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4·25 재·보선의 민심은 ‘무소속’을 택했다. 국회의원 재·보선을 제외한 기초단체장 6곳 중 5곳에서, 기초의원 9곳 중 상당수에서 무소속 당선자를 배출했다. 전례없는 무소속 돌풍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영남권과 ‘아성’으로 여겨져온 서울 양천구, 경기 북부의 패배는 뼈아프다. 대구·경북지역 10개 선거구 재·보선에서 무소속 후보가 7곳이나 당선됐다. ‘텃밭 불패’ 신화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공천 과정에서 공천헌금 논란, 후보 매수 파문 등 부패 잡음의 결과로 풀이된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좀더 겸손해지라’는 유권자들의 강한 경고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등 기존 정치권에 대해 표심이 극도의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범여권에 대한 싸늘한 시선은 여전 하지만 그간 ‘노무현 정권 실정론’에 안주해온 한나라당도 이제 여론의 칼날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님이 분명해졌다. 무소속 돌풍에 희생된 상대가 모두 한나라당 후보들인 점이 그 증좌다.

서울 양천에선 전직 한나라당 구청장 출신인 무소속 추재엽 후보가 전 국회의원 오경훈 후보를 눌렀다.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민선 3기 구청장에 당선됐던 추후보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공천탈락, 한나라당 이훈구 후보에게 패했다. 한나라당이 오후보의 공천신청서를 두번이나 반려하며 오락가락하는 동안 조직을 다진 결과다. 추당선자는 서울시의회 전문위원(1991~95), 국회 정책연구위원(97~98년) 등을 지냈다.

경북 봉화군수 재선거도 비슷한 상황이다. 무소속 엄태항 후보(득표율 41.9%)가 여유있게 한나라당 우종철 후보를 제쳤다. 공천과정에서 내정 후보가 뒤바뀌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아 당 조직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한 난맥상이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분석이다. 엄 당선자는 봉화군 약사회장, 민선 초대 봉화군수, 경북 북부지역 11개 시장·군수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경기 양평군수 재선거에선 무소속 김선교 후보(46)가 당선됐다. 김 당선자는 1980년 양평군에서 9급 공무원으로 시작해 문화공보과장, 용문면장, 양서면장 등을 거쳤다. 4·25 경기 가평군수 재선거에서 당선된 무소속 이진용 후보도 가평 조종중·고교와 고려대를 졸업하고 경기도의회 부의장 등을 역임한 토박이다.

경기 동두천시장 보선에선 무소속 오세창 후보(55)가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재도전, 한나라당 이경원후보에게 낙승을 거뒀다.

한나라당은 기초단체장 중 충남 서산시장 재선거에서 유상곤 후보만이 당선됐다.

〈김광호·이주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