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부산지역본부 동래구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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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시간: 2007년05월07일

강원일보 홈페이지: - 조회 : 434

자전거 타는 시장

과거 역대 대통령들의 쇼맨쉽 중 대표적인 것이 `모내기 하는 모습’일 것이다. 1년 동안 호의호식하다가 1년에 겨우 한번 농민들과 막걸리 마시며 어울리는 척 하는 게 아닌가, 농촌생활의 애환을 이해하는 듯한 대통령의 표정을 사진에 담아 선전하는 데만 급급한 것 아닌가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던 게 사실이었다.

　이렇듯 대통령의 모내기 이미지 연출은 다분히 정치적 요소가 있었지만, 긍적적인 측면도 많았다. 대통령이 농촌현장에 나타나기 위해서는 행차하기 전에 엄청난 준비가 뒤따르고 그것은 결국 정치인, 지방행정가들의 관심이 그 지역에 집중되는 것을 의미했기에 지역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농촌현장에서 농민들과 대통령이 만나서 얘기하는 자체가 민중의 소리가 되고 탄원도 되고 중간관리자들을 생략한 초스피드 민원결재가 되는 것이다. 모내기하는 논 뒤 배경으로 펼쳐지는 산이 벌거숭이 민둥산이어서 대통령이 보기에 못 마땅해 소감 한 마디라도 피력할라치면 당장에 조림사업이 시작되고 사방공사가 진행되어 국가의 큰 정책으로 발전 시행되는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요즘 정치인 후보들도 서민경제를 피부로 느낀다며 재래시장을 단골 코스로 잡는다. 이 같은 행위도 “선거 때만 철새처럼 상인들한테 아부 떨고 선거가 끝나면 거들떠도 안본다”고 처음에는 달갑게 생각하지 않은 시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들의 방문과 관심 덕택에 재래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재래시장 육성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아치형 지붕도 생기고 시장이 현대화 건물로 변하고 있으며 재래시장 상품권이 지역의 대표적 선물로 자리 잡은 지방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그리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방정부가 공영주차장을 투자지원해주는 등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른 양상을 띠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가 정치인들을 좋은 시각으로 보든 안 보든 그들은 사회적 지도층이고 그들이 움직이는 곳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었으며 그것으로 인해 정책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면 그들의 등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와 비판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강원도의 경우 현직 시장과 군수들의 역할과 행동이 시민의식변화에 끼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본다. 선거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들만큼 언변이 뛰어나고 말을 많이 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정작, 지역 주민들의 의식이 바뀌는 것은 시장의 `말’보다는 `행동’에 의해서이다. “도로가 혼잡하니 자가용 승용차 운행을 자제하고 5부제도 지키며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탑시다” 하고 말로만 외쳐봐야 시민들은 들은 척도 안한다. 시민들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자전거 타는 시장님’을 시민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강원도의 대부분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하여 투자비가 과중한 도로투자는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이제는 차도보다는 환경 친화적인 인도와 자전거도로의 확충만이 좋은 개선방향이라는 데 전문가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중앙정부의 지원프로그램만 잘 활용하면 경제적으로 자전거 도로를 신설할 수 있다. 그런데도 강원도에서는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그다지 많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당초 자전거 도로가 불편하게 만들어져 있어 시민들에게 외면당하고 있고 지금도 많이 이용하지 않는 자전거 도로를 앞으로 더 증대할 필요를 크게 느끼기 못하기 때문이다. 이 때, 등장해야할 인물은 정치인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자전거를 타고 직접 자전거도로를 달리면서 문제점을 느낀다면 해결의 실마리는 이미 절반 풀렸다고 본다.

　장차 강원도는 “교통이 잘 돼야 지역이 산다”고 본다. 그러므로 지역의 지도자가 되려면 교통문제를 해결할 비전을 가져야 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도심지 내에서 자가용 승용차, 버스, 택시, 자전거, 도보 등의 교통수단 중 자전거가 수송분담율 1위를 차지할 때, 비로소 그 지자체는 우뚝 선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출퇴근은 자가용 승용차로 하고 운동 부족을 걱정해서 저녁에 헬스클럽에 가서 땀을 빼는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면 자전거는 교통수단이면서 건강수단도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출퇴근 자체가 시간절약형 운동이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시장이 솔선수범하여 대형 고급관용차를 과감히 처분하고 자전거로 출근해서 언론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런 후 시청내의 관용승용차를 모두 매각하고 시내 공무출장중이라도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타게 하고 원거리일 때에는 `공무용 콜 택시’를 제도화하여 택시산업도 육성해야 한다. 공공시설에 주차장이 줄어들고 자전거 거치대가 늘어날 때, 교통문제는 자동으로 해소될 것이다. 지방의회도 이에 발맞추어 `공무원 자전거 출근제’, `자전거 타는 날’ 제정, `양심 자전거 운영제도’ 등을 조례로 제정하여 `강원도 범시민 자전거 타기 붐’ 조성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학수고대한다.

　홍창의(관동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