kr

[출처] 쿠키뉴스 / 2007.04.16 17:47

반포·뚝섬서 풀뽑기 “마음 비웠어요”
서울시 ‘퇴출후보’ 공무원 78명 현장 작업 첫날
정지섭 기자 xanadu@chosun.com

‘퇴출 후보’로 뽑혀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으로 배치된 공무원들이 16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잡초를 뽑아 담은 자루를 들고 걸어가고 있다. 오종찬 객원기자 ojc1979@chosun.com

“힘든 일 시켜서 미안합니다.”

16일 오후 2시 30분 서울 한강둔치 반포지구 갈대밭. 순시를 나온 권영규 서울시 행정국장이 허름한 차림으로 쪼그려 앉아 풀을 뽑던 공무원 A씨의 어깨를 두드리며 쾌활하게 말하자, A씨는 굽신하며 “아닙니다.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기자가 A씨에게 다가가 “하실만 하냐”고 묻자 그는 “부서마다 한 명씩 뽑으래서 온 건데…”라며 뭔가 더 얘기하려다 “기자들에게 얘기하지 말라더라”며 입을 닫았다.

서울시가 게으르거나 무능하다고 여긴 공무원들을 추려 꾸린 ‘현장시정추진단’이 16일 본격 활동을 시작했다. 추진단원으로 선정된 102명 중 질병이 있어 빠진 16명과 사표를 낸 8명을 뺀 78명이 멤버다.

현장시정추진단은 성(性)과 직급을 고루 섞어 6개 팀으로 나누었다. 1개팀은 시 간부들과 면담을 했고, 3개 팀은 반포 둔치, 2개 팀이 뚝섬 둔치로 배치됐다. 전성수 행정과장은 “가족 얘기·인사 희망 사항 등을 속깊게 얘기하려 했으나 아직은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 하지 않더라”고 말했다.

반포 둔치 팀은 갈대들의 생장을 막는 기생식물 ‘환삼덩굴’ 제거작업을 했다. 뚝섬 둔치팀에게는 시민들이 즐겨 앉는 제방과 계단 틈을 비집고 들어온 잡풀을 뽑는 일을 맡겼다. 간부급인 3급 1명과 4급 2명은 통솔을 맡았다. 근무시각은 일반 공무원과 똑같고 주5일 근무제고, 급여도 호봉에 맞춰 나온다. 단 초과 근무 수당은 받지 못한다.

남성들 틈에서 힘겹게 풀을 뽑던 여성 공무원 B씨는 “사표내는 등 반발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여기까지 온 이들은 다 마음 비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근처에서 운동하던 잠원동 주민 이정미(70·여)씨는 “무능하고 게으른 공무원들이 응분의 댓가를 치르는 건 당연하지 않냐”며 서울시 편을 들었다. 반면 간이 화장실을 수리하던 한 용역업체 직원은 “저 사람들도 다 자기 삶이 있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현장시정추진단원들은 앞으로 매월 첫째·셋째 주는 쓰레기 줍기나 청소같은 궂은 일, 둘째 주는 사회복지시설 봉사, 넷째 주는 가로등·도로 등 시설안전점검을 하도록 프로그램을 짰다. 하지만 요즘 잡초들이 가장 왕성하게 자라는 때라 5월초까지는 둔치 풀뽑기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출처] 조선일보 / 입력 : 2007.04.17 00:14

‘출근한 척’ 한강으로…묵묵히 잡초 뽑기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 78명 작업 첫날


	유신재 기자 박종식 기자

≫ 불성실·무능 공무원으로 평가돼 퇴출 후보로 선정된 서울시 ‘현장시정추진단’이 16일 오후 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 쓰레기줍기와 잡초뽑기 등 환경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10월 초까지 꽁초·쓰레기 줍기, 노인복지시설 봉사활동 등을 한 뒤 직무수행 능력 향상도, 근무태도, 업무 실적 등에 대한 평가를 통해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빽 없는 사람들” 불만 호소
“직원태도 긍정 변화” 의견도

16일 오후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에서는 30여명의 사람들이 허리를 숙인 채 갈대밭을 뒤지고 다녔다. 봄이지만 강바람이 매서웠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대부분 두터운 겨울 웃옷과 바지 차림이었다. 하나같이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주름이 깊었다. 이들은 지난달 서울시가 ‘무능·불성실 공무원’으로 지목해 추려낸 현장시정추진단에 배치된 공무원들이었다.

지난 7일 동안 합숙과 교육을 받은 현장시정추진단 78명이 이날 처음으로 현장 작업에 투입됐다. 이들의 첫 임무는 한강변의 잡초 뽑기. 점심시간이 지나자 각자 한 장씩 들고 다니는 80㎏ 들이 부대에 잡초가 절반쯤 찼다. 10여명씩 모여 일했지만 잡담을 나누는 사람 하나 없이 조용했다. 휴식시간은 1시간 마다 10분씩 주어지지만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기자와의 대화를 피하는 가운데 한 40대 남성이 말문을 트자 불만과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힘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죠. 봐요, 풀 뽑으란다고 다들 엎드려서 풀 뽑잖아…” 가족들은 뭐라고 하느냐는 질문에 또다른 50대 남성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집에 얘기 안했지. 밤에 몰래 일할 때 입을 운동복 골라서 챙겨놓았다가 들고 나왔어.” 그의 운동복 바짓단 아래로 사무실로 출근하는 척 입고나온 정장 바지가 눈에 띄었다. 그는 “대학생 자식이 2명이나 되는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성은 “정년을 얼마 안 남긴 직원들이 후배들을 위해서 희생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장시정추진단의 한 간부 직원은 “기본교육을 받으면서 직원들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고 수동적으로 일하면서 쉽게 불만을 표출했던 것에 대해 후회들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현장시정추진단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현장에서 일을 한 뒤, 사무실로 돌아가 그날 업무에서 느낀 점과 개선할 점을 정리하고 퇴근한다. 매달 첫째·셋째 주에는 공공장소에서 쓰레기를 줍거나 잡초를 제거하고 둘째 주에는 복지시설 등에서 사회봉사활동을 한다. 넷째 주에는 도로시설물 등을 점검해 문제점을 찾게 된다. 이들은 6달 동안 현장시정추진단에서 일한 뒤 근무태도와 업무실적 등을 평가받아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유신재 기자 김지은 수습기자 ohora@hani.co.kr

[출처] 한겨레 / 2007.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