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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시스】
"도의원을 무시하는 것이냐", "공무원은 사람도 아니냐."
권위주의를 앞세운 도의원과 참을 만큼 참았다며 발끈한 공무원들 간의 웃지 못할 해프닝이 9일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일어났다.
도의원이 흥분을 누르지 못하고 명패를 집어던지자 도청 집행부 공무원들도 발끈, 고성이 오가면서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가는 촌극을 연출한 것이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도 자치행정위원회 소관 추경예산 심의를 벌이던 회의실.
처음부터 무엇인지 모를 흥분에 휩싸여 목소리가 갈라진 채 질의를 벌이던 박광진(한·안양5)의원이 자치행정국이 편성한 공무원 신분증 발급기 구입 예산 1200만원에 대한 질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도의원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고성을 지르며 자신의 명패를 집행부 공무원들에게 집어 던졌다.
그러자 회의실에는 침묵이 흘렀다.
잠시 후 "공무원은 사람도 아니냐"며 몇몇 공무원들이 발끈, 박 의원에게 항의성 고성을 질렀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최환식 예결위원장은 서둘러 정회를 선언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도가 지난 달 청사입구마다 관리 차원에서 보안시스템을 설치, 출입을 할 수 있도록 공무원들에게 신분인식카드를 발급한 것이 발단이었다.
도는 도의원들이 의정활동에 필요한 갖가지 정보 등의 수집을 위해 도청사에 드나드는 것이 잦다는 것을 인식, 도의원들에게도 물론 신분증을 발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의회의 협의를 거치지 않고 도의원들의 인식카드 신분증에 발급자를 경기도지사로 한 것이 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도의원을 도지사 밑에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 못마땅 하다는 듯 도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정인영의원에 이어 예결위 최환식 위원장까지 합세해 "의원들이 의정활동을 펼치는 데 목에 이런 걸 걸고 청사를 출입해야 하느냐. 도대체 누구의 발상이냐"는 식의 불편한 심기를 담은 질의들이 쏟아졌다.
정홍재 도 자치행정국장은 도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 조용히 지나가는 듯 했다.
15분간의 휴식를 갖고 4시 30분께 회의가 속개되며 박 의원과 공무원들간 본격적인 설전 라운드가 시작됐다.
박 의원은 인식카드를 들어 보이며 "도의원에게 이런 걸 목에 걸고 청사를 드나들게 하는 것은 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자신의 명패를 집어 20여명이 앉아있던 집행부석을 향해 던졌다.
박 의원은 "내가 성격이 원래 좀 거칠다. 속기록에 남아도 좋다"며 스스로 의회의 권위를 무너뜨리는 발언을 했다.
이 때 집행부석에 앉아 있던 한 공무원이 참을 만큼 참았다는 식으로 의자를 세게 밀며 일어났다.
아수라장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박의원은 "너 나와!"라고 소리치며 공무원을 때리려는 듯 쫓아다녔다.
공무원도 "왜 반말하느냐. 공무원은 사람도 아니냐"고 맞받아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이를 지켜 본 공무원들은 권위주의적이고 위압적인 도의원들의 행태와 앞뒤 없이 무시하는 투의 질문을 내뱉는 의원들에 대해 "도의원 자질도 없는 사람"이라며 비난했다.
집행부 견제라는 의회 본연의 임무도 모르고 선거바람으로 얼떨결에 선출된 도의원들에게 예산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자괴감이 들 정도라는 푸념도 공무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박 의원의 사과와 함께 10일 양태흥 의장을 항의 방문, 박 의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요구할 계획이다.
유명식기자 yeuj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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