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둘러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협상 이후 국회 안팎이 소란스러워질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23일 기자회견을 통해 양당의 협상을 ‘야합’으로 규정하고 오는 4월 말까지 국회 앞 집회를 포함한 집중투쟁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양당의 정치협상 이면에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깔고 있다며,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민주노총,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사학국본)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양대노총과 전농 등이 포함된 국민연금개악저지를 위한 연대단체 역시 “국민연금 불복종을 포함한 국민연금 정상화 운동에 돌입할 것을 선언”하며 보수 양당의 정치협상 결과를 반박하고 나섰다. 민주노동당 역시 입법저지 의지를 밝히고 있다.
민주노동당-한나라당-국민연금 가입자단체 대 열린우리당-민주당의 대결구도였던 국민연금법 개정 '전선'이 한나라당-열린우리당 대 가입자단체-민주노동당의 구도로 급속히 선회한 것이다.
바뀐 전선, 국회 안팎 전투준비 중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합의가 ‘시급한 쟁점’인 국민연금법 개정 문제와 ‘묶은 쟁점’인 사학법 재정정 문제 사이의 ‘거래’로 비춰지면서 두 법의 개정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자연스럽게 뭉치고 있다. 또한 보수양당의 국민연금법 개정 합의문에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바로 진행한다’는 문구가 들어감으로써 특수직역 연금 이해당사자들도 발끈하는 분위기다.
23일 민주노총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사학국본 관계자들, 박명자 공무원노조 수석부위원장 등이 함께 참석해 기자회견 단상이 부족할 지경이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열린우리당이 국민연금법 개악을 강행하기 위해 사립학교법 개악에 동의하는 더러운 뒷거래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사학법 개정을 위해 ‘국민연금법 개정안 및 기초연금 도입안’을 후퇴시킨 한나라당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석행 위원장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학을 투명하게 하자는 최소한의 규제장치를 없애자는 사립학교법의 재개정과 국민의 노후 보장제도의 추락을 가져올 국민연금법 개정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에 반대하는 것은 민주노총이나 전교조만 말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사학국본 및 가입자단체 등과 함께 24일, 27일, 30일 등 세차례의 결의대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23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한패로 묶이는 대야합 정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국회에 우군이 없다면, 국민과 대연합을 이루겠다”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반민생 반개혁 야합의 결과를 들고 본회의장에 들어가고자 한다면, 민주노동당과 국민을 짓밟고 가야 할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보수 양당 일단 주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국민연금법 개정 움직임은 일단 주춤하는 형국이다. 당초 양당은 23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타협안을 논의한 후 오후에는 전체회의까지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난여론이 거세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 초만해도 가입자단체의 요구안을 전격 수용해 민주노동당과 연대했던 한나라당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난 20일 국민연금법 및 기초노령연금법 개정에 대해 △국민연금 보험료을 현행 9%로 유지하고 △급여율을 현행 60%에서 2018까지 40%로 낮추고 △기초노령연금을 오는 2028년까지 10%로 상향하며 △국민연금법 개정안 처리와 동시에 공무원연금 개정 논의를 바로 진행할 것을 합의했다.
이같은 합의는 ‘더내고 덜받는’ 정부-열린우리당 안에 대항해 ‘기초연금 10%(2018년까지) 도입 및 똑같이 내고 덜 받자’는 민주노동당-한나라당-가입자단체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모두 부결된지 20일도 안돼서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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