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현행대로 유지하고 연금 급여율만을 낮추기로 한 것은 기존 정부안에 비해 다소 후퇴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해 보험료 인상은 손도 대지 못한 채 급여율만 낮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합의한 개정안이 시행되면 연금기금 고갈 시기를 현재보다 10년 정도 늦추는 데 그칠 뿐이라는 분석이다.

◆‘무늬만 개혁’=당초 정부안은 2017년까지 보험료율을 12.9%로 올리고 급여율은 내년부터 50%로 내리는 방안이었다. 연금은 현재 보험료율 9%, 급여율 60%이다. 이는 하루 800억원씩 쌓이는 연금 부채를 해소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안이 부결되면서 연금개혁 외면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보험료율 현행(9%) 유지, 급여율(40%까지) 인하’하는 내용의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연금기금 고갈을 2047년에서 2060년으로 13년 늦출 수 있게 된다. 연금기금 고갈은 정부안보다 5년 정도 짧아 재정 안정을 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급여율도 당초 정부안(50%)보다 10%포인트 더 낮아지면서 수급액이 적어져 노인 빈곤 해소와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개혁 취지를 살리지 못해 연금 불신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연금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재정 안정화나 소득보장 부분이 정부안보다 후퇴하면서 연금개혁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내 연금은 얼마 =가령 매달 200만원을 버는 소득자가 내년에 국민연금에 가입, 20년간 보험료를 낼 경우 기존 체계 하에서는 월 18만원(근로자는 회사가 절반 부담)의 보험료를 내고 월 54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합의안대로라면 연금액이 36만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는 임금 상승이나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하지 않는 현재 기준의 단순 계산법이 적용된 것이다.

또 30년 동안 연금에 가입한 월 소득 170만원인 B씨는 현재 78만원의 연금을 받지만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어 2018년에는 52만원으로 감소한다.

B씨는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 수급 대상이 될 수 있어 18만원 정도의 기초노령연금(한나라당안의 경우)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기초노령연금 도입에 따른 예산은 연 평균 4조4000억원 정도가 소요돼 재원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넘어야 할 산 많아=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연금 개정안에 잠정 합의는 이뤘지만 기초노령연금 문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

한나라당·민주노동당은 65세 이상 노인 80%에게 평균 소득액의 10%를 주는 기초노령연금제를 도입하고 이를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포함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국회에서 통과된 기초노령연금법(65세 이상 노인 60%에게 평균 소득액의 5%를 지급)을 일단 시행한 뒤 재정 부담 등을 고려해 추후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단일안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태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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